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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an 28. 2018

회사의 영원한 화두 : 인력

회사가 원하는 사람 vs 회사를 좋아하는 사람

0. 잡상의 발단


회사는 사람과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은 다양하다. 생산설비, 소프트웨어(ERP), 또는 업무 Process 등을 통칭한다. 이런 시스템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것 역시 사람이다. 그렇기에 사람에 대한 문제는 모든 회사의 영원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력운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어떤 사람을 뽑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인사철을 맞아 어느 날 샤워를 하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어떤 후배가 들어오는 게 좋을까?'. 이와 대등한 레벨이지만 방향을 달리하는 고민도 있다. '어떤 선배 밑에서 일을 배우면 좋을까?'. 이런 생각을 좀 더 넓혀 회사의 입장에서 보고 싶었다. 회사는 어떤 사람을 뽑는 게 좋은 것일까? 잡상이 시작되었다.



힘든 구직활동을 끝내고 채용 됐을 때의 기분이란, 요로코롬 좋은 것이다.





1. 고민의 전제 (혹은 가정)


고민에 앞서 몇 가지 전제를 세워보자. 전제라기보다는 가정, 또는 개념 정의라고 봐도 무방하다.


① 회사가 원하는 사람

    - 회사의 가치나 문화에 대한 적응이 조금 부족하지만

    - 회사의 공석을 채우기에 적합한 스펙을 지닌 사람


② 회사를 좋아하는 사람

    - 회사에서 원하는 스펙에 조금 미달하지만

    - 회사의 가치나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사람


일견 비현실적인 가정이라 할 수도 있다. 현실에서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회사를 고려해 그 회사가 원하는 스펙을 갖춘 뒤 구직활동에 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이나 양성의 관점에서 이 고민을 바라본다면 현실에도 접목 가능하다. '역량을 기준으로 채용한 뒤 회사 가치를 교육하는 것'과 '가치에 쉽게 적응하는 사람을 채용한 뒤 역량 교육을 시키는 것'의 비교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론(?) 전개의 편의를 위해 현실성을 조금 희생한 가정을 해 보자.

    



2. 회사가 원하는 사람


1) 장점 

채용절차가 쉽다. 회사의 공석에 필요한 역량을 나열하고 그 조건을 갖춘 사람을 뽑으면 된다. 이는 공정성 관점에서도 안전하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공채를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회사에 필요한 역량은 어느 정도 정의 가능하다. 필요한 인력이 수십 명이 되는데, 일일이 정성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때 정량적 자료로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 수월하다. 


회사는 돈을 버는 곳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익을 많이 내려면 투입되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간결한 채용절차는 비용을 줄인다. 금전적 비용뿐 아니라 시간적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절감 효과는 더욱 크다. 각 부서가 자체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소규모로 수시 채용하는 절차가 아직 우리나라에 널리 퍼지지 않는 사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는 나중에 인력 운용의 부분과도 연관해서 고민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2) 단점

회사 가치에 부합하지 않거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대부분 퇴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설사 남아서 업무를 보더라도 늘 앓는 이처럼 무언가 불편함을 야기한다. 혹은 조직에 불편함을 주지 않더라도 구성원의 행복을 측정해 본다면 분명 마이너스 요소가 될 것이다. (공리주의를 따르자는 건 아니다.)




3. 회사를 좋아하는 사람


1) 장점

조직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다. 회사에 긍정적인 기운을 전파할 수 있다. 회사의 전략이나 발전 방향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업무 참여도가 높아질 수 있다.


2) 단점

아무리 가르쳐도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역량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회사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차변과 대변을 모르는 사람을 (극단적인 예이긴 하다.) 회계부서에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회사의 "현재"를 사랑한 나머지 회사의 "미래"나 "변화"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반감을 가질 수 있다.


IBM을 너무나 사랑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몇 년 전 IBM은 컨설팅 및 클라우딩 서비스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만약 그 사람이 '컴퓨터를 만드는 IBM'만을 사랑한 것이라면 이런 변화에 분명 거부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정을 보고 비현실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젊은 구직자 모두가 선호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자진 퇴사율이 0%는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래 기고문을 보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닌데, 퇴사율을 찾아볼까 하고 구글에 쳤더니 이 글이 퍼뜩 눈에 들어왔다. 순서만 다를 뿐, 인용한 기업이 딱 두 개에 그것도 구글과 페이스북이지 않은가! ㅎㅎ)

http://fortune.com/2015/07/06/why-do-people-quit-their-jobs-at-dream-companies-like-facebook-or-google/




4. 둘 중 누가 더 나은가?


