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철근육 Jul 31. 2019

이직 권하는 회사?

퇴사 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회사

혁신적 기업가들의 얘기를 들으며 감동받을 때가 있다. 처음엔 그들이 일궈 놓은 결과물에 현혹되지만, 얘기를 듣다 보면 그 이면을 뒷받침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리스크를 짊어질 줄 아는 담대함. 그리고 지치지 않는 끈기. 이런 것들이 뒷받침되어야 혁신적 사고도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중 들을 때마다 내가 특히 감동하는 구절은 이거다.


저희는 직원들이 오래 머물길 바라지 않아요.
성장하면 언제든 더 큰 곳으로 떠나라 얘기합니다.


그들은 이직을 권하는 회사를 만든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떠나연인을 붙잡지 않는 연애 고수쯤 돼야 할 법한 이야기다. 이번엔 이를 분석해 보려 한다. 비용 편익 분석(Cost Benefit Analysis)을 활용하기 용이한 사례다.




인사(HR : Human Resourse)와 관련된 비용은 다양하다. 신규 채용에 따르는 비용, 채용된 인력을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 그리고 이직한 사람에 대한 비용 등을 들 수 있다. 이때 말하는 비용이란 당연히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으로서 실제 지출하지 않은 항목도 포함한다. 예를 들면, 이직한 사람에 대한 직접적 비용(퇴직금, 연차수당 등) 뿐 아니라 간접적 비용(그 업무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동료의 헌신, 스트레스 등 감정적 비용 포함)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바라보면 이직에 대해 회사에서 치르는 비용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혁신적 기업가가 이러한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이직을 권하는 것이라면 인사팀에서는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CEO가 있을까? 이제 편익을 살펴볼 차례다.




이직을 권하는 회사는 직원의 성장을 전제 조건으로 둔다. 당신이 어떤 모습으로 들어왔든 간에 당신의 그릇이 우리 회사보다 커진다면 그에 걸맞은 큰 세상으로 가라는 뜻이다. 멋진 말이다. 젊은이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맥락들이 숨어있다. 미리 말하자면 이런 발언을 한 CEO는 그 맥락들을 모른 채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숨겨진 맥락과 연관된 편익이 결론적으로 발현되지 않는 회사라면 치솟는 HR비용 때문에 성장에 발목이 잡히고 만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 맥락들과 그와 연관한 편익들을 살펴보자.


1. Fast learner들이 몰려든다.

CEO의 말을 듣고 가슴 두근거렸던 이는 성장에 대한 욕구가 높은 사람이다. 이들은 대개 궁금한 것을 못 참아 스스로 학습에 임하는 태도를 가졌다. 그리고 상당수는 뒤쳐지는 것을 싫어한다. 여기서의 뒤쳐짐은 타인과의 등수 다툼이 아니다. 실력에 대한 부진함, 팀에 기여못하는 것에 대한 부담 등을 말한다. 즉 빨리 배우고 싶어 하고 빨리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다. 이는 채용에 대한 인사 비용을 현격하게 낮춰주며 그와 동시에 회사 성장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도 유리하다. 인력 교육에 대한 비용은 약간 애매하다. 스스로 크고자 하는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비용은 증가할 테지만 무기력한 직원을 고양시키기 위한 비용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crispwatch/102


2. 회사의 평판 관리가 된다.

깔끔하게 헤어진 연인을 욕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다니는 동안 직원의 성장을 돕고, 떠날 때 '더 넓은 곳에서 날개를 펼치라'라고 응원해 주는 회사를 욕할 사람은 없다. 퇴사자들 조차 욕하지 않는 회사를 생각해 보라. 평판을 높게 유지한다면 좋은 사람이 많이 모여들 가능성이 크다. 놀맹쉬맹 일할 사람들이 모여들면 어쩌냐 싶지만 그 회사 출신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보면 아무나 그리 덤비지 못한다. 결국 1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인력 채용과 유지에 대한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생긴다. 대외적으로 좋게 퍼지는 기업 이미지는 덤이다.




결국 이직을 권하는 회사의 다른 말은 '퇴사자도 칭찬하는 회사'다. 그게 아니라면 '우린 중간급의 인력만 있으면 되는 정체된 회사'라는 시그널을 줄 뿐이고 회사의 번창을 바라는 CEO라면 누구도 이런 결과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비싼 광고보다 CEO의 파격적인 발언이 더 효과를 가질 때가 있다.  한마디에 인재도 몰리고 평판 관리까지 되니 일석이조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반대 방향으로 생기는 효과도 크다. 역시 세상에 일방적으로 편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