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히 자신을 스트릿 포토그래퍼라 부른다. 포토그래퍼는 한국말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1. 사진가(기술적 측면에서) 2. 사진작가(본인 철학이나 세계를 구축하는 측면에서) 민망하기 그지없으나 나는 2번째 의미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라는 단어의 무게가 상당해서 글에 있어도, 사진을 찍는 데 있어도 내 이름 앞에 붙이기 거북하다. 그러니 타협해서 두 의미에 발을 걸친 영어식 표현 - 포토그래퍼가 됐다.
이번 글은 사용하는 카메라의 변천을 중심으로 진행이 될 것이다. 어떤 카메라를 어떤 순서대로 사용했으며, 사용하는 동안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웠는지 이야기할 계획이다. 중간중간 그 당시 찍은 사진을 첨부해 파워 블로거 맛을 내볼까 한다(이미지의 힘을 빌려 조회 수 늘리려는 심산이다)
1. 핸드폰 카메라 버전 1 (갤럭시 S7)
사진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배우자의 영향이 크다. 장인어른의 취미를 이어받아 와이프는 사진 찍는 취미를 갖고 있다. 오래된 취미로 그에 걸맞은 실력과 전문 분야(건물)에 대한 지식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 배우자여서 자연스레 멜버른 소재의 사진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모임원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녀가 어중이떠중이 모아놓은 단체에 실망하고 발길을 끊을 거라 생각했다. 예상과 반대로 모임은 길게 이어졌다. 곁눈질로 본 다른 회원들의 사진은 생각보다 수준이 높았다.
중학교 사진부 부장 출신인 나는 사진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왜? 나 말고도 같은 화면 찍을 수 있는 사람 수두룩 빽빽하니까. 사진이라는 장르는 창조 활동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매체는 글이면 충분했다. 벗,(친구란 뜻이 아니고 그러나) 일상의 활력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사람들 만나볼 요량으로 모임에 깍두기 참여했다. 모임에 앞서 모임장이 사진 찍기 좋은 출사지를 정하고, 사진 촬영에 앞서 서로가 기술적인 부분과 내용에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체계적인 환경이 합리가 제일이라 외치는 내게 와닿았다.
얼떨결에 모임의 일원이 되고 본격적으로 출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내 소유 카메라가 없기도 했고, 복잡한 버튼과 씨름하고픈 생각도 없었다. 핸드폰이면 충분했기에 소유하고 있던 갤럭시 S7을 사용했다.
그 무렵 찍은 사진이 바로 이 사진들.
2. 핸드폰 카메라 버전 2 (갤럭시 S9)
애국이거나 대기업에 우호적이어서 먼 타지에서 삼성 핸드폰을 산 것은 아니다. 순전히 개인적 이유, 사진이 잘 찍히기 때문에 갤럭시 S9을 구매했다. 기존에 쓰던 S7과 인터페이스가 비슷할 거란 추측도 구매에 일조했다. 프로모드를 사용해 핸드폰 카메라의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이 무렵부터 출사에 몇 번 나가 모임원들과 가까운 관계를 갖게 됐고, 촬영 뒤 작업에 관심 또한 갖게 됐다. 흔히 후보정이라 불리는 활동이다. 와이프처럼 PC를 이용한 본격적 보정은 아니었다. VSCO라는 모바일 디바이스 전용 보정 툴을 이용해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사진을 수정했다. 워낙 기능이 많은 애플리케이션이어서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몇 가지 핵심 기능(노출, 색온도, 기울기 변환) 위주로 사용하다 와이프의 따뜻한 지도 편달 아래서 하나 둘 기능을 배워갔다.
그 무렵 찍은 사진이 바로 이 사진들.
