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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Feb 01. 2019

직장에서의 꿈

혹은 목표라 부를 그것.

Q : 직장에서 이루길 바라는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A :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Q : 부가가치를 창출해 세상에 보탬이 되겠다는 뜻인가요?

A : 아, 그런 면도 있지만... 제가 일을 함으로써 동료들이 즐겁고 회사가 잘 되고 그로 말미암아 나라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였습니다.

Q :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듣고 싶은 게 그건 아닌데... 아, 직장에서의 목표가 뭐냐고 묻는다면 답이 나올지도.

A : 제 목표는 사장, 사장이 되는 것입니다!




아는 대화를 각색 해 봤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픈 이도 사장이란 직급까지 오르고 싶을 수 있다. 세속적이라 비웃을 순 없다. 사장이 되어야 비로소 손에 들어오는 개선의 도구들도 있기 때문이다. 조직을 개편한다거나 사업 전략을 새로 꾸리거나, 어떤 것이든 사장일 때 하면 더 힘이 실린다. 저 마음을 지닌 이가 사장이 되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쪽으로 회사 운영의 방향을 정할 것이라 믿는다.


흔히 현대를 일컬어 경쟁 사회라 말한다. 경쟁이 심하기로 유명한 조직 생활을 함에 있어서 사장이 꿈이 아닌 사람이 있겠냐 되묻는 이에게 저 사람은 나약한 쪽으로 구분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린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과연 모든 이들이 사장이 되길 바라는가? 그렇지 않다면 비난받아 마땅한가?




전 직장(은행)에서의 일이다. 동기랑 얘기를 나누다가 그의 말을 듣고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가 자신의 꿈이 '지점장'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겉으로는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지만 속으로 고민했다.


나보다 어리고, 나보다 활기찬 그가 행장, 부행장, 본부장도 아니고 지점장이 꿈이라니. 너무 나약한 게 아닌지, 형으로서 꾸짖고 용기를 북돋워 더 정진하게 해 줘야 하는건 아닌지 걱정됐지 때문이다. (오지랖, 꼰대 등에 대한 개념이 옅었던 시절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다 퇴근길 전철역 앞 노점에서 붕어빵을 한봉 샀다. 추운 날씨 따스한 온도가 그리워 산건데 막상 한 입 베어 무니 정말 맛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하다가 문득 취준생 시절 인터넷 카페에서 봤던 글이 생각났다.




당시 나는 영업이 내게 맞을지 자신이 없었다. 은행에 가는게 맞는지 아닐지 방황하고 있는데 입사한 지 2년 정도 된 은행원이 글을 올렸다. 당시 그 카페에선 은행 영업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대부분 시중은행의 면접이 비슷한 시기에 몰려있다보니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다가 화제가 확산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말했다.  사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기에 판단은 개인의 몫이겠지만, 적어도 자신은 지금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덧붙였다.

 

퇴근 길에 맛있는 것도 사 먹을 수 있고,
그런 것들이 행복합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나도 이제 돈을 버니까!" 하는 류가 아니었다. 오히려 일상의 행복에 대한 얘기에 가까웠다. 그에게는 그 직업이 일상의 행복을 깎아내리는 정도가 아니었고 그래서 그는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의외로 많은 생각 거리를 준다. 우리가 가진 성공의 기준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사장이 되어도 가족의 행복이 없다면 불행할 것이고 다른이는 가족이 웃으며 지내도 사장이라는 사회적 직함이 없다면 실패한 인생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즉, 성공을 하나의 틀로 정의내릴 수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나는 고민을 멈췄다. 그에게 꿈이 지점장이라는 것은 정말 하나의 단편만 말해 줄 뿐이다. 부모님 중 누군가가 부지점장으로 끝나서 자식인 자신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드리려는 의지의 발현일 수도 있다. 혹은 주변의 행복을 챙기며 사는 게 목표일 수도 있다. 그 속내를 완전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오는 것은 그 삶이 오는 것이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시가 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같은 맥락에서, 우리도 주변을 돌아 볼 때 사람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일부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여러분의 꿈은 자신이 가장 잘 알겠지요.

행복한 꿈을 꾸는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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