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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an 16. 2019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는가?

리스크와 불확실성(uncertainty)

아마도 피터 드러커가 한 말로 알고 있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도 없다.


개인적으로 피터 드러커를 정말 좋아하지만 저 말 만큼은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가 직장에서 (또는 삶에서) 마주치는 많은 부분들이 측정 불가한데 그렇다고 해서 그에 대한 고려 없이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해 보기로 했다.




경제학에 재미있는 개념이 나온다. 불확실성(uncertainty)과
불완비성(imcompleteness)이 그것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그래프로 나타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내가 투자한 회사의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 그려보는 것이 좋은 예다. 내가 주당 1,000원에 구매한 주식이 그 위나 아래로 출렁인다면 그 움직임 자체를 리스크(risk)라 정의한다.


주가가 오르는 것도 리스크에 포함된다. 내가 산 주가에서 위든, 아래로든 방향과 상관 없이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리스크다. 오로지 주가에 변동이 없는 것만이 리스크에서 해방되는 경우다.(risk free) 미래의 변동을 지금 예방해 두는 조치가 헷지(hedge)다.


여기서 주가가 어떻게 변동할지 그래프 모양을 알고 있을 때 이를 불확실성이라 부른다. 그래프는 알되 지금 우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뜻이다. 반면 그 그래프의 모양 자체를 모를 경우가 있다. 이를 불완비성이라 칭한다. 정보가 완비되지 않다거나 그래프가 완전하지 않다는 의미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문제는, 우리 모두가 경제학 공부를 하는게 아니란 것이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불완비성을 불확실성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이 꼭 잘못 됐다고 할 수는 없다. 해당 사건을 앞둔 당사자 입장에선 둘이 거의 비슷한 강도로 깜깜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프를 안다 한들 언제 어디로 갈지 모르는 것은 실상 그래프 자체를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여기서도 둘의 구분을 두지 않는다.


다시 피터 드러커의 말로 돌아가 보자.


불완비성이든 불확실성이든 측정이 안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래프 모양 만큼은 알고 있다는 불확실성도 이론에서나 미분 적분을 끌어다 분석할 수 있을 뿐이다. 세상이 완벽한 반복 순환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당신의 주가가 오를 것 같은지 내릴지 묻는 질문에 "글쎄요. 오르면 좋겠네요. 반반 아닐까요?" 이상의 답을 하기 어렵다.


회사의 일로 돌아 와 보자. 어떤 투자건이 성공할 것을 몇 퍼센트의 확률로 장담할 수 있을까?높은 기여를 하던 직원이 퇴사를 할 확률은 알 수 있을까?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이 내년 환율을 예측할 수 있을까? 진출하기로 했던 나라에 쿠데타가 일어날 확률을 알 수 있을까?


우리가 당면한 대부분의 일이 불완전하다. 만약 피터 드러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린 거의 아무것도 관리하지 못한다. 그저 물결따라 흘러가는 나뭇잎처럼 세파에 회사일을 맡겨야 한다.




문제는 저 말을 곧이 곧대로 접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그래서 확률을 낼 수 없는 분야에 확률을 강요한다. 이는 작게 보면 조작(manipulation)의 문제고 크게 보면 책임 전가의 문제다. ("네가 된다고 했잖아!")


나는 이를 좀 더 생산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측정 불가한 항목은 관리 가능한 범주에 들어오도록 관점(또는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이는 주로 경영진의 관점에서 필요하다. 마치 문제를 보고 표면적으로 해석하려들지 말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수험생의 고민과 유사하다. 앞서 주식 투자의 예를 들자면 흐름을 달리하는 다른 주식을 섞어 분산 투자를 하는 식이다.

환율 헷지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소위 리스크 자체를 줄이거나 없애 확률을 관리의 범주로 끌어 들이는 것이다. 헷지나 상반된 주식을 섞어 분산 투자하는 것을 쉽게 이해하려면 옛날 이야기를 떠올리면 된다. 소금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들을 둔 어머니는 더운 날엔 소금 잘 팔려 좋고 비오면 우산 잘 팔려 좋으므로 덥든 비가 내리든 항상 일정한 수익을 얻게 된다.


헷지의 형식은 아니지만 발상을 전환한 다른 예들도 있다.
"이 투자건 낙찰 받을 가능성이 몇 프로야?" 대신
"이 투자건 낙찰 받기 위해 우리가 경쟁사 보다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은?"

"저 직원 나가면 안 돼. 퇴사할 확률이 몇 프로야?" 대신

"저 직원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를 위해 회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2. 측정 불가한 안건 중 측정 가능한 요소만 관리하고 나머지는 빠른 대응으로 처리 한다.


이는 안건을 챙기는 실무자 관점이다. 안건 중 예측 가능한 부분 위주로 집중 관리하고 나머지는 빠른 상황 보고로 대체해야 한다. 제조업에서 수율을 관리하되 안전사고는 확률로 따지지 않고 빠른 대처로 응하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된다.


단 주의할 것이 있다. 관리 가능한 항목은 흔히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또는 Index)로 요약되는데 기간이 길어질 수록 그 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의미없는 숫자들의 집합이 커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또한 갈수록 숫자의 변화에 무뎌지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하지만, 딴 거 다 떠나서 굳이 하나만 강조하자면 이걸 꼽고 싶다.


무조건 곧이 곧대로 듣고 그것을 진리처럼 고집스레 믿지는 맙시다.  :)


때로 어떤 부분에서는, 측정되는 것보다 '감'이 더 효과가 큰 '손맛'이라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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