3. 올림푸스 E-pl8
핸드폰과 작별의 시간이 왔다. 일단 이 카메라는 와이프 소유다(결혼 전에 내가 생일 선물로 줬다) 그녀가 실컷 사용하다 장인어른이 보내주신 물 건너온 펜탁스의 상급 DSLR 카메라로 갈아타면서 찬밥 신세가 된 친구다. 이 카메라의 장점이라면, 브랜드에 있다. 올림푸스가 본인들 마이크로포서드(이미지 센서 규격) 제품들 가격 방어를 못하는 바람에 출고가의 1/3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출시한 지 1년 정도 지난 시점이란 게 새삼 놀랍다. 동급 성능 제품들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내 돈 주고 산 타인 소유 카메라를 들고 출사에 참여했다. 번들 줌렌즈가 제공하는 이미지 퀄리티가 상-당-히 떨어지는 반면, 추가로 구매한 루믹스 단렌즈(단렌즈는 줌이 안 되는 대신 높은 선예도와 이미지 퀄리티, 낮은 조리개 값(전반적으로 밝아 사진 속 디테일을 살린다))는 핸드폰 카메라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성능을 보여줬다.
우선 핸드폰 카메라와 카메라 카메라(일반 카메라)의 차이는 이미지 센서와 초점거리에 있다. 핸드폰 카메라는 카툭튀가 돼도 심도 표현(아웃포커싱)이 어렵다. 소프트웨어 프로세싱으로 아웃포커싱 맛을 내는 것은 가능하다. 핸드폰을 주력으로 사용하면서 서서히 배경 흐리기 효과와 공간감 내기에 욕심이 생겼다. 같은 장소 찍은 다른 회원들의 사진과 핸드폰으로 찍은 내 사진을 비교하는 시간이 늘어감에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 핸드폰 카메라 프로 모드를 사용하며 핵심 기능 몇 가지를 배웠기에, 실제 카메라를 조금은 다룰 수 있었다.(셔터 스피드, 조리개, ISO 조절 정도)
보정은 마찬가지로 모바일 편집 애플리케이션인 VSCO를 사용하여 진행했다. 그 무렵 찍은 사진이 바로 이 사진들.
4. 소니 A5100과 A6000 그리고 여러 렌즈들
배우자의 조언을 듣고 PC에서 후보정을 시작할 무렵, 장인어른이 또다시 장비를 보내주셨다. 소니의 인기 바디 2대 a5100과 a6000, 그리고 번들렌즈와 포용하는 범위가 엄청난 18105G 렌즈(광각, 표준, 망원 화각을 다 잡는다. 쉽게 말하면 가까운 것도 먼 것도 다 찍을 수 있는 렌즈)가 물 건너 왔다.
덕분에 요즘 가장 인기 많은 소니의 미러리스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줌 기능을 사용하니 저--- 멀리 있는 사람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번들렌즈의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고, 18105G 렌즈 또한 너무 다양한 각도를 다루려 하니 선예도가 떨어졌다. 저녁이나 빛이 약한 실내에서는 높은 ISO가 선보이는 노이즈에 시달려야 했다. 공교롭게도 첫 사용 시간이 저녁 무렵이었다. 집에 와서 결과물을 보고 한동안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다 인터넷에 다른 이들이 같은 카메라로 찍어 올린 사진을 보게 됐다. 찍는 사람이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한번 카메라를 챙겨 길을 나섰다. 생면부지 인물들과 건물, 조형물들을 조합하는 거리 사진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거리 사진을 찍을 때 글에서만 느꼈던 세상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고 재현하는 느낌을 받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자연광이 잘 받쳐주니 생각보다 준수한 선예도를 맛볼 수 있었다. 줌을 길게 당겨 몰래몰래 낯선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 무렵 찍은 사진이 바로 이 사진들.
5. 소니 A7 마크 2 + 삼양 50mm F1.4(자기주장 굉장히 강한 렌즈)
사람을 결여됐을 때 욕망을 느낀다. 온전한 내 카메라를 갖고 싶었고, 크롭바디와 줌렌즈가 제공하는 상대적으로 낮은 선예도에 반전을 주고 싶었다. 이는 AASP(호주 거리 사진가 단체)의 일원이 되고 의욕이 샘솟는 시기와 겹친다. 한마디로 좋은 카메라 사고 싶었다. 풀 프레임 바디와 조리개 낮은 비싼 렌즈의 조합이라면 상업 사진을 찍어도 문제없는 퀄리티를 제공한다. 딱히 상업 사진을 찍을 계획은 없었지만 비싼 게 좋은 것이라는 진리를 믿고 와이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허락을 요청하고 그 두 제품을 손에 쥐었다.
