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퇴사 시점 논의가 아니다.
"원피스"라는 만화가 있다. 엄청난 대작인데 나는 일부편만 겨우 접했을 뿐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왕 이를 언급하는 것은, 그나마 극장판은 거의 다 본 덕분이다.
귀여운 순록 캐릭터 토니토니 쵸파는 사람(!) 양아버지가 있다. 닥터 히루루크라고 불리는 엉터리 의사인데 쵸파의 과거를 다룬 편에서 그가 세상을 뜨며 외치는 말이 있다.
인간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는가?
사람들로부터 잊혀졌을 때다!
직장에서 커리어가 끝나는 순간은 언제일까? 얼마 전, 좋아하는 선배 한 분, 후배 한 명과 술자리에서 얘기를 하다 문득 이 화두가 떠올랐다. 단순히 퇴사를 하는 시점일까? 혹은 회사가 사라지는 순간일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기준은 다를 것이다. 그저 월급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퇴사든, 회사의 소멸이든 그 자체가 그에게 커리어의 종말이 될 것이다. 물론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볼 때 경제수단의 확보를 뜻할 뿐, 그 이상의 뜻은 없다.
커리어를 정의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경제수단으로서의 직장생활이라는 것보다는 넓은 범위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것 이외의 경우들을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내게 있어 커리어의 종말이란 다음과 같다.
배우고 싶은 선배가 더이상 없을 때
또는
가르쳐 주고 싶은 후배가 없을 때
커리어를 성장과 연계한 시선이다. 물론 다른 조건과 연관을 짓는다면 새로운 정의를 도출할 수도 있다. (보람차지 않을 때, 내 필요성을 느낄 수 없을 때 등)
사실 내가 내린 정의는 이견의 여지가 충분하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기본적인 반박 요소가 될 테다. 나아가 실력이 차면 하산하는 도인 같은 인식이란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본인 입장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모두 옳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커리어의 종말이란 성장을 멈추는 때란 것일 뿐, 그 때가 왔다고 해서 반드시 퇴사를 한다거나 업무 태도가 불량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가장 고민이 많아질 때라는 것 정도만 얘기할 수 있을 따름이다.
닥터 히루루크는 저렇게 멋진 말을 하고선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며 외친다.
정말 멋진 인생이었다!
우리도 삶의 끝에 이 멋진 외침을 할 수 있으려면 내가 추구해야 할 커리어의 관점이 어떤 방향인지 고민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말 멋진 하루였다!"
좋은 삶이란 이 말들이 누적된 것일지도 모른다.
방송인 홍진경님이 어떤 프로에서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좋은 하루란,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것 하나 없이 마냥 기분이 좋을 때다."
모두 좋은 하루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