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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Aug 30. 2019

직장에도 마법사가 필요해!

리더십이란 어쩌면 롤-플레잉 게임 같은 것.

직장에도 마법사가 필요하다. 얼마 전 교육에서 강사로 참여한 매니저가 한 얘기를 듣던 중 이 구절이 그대로 뇌리에 꽂혔다. 어쩌다 이 얘기가 나왔을까? 누군가 리더십이란 어떤 건지 그에게 질문했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직원을 각자가 가진 강점에 기반해서 네 종류로 분류해. 각 직원들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 주고, 이들을 고루고루 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게 리더십이라 생각해."


그는 이내 말을 이었다. "그 분류의 첫 번째는 aaa야. 이들은 일을 할 때 aaaaaa 하지. 두 번째는 bbb야. 그들은... (중략)... 그리고 마지막은 마법사야." 사람들은 이 문맥에서 박장대소를 했다. 세상에 이런 재미난 농담이 있단 말인가? 직장에 마법사라니!


그런데 되레 그는 정색을 하더니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오, 진짜야.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줘. 다들 일 할 때 그런 사람 본 적 있지 않아? 디렉터에게 보고하러 갈 때 오후는 피하는 게 좋다거나, 누군가는 전화보다 무조건 얼굴 보고 얘길 해야 한다거나, 보고서에서 이 구절은 빼는 게 좋겠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기만의 감각을 가지고 조언을 해 주는 사람 말이야. 그런데 일이 흘러가는 것을 곰곰 보면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일궈낸 결과를 모아서 최종적인 '성과'로 이끄는 게 바로 이들이라고! 그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본능적으로 알아내! 정말로 마법 같은 이지 않아?"


잡상이 시작되었다.




우선 나만의 새로운 분류를 해 보기로 했다. 어떤 형태의 프로젝트든 그것을 성사시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멤버들인 셈이다.

- 몽상가 :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 (구름)

- 전략가 : 이상적인 모습을 현실화할 수 있는 사람 (사다리)

- 행동가 : 전략에 맞춰 현장에 뛰어드는 사람 (땅)

- 마법사 : 일이 잘 성사되게끔 기름칠을 해 주는 사람 (응?)


인체로 비유를 하자면 몽상가는 머리, 전략가는 신경, 행동가는 뼈라고 할 때, 마법사는 관절이자 백혈구이자 적혈구가 되는 셈이다. 아, 마법사에게 많은 비유를 할당했다고 해서 더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머리/신경/뼈/관절/백혈구/적혈구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건강한 몸이라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잡상이 여기까지 이르자 머릿속에 두 가지가 퍼뜩 떠올랐다.


1.

내 주변에 마법사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들의 평판이 떠올랐다.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은 마법사가 아니라 '정치가'로 인식되고 있었다. 과연 그 둘의 차이가 무엇일까?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 차이일 수 있다. 정치가는 위만 바라본다면, 마법사는 모든 방향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태도도 염두에 둘 수 있다. 고압적인 사람은 '정치가', 물 흐르듯 유순한 사람은 '마법사'로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른다.


2.

리더는 저 네 부류를 모두 잘 이끄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류의 일을 했던 사람이 리더로 가장 적합할까? 혹은 저들 중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되는 부류가 있을까? 물론, 개인적인 성향 차이는 차치하고 말이다. 순수하게 업무적인 강점만 놓고 봤을 때 어떤 부류의 전문가가 가장 멋진 리더가 되고, 어떤 부류의 전문가는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될까?


두 생각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본인이 가진 강점이 어디에 있고, 그것으로 사내에서 어떻게 포지셔닝을 할지 고민한다면 반드시 한 번은 다뤄야 하는 생각 거리라고 본다. 굳이 하나의 질문을 더 추가하자면 '나는 리더가 되고 싶은가? 실무자로 남고 싶은가?' 정도가 될 것이다.



 



잘 갖춰준 팀과 적합한 리더십이 만난 경우를 상상해 봤다. 롤-플레잉 게임이 바로 떠 올랐다. 공격 캐릭터가 적과의 교전 중 거의 쓰러지려던 찰나 마법사의 힐링을 받고 극적으로 소생하여 상대를 물리칠 때의 쾌감 같은 것이, 직장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결국 필요한 것은 '균형'이다. 혹은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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