이들 둘 사이에서 취사선택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현실적인 대답은 'No'다. 말했다시피 현실에서는 대부분이 기업이 원하는 마지노선의 스펙을 채운 채로, 면접에 임해서는 '이 기업을 어릴 때부터 xxx 사유로 좋아해 왔으며...'하는 식으로 애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해당 기업 로고 색깔에 맞춘 넥타이를 하고 가라는 조언까지 있었을까. (요새는 없는가. 나는 정녕 아재인가.)


하지만 이론적으로, 혹은 상상으로 어떤 사람이 더 나을지 생각해 보자. 선택의 갈림길에서 하는 베팅을 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 대부분 손해 보는 기대수익이 적은 곳으로 택하는 편이다. 즉 단점의 효과가 적은 안을 택한다는 뜻이다.


①역량은 되는데 회사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사람과, ②회사를 사랑하지만 역량이 안 되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1)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일단은 일이 굴러가게끔 해야 한다. ① > ②라고 볼 수 있다.


2) 회사는 사람이 모인 곳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기분 좋게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② > ① 인 경우다.


기분 좋게 업무를 해 보았자 성과가 안 나오면 말짱 꽝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①의 손을 들고 싶고, 그 일을 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②를 지지하고 싶다. 무한궤도 같다. 답이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세상에 정답이 하나인 경우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답은 다양하다. 이를 위해 조금 더 현실을 가미해 보자. 조직이 작아서 한 명만 뽑는 경우가 아니라면 ①과 ② 외에도 다수의 직원들이 있다. 신규 채용이라면 동기가 더 존재하는 것이고, 설사 한명만 뽑았어도 조직 내에 선배들이 있다. 즉 조직의 다른 구성원들을 고려하자는 말이다.


조직 구성원이 대부분 ①이라면 ②의 영입이 신선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소위 '메기 효과'와 유사한 경우다.

조직 구성원이 대부분 ②라면 ①의 영입으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으쌰 으쌰 하는데 정작 일을 못하고 있다가 비로소 일 잘하는 사람이 들어와서 전진시키는 경우다. 마찰 임계점을 넘은 바퀴가 굴러가는 형상이다.




5. 그래서 회사는 교육을 강조한다.


단순화된 가정을 바탕으로 상상을 전개해 보았다. 취사선택의 경우에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으나, 다른 구성원의 성향을 더해서 생각하면 (답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각자의 선택에 따른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완전히 현실로 돌아와 보자. 현실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①과 ②가 존재한다. 그 스펙트럼은 동기들 사이에서도, 직장 내 선후배 사이에서도 다양하게 펼쳐진다. 회사는 각자의 색깔에 맞게끔 조직을 구성하면서도 실적을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회사는 기준을 바꾼다.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100 ~ +100까지 있다고 할 때, 사람들이 최소한 음수는 되지 않게 노력하되 그렇다고 종교집단처럼 회사만을 바라보지 않는 수준으로 애정도를 정의한다. 즉 신입사원들은 +90 ~ +100 정도의 애정도를 가진 것처럼 보이려 하지만 정작 회사는 -10 ~ +50 정도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회사의 가치관 교육을 들어보면 대부분 그 정도 선이다. 요즘 세상에 누구 한 명을 신성시하거나 기업의 역사를 미화한다고 넘어갈 젊은이는 없지 않은가. 


회사의 역량도 마찬가지다. 구직자는 +100 ~ +120을 보여주려 하지만 사실 회사가 내세운 것은 +20 정도다. (과도한 스펙 쌓기를 구직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다. 이 관점과 별개의 문제다.) 회사의 애정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낮다. 전공 무관, 회사에서는 어차피 일을 새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crispwatch/22


경력직도 마찬가지다. 지원자는 예전 성공경험을 부풀려 +150을 주장하지만 사실 회사는 +50 ~ +80 정도만 내세운다. 과거 성공한 경험은 현재 당면한 문제를 풀기에 하나의 가이드를 제시할 뿐이지 주어진 조건과 제약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는 교육을 강조한다. 가치관 교육이든, 역량 교육이든 마찬가지다. 개인이 생각하는 기준과 다른, 회사 자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말이다.





여기서 연관되는 것이 하나 더 생긴다. 그 교육과 맞지 않거나,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 제 발로 회사를 떠난다. 그러므로 회사는 채용률에서도 기준을 바꾼다. 채용자 모두가 남는 +100이 아니라, 그중 어느 정도만 살아남아서 몇 년 뒤 회사에 보탬이 되면 된다는 기준이다. 물론 그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60 ~ 80만 남아도 사내에서 세대를 이전하는 데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물론 남은 60 ~ 80프로가 대부분 ①이라거나 ②로 편향되어 있다면 문제가 다르지만... 아, 또 무한궤도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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