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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13. 2019

불황의 정의

Technical Recession

엊그제 Wall Street Journal에서 독일의 불황에 대해 다뤘다. 금주 중에 독일의 GDP 성장률 발표 예정이라 그에 맞춰 짧은 기사를 낸 것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독일 3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가 거의 확실한 상황이며 만약 이것이 실현된다면 지난 분기에 이어 연속 2분기 감소에 직면하게 된다고 한다.


아직 성장률 수치가 발표 나지도 않았는데 먼저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연속 2분기 성장 감소가 '경기 불황'의 기술적 정의(Technical Recession)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을 정의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술적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YoY)  GDP가 연속 2분기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의를 보면 알겠지만 기술적 불황에 해당한다고 해서 무조건 비관할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올해 2, 3분기 GDP가 작년 2, 3분기보다 줄었을 수는 있지만 일시적 하락일 뿐, 4분기에 반등하여 2019년 연간으로 봤을 때는 성장을 기록할 수도 있다.


또한 기술적 불황 정의와 달리 일반적인 '불황'은 실업률, 물가, 제조업 생산지수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한다. 즉 기술적 불황에 해당했다고 해서 무조건 그 나라가 진짜 '불황'에 진입한 것은 아니란 소리다.


독일을 우려하는 다른 이유는 EU에서 독일이 갖는 비중에서 찾을 수 있다. EU에 선진국은 많지만 실상 EU를 이끌어 가는 듬직한 주축은 독일이었다.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및 그에 따른 수출 물량을 바탕으로 금전적 측면에서 독일은 ECB의 주된 버팀목 역할을 했다.


만약 브렉시트가 이뤄진다면 그나마 EU에 양(+)의 기여를 하는 나라마저 빠지게 되어 독일 홀로 고군분투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그런 독일이 휘청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기사들이 독일의 침체를 앞두고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일시적인 것이다, 조만간 회복한다, 기술적 불황은 의미 없다는 뉘앙스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는 경제의 심리적인 측면을 고려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관련한 내용을 일전에 한 번 다룬 적도 있다. (뱅크런 부분 참고)

https://brunch.co.kr/@crispwatch/271




여기서 우리는 아래 질문 정도를 화두로 생각해 볼 수 있다.


1. Technical Recession이라는 것을 마련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이 곧 진짜 Recession을 뜻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정량적 수치는 누구나 동일하게 받아들인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왜 하필 2분기 연속이냐? 3 분기면 안 되냐?'라는 식의 정성적 반론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Alarm' 기능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제아무리 금융이나 경제에 통달한 사람이라도 세상 모든 이슈에 눈과 귀를 열어놓고 살지 못한다. 그러나 2분기 연속 GDP 감소 국가가 발생하면 경보를 울리고 그때 그 국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2분기 연속이면 대책을 세우는 데도 아주 많이 늦는 것은 아니다. 여러모로 적합한 기준이 될 수 있다.



2. 불황의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뉴스에서도 다뤘음직한 내용들은 주로 수요과 공급 측면으로 나눠서 보는 것이다. 공급이 줄거나, 요가 줄거나 하는 식이다. 공급이 줄면 경제가 위축되면서 물가는 상승하고, 수요가 줄면 경기 위축과 물가 하락이 동시에 온다. 특히 후자는 디플레이션과 연계될 수 있어 더 위험하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를 설명하는 데는 여러 루트가 있겠지만 일상에서 쉽게 와 닿는 것은 심리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물가가 내리는 추세라면 굳이 지금 물건을 살 이유가 없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가격이 더 내려가기 때문이다. 즉 시장에 돈이 돌지 않고 가정의 주머니에 머물게 된다. 정부에서 아무리 돈을 풀어도 돈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므로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더 내리다가 결국 도산하고 불황은 더 심해진다.



3. 그렇다면 불황을 어떻게 이기는가?


>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돈을 푸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그야말로 화폐를 시장에 풀든, 아니면 정부가 각종 정책을 시행하여 그 반대급부로 돈을 풀든 마찬가지다. 그러나 앞서 디플레이션과 연계되면 돈을 풀어도 효과가 없다고 얘기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중앙은행의 운행에 '물가 목표'가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 측 부진으로 경기불황과 디플레가 동시에 왔다면? 가계가 소비에 나설 수 있도록 심리적인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방식은 어떤 형태가 될지 나도 모른다. ("어랏, 넌 아직 안 샀니? 나는 이거 최신판으로 샀는데~" 하는 식의 광고가 난무할지도?)



4. 만약 타국이든 자국이든 불황이 발생할 것 같다면, 우리 회사/ 우리 집이 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 겨울이 온다는 생각이 들면, 외투를 꺼내고 옷깃을 여밀 일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능사일까? 위기는 기회라는데 투자의 호기가 될까? 만약 당신이 CEO라면 불황에 투자를 하겠는가? 아니면 조용히 엎드려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리겠는가?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는 주인공의 새우잡이 배가 풍랑 속에 바다로 나가 있는 동안, 정박해 있던 배들이 모두 부서지는 바람에(!) 독의 기회를 얻어 성공을 거머쥔다. 이는 꽤 대단한 은유인데, 포레스트 검프는 위기의 순간에 투자를 한 것일까? 아니면 기다린 것이라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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