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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an 29. 2020

신종 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빠르게 보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산정에 대하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여기 미국도 난리다. 1/28일 현재 5번째 확진자까지 나오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거나 인근 어떤 병원에 의심 환자가 입원했다는 식의 얘기가 나돈다. 전 세계 어디에나 카더라와 음모론은 활기를 띤다.


일부 기사에서는 과거 SARS때와 발병자 및 사망자 추이를 시간 흐름에 따라 비교한 그래프까지 제시하며 '지금 추세라면 훨씬 더 심각한 피해가 생길 것이다.'는 주의를 주고 있다. 한 발 나아가 우한 근처에 있는 병원균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레지던트 이블 스토리...)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조심하는 것' 밖에 없다. 영향을 받는 각국 정부와 WHO의 역할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는 방안에 최대한 협조하는 것이 최선이다. 협조는 간단하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손을 자주 씻고, 사람 많은 곳에 이동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기침할 땐 팔 상단으로 가리고, 마스크를 쓰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신고하는 것이다. 


3년 전 휴스턴에 있었을 때 역대급 허리케인 'Harvey'가 닥쳤다. 뉴스에서는 연일 '집이나 대피소에서 안전하게 머물라'라고 했지만 이내 호기심(또는 치기) 어린 사람들이 도로로 나왔고, 그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정말 필요한 곳에 출동해야 할 소방차를 활용해 구해야 했다. 이쯤 되자 뉴스에서 아예 감정 섞인 보도가 나왔다. 


"다친 곳이 없거나 위험한 환경이 아닌 사람들은 제발 좀 집에 있으세요! 당신들 때문에 정말 위험한 사람들 구조가 늦어집니다!" 앵커는 정말로 철없는 사람들을 꾸짖고 있었다.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는 저 단순해 보이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묵묵히 실천해야 한다. 그게 전 세계 안전에 보탬이 되는 가장 가까운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질병이 발생하면 비단 환경이나 보건뿐 아니라 경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많은 뉴스 보도를 접했겠지만 관광 수입이 줄어드는 게 대표적인 예다. 마스크 등 관련 물품의 판매량이 늘고, 그것을 생산하는 업체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주가도 내리는 게 보편적이다. 아무래도 질병 때문에 경제 활동에 위축이 있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그러나 시장을 보면 이보다 더 직접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있다. 


바로 환율이다. 환율은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초기에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발생했다가 미국, 유럽 등 거리가 있는 나라에도 확진자가 나오자 이내 안전국 통화의 가치도 동반 하락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관련한 정보를 좀 더 검색하던 중 한국 뉴스에서도 '전국 은행 비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어 클릭해 봤더니 '각 점포에 마스크를 비치하고...'라는 물리적 대응 내용뿐이라 아쉬웠다. 환율에 즉시 대응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은행권인데도 말이다.


환율은 단순히 다른 나라 간 돈의 교환 비율을 뜻하는 게 아니다. 그 나라의 다양한 요소가 녹아있다. 그 나라 화폐에 대한 수요가 오르는지 내리는지부터 시작하면 그 나라에 어떤 정치, 경제적 요인이 있는지 파악하기 쉽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유가나 원자재 가격도 들 수 있는데 이에는 하나의 가격에 좀 더 다양한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파악하기 까다롭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효율적 시장의 조건이 갖춰지면 가격이 다양한 정보를 대변해 균형에서 결정된다고 들었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않았고 가격은 생각만큼 많은 정보를 내포하지 못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뛰노는 환율은 교과서적인 내용에 조금 더 가깝게 활동한다. 


이처럼 경제 외적인 것을 경제적으로 산정하는 요소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게 없다면 실제 우리 삶도 파악하기 힘든 게 많다. 주부 가사 활동의 경제적 가치, 이번 바이러스 발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어떤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을 때 발생하는 효용이 얼마인지 등을 계산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을 가만히 보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는 좀 후한 편이다. 어떤 기사를 펼치더라도 그 활동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산정한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정책의 경제적 가치가 몇 천억 원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보고도 어색함이 없다. 곰곰 생각하면 이를 어떻게 계산한 것인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반문해 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그 부분이 좀 덜하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손실에서는 당연히 그런 추정을 하는데 (계산이 가능하니까) 다른 항목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 


지금 이 도시에서 내가 타고 다니는 전철은 무척 낡았다. 아마 한국이었다면 바로 새것으로 바꾸면서 '이용객들의 편의 증가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xxx 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기사가 떴겠다 싶은 정도다. 그러나 여기는 그러지 않는다. 관련 업계에 계시는 분과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단순한 회계적 감가상각 기간을 따른다고 한다. 무미건조하다. 하지만 이견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무형의 가치를 어떻게 계산에 산입 할지 결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의 비중을 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어쩌면 경제가 아니라 "문화"의 한 영역으로 편입해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가 별로 내부 사정이 어떨지 몰라도, 외부적으론 환율이라는 게 생각보다 꽤 괜찮은 통합 지표 역할을 해 내고 있다. 무언가 세계적인 이슈가 생겼다면 일단 환율의 움직임도 참고해 보는 게 정보 취합의 좋은 시작점일 수도 있다는 것만 기억해 두자.






* 북한은 바로 국경을 폐쇄했다고 한다. "월드 워 Z"라는 영화에서도 유일한 좀비 청정국으로 북한이 나왔다. (전 국민의 이를 다 뽑아서 전염을 막는다는 설정으로 기억한다.) 만약 이러한 시기에 북한 화폐가 국제 금융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었다면 엄청난 가치 상승을 맛봤을까? 이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신호 대기하던 제 차를, Black ice로 미끄러진 뒷 차가 추돌한 전형적인 Rear ended 였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으나 해외에서 큰 사고를 겪는 게 처음이라 경황이 없어 글을 한동안 못 썼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후속 처리 진행 중인데, 차량 수리비/ 치료비 등 가시적인 항목 외에 보상금/ 합의금이라는 非가시적 항목이(Non-visible) 한국과 좀 다른 듯합니다. 


낡은 전철, 코로나 바이러스, 그리고 사고 합의금이라는 항목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얽혀 있다가 문득 이를 다 대변하는 환율에 대해 써 보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브런치 재개 글로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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