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도 소재도 분명하다.
오늘 회사에서 똑똑하다고 정평이 난 사람들과 회의를 했다. 우리 부서 똑똑한 후배를 데려가면서 얘기했다.
재밌을 거야. 천재라 불리는 사람의 생각 흐름이 어떤지 알 수 있는 기회일 것 같거든.
의견 다툼은 있었다. 영화에서 보듯 특출 난 천재 한 명이 모든 의사결정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은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다른 회의와 차별점은 있었다.
1. 방향성이 분명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부정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 하나는 '결론이 있는 회의가 좋은 것이다.'라는 것이고 '대안 없는 비판은 나쁘다.'는 것이 나머지다. 회의의 목적을 결론 내기로 삼는 순간 심도 깊은 논의를 못 할 수 있고 대안이 없더라도 비판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 말들이 나오게 된 배경을 잘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저 문장들을 진리처럼 떠받들면 그것 또한 문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회의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주제(와 더불어 개념들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즉 딴 얘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의미 있는 회의를 향한 지름길인 셈이다. 똑똑한 사람들은 주제를 잃지 않았다. 다들 콤팩트하게 일을 하니 표현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2. 모르는 개념을 빠르게 배운다.
이는 화자와 청자로서의 두 역할 모두에 해당한다. 상대방은 모르는데 나만 아는 개념이라면 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가끔 전문용어 늘어놓으며 자신만 고고한 척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상대를 설득해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게 회의의 목적이란 사실을 망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회의는 누가 더 잘났는지 뽐내는 경연대회가 아니다.
청자로서도 마찬가지다. 똑똑한 사람들은 새로운 개념을 빠르게 배운다. 혹시 완전히 이해를 못 하면 자신이 익숙한 분야에 빗대어 이해를 돕는다. 가끔 그런 논리를 보노라면 한 편의 은유 시를 보는 것 같은 아름다움을 느낄 때도 있다.
3. 기다릴 줄 안다.
똑똑한 사람들은 기다릴 줄 안다. 상대의 논리가 귀납법인지 연역법인지, 결론이 앞서는지 근거를 앞세우는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회의가 자신의 뜻과 다르게 흘러가도 참을 수 있다. 특성 1과 2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특성인 셈인데 회의 결론이 어찌하리란 결단을 쉽사리 내려두지 않는 것이다.
(이건 별첨인 셈인데) 직관력이 강하다. 그리고 묘하게 비슷한 결론이 나와 있다. 오늘 회의는 어떠한 %를 논하는 자리였다. 모인 인원들이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값이 유사했다. 서로 사용한 논리는 달랐지만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는 내 경험칙에 불과하지만 상당히 높은 빈도수로 발견할 수 있었다. 무의식을 강조했던 천재 수학자 푸엥카레가 오버랩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