문제는 곧 드러났다. 심도가 얕게 들어가 집중이 되는 대신 심각하게 얕아 같은 얼굴 한 면인데도 코에만 초점이 맞거나 눈에만 맞는 일이 생겼다. 결국 조리개 값 0. 몇 낮추려고 산 거대 렌즈는 본질을 상실했다. 또한 오토 포커스가 느리고 논산 훈련소 사격 훈련 떠올리게 하는 초점 잡는 소리와 셔터 소리에 깜짝 놀라길 반복했다. 거리에서 사람들 사진 찍는데 카메라의 위압적인 크기와 소리가 방해공작을 펼쳤다. 가벼운 카메라였다면 이리저리 움직여 다양한 각도에서 셔터 누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실망도 함께 왔다. 결국 몇 번의 결정적 순간(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선생님이 쉼 없이 말한)을 놓쳤다. 비싼 게 다 좋은 게 아니었다. 목적에 맞는 게 제일이다.
그 무렵 찍은 사진이 바로 이 사진들.
6. 종점 - 리코 GR2
모든 물욕을 채우니 그제서야 자신의 사진 생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카메라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됐다. 돈 받고 촬영하는 전업 작가가 될 것도 아니다. 거리에서 빠르게 순간 포착할 수 있는 가볍고 선명한 카메라 한 대면 충분하다. 여러 거리 사진사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일단 카메라 들고나가야 뭐가 되든 된다' 자주 들고 다니려면 가볍고 부피가 작아야 한다. 주머니에 넣었다가, 작은 가방에 넣었다가 목에 맸다가 손목에 걸 수 있는 카메라. 그러려면 렌즈 탈부착 식 미러리스가 아닌 똑딱이 카메라가 적합하다.
거리 사진을 주로 찍는 해외 사진사들의 추천 카메라 목록을 검토하고, 유튜브에서 실제 사용기와 리뷰, 결과물들을 비교해봤다. 추리고 추려 리코 GR2 혹은 GR3와 후지필름 X100F라는 엔트리가 완성됐다. 동료 사진가가 마침 x100f 제품을 갖고 있었기에 사용해볼 수 있었다. 우선 지금까지 사용한 어떤 카메라 보다 내게 잘 맞았다. 리코는 유튜브 속 대리인들이 실컷 사용하는 모습을 통해 얼추 x100f와 포지셔닝과 기능이 비슷함을 알 수 있었다. 둘 중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이베이에 괜찮은 가격에 리코 GR2 제품이 올라왔다. 구매 전에 앞서 말한 후지 카메라를 보유한 사진가에게 약간 민망한 가격에 판매할 것을 제시했다.
결국 6번 카테고리의 제목에 적혀있는바와 같이 리코 GR2를 사진 않았고, 동료이자 친구에게 x100f를 구매했다. 이런 장난을 거짓말이라기 보다 극적 허용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먼 길 돌아 본인에게 잘 맞는 카메라에 정착했다.
최근 찍은 사진이 바로 이 사진들.
마지막으로 내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를 남긴다. 이 짧은 설명은 본인 사진 웹페이지와, 현재 활동 중인 AASP(Australian Association of Steet Photographers) 개인 갤러리 소개 글이기도 하다.
Until a while ago, I used to read and write when I had time. One day, I went out with my wife's camera in my hand. Now I read, write and take photographs. Thanks to this new routine, I look around more and pay a great attention to people, streets and buildings for the joy to find myself during the process. That is the main reason why I head out to streets.
얼마 전까지 나는 읽고 쓰는 데 시간을 썼다. 어느 날 와이프 카메라를 들고 외출하게 됐다. 이제 나는 읽고, 쓰고, 찍는다. 새로운 취미 덕분에 주위를 더 세심하게 본다. 그 과정에서 내가 무슨 생각 하며 사는지 깨닫게 된다. 그게 좋아서 사진 찍으러 외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