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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Apr 03. 2020

호주 총리 "너희 집으로 돌아갈 때야"

it is time to make your way home

링크 - https://www.abc.net.au/news/2020-04-03/coronavirus-pm-tells-international-students-time-to-go-to-home/12119568?utm_source=abc_news&utm_medium=content_shared&utm_content=link&utm_campaign=abc_news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호주 사는 한국인 친구가 뉴스 링크(위에 첨부한)를 공유했다. 뉴스엔 호주 총리 스콧 모리슨의 성명이 담겼다. 그는 호주 시민을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단 의지를 다졌다. 이제 비영주권자와 유학생(돈 없는)이 집에 갈 시간이라 덧붙였다. 호주 대표의 입에서 "집에 갈 시간"이란 말이 나왔다. 이곳은 우리 집이지, 너희 집이 아니다란 행간을 읽는다. 선이 그어졌다.



나는 그가 말한 '집에 갈 사람'은 아니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수입이 있고, 어쩌면 정부 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다. 비자 상태만 보면 그가 최선을 다해 도울 사람 중 하나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두 종류의 불쾌감을 불러왔다. 총리의 노골적인 편가르기에서 하나, 나는 살았단 안도감에서 하나. 내 몸뚱아리 건사함을 우선하는 얄팍함이 미안하다. 미안함을 숨기려 불합리함을 소리 높여 지탄한다.  


당신의 비자가 영구적이지 않고, 돈까지 없다면 떠나라는 소리는 이민자 국가의 리더가 하기엔 부적절하다. 자국민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나, 표현 방식이 잘못됐다. 여러 대안이 있다. 이를테면, "인프라의 부족으로 방문객, 유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데 모자란 부분이 있다. 그들이 자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항공편을 마련하겠다." 혹은 "국가 재정 문제로 모든 체류자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는 자국민을 우선으로 지원하되 상황이 나아지면 지원 범위를 확대하겠다." 등. 



강력한 워딩의 원인을 찾아보자면, 1. 적을 상정해 호주 시민을 결집시키려는 의도 2. 정부로 향하는 비난을 돌리려는 의도 3. 체류 가능한 이들에 선민의식을 심어주려는 의도 4. 선민이 된 이들이 받을 혜택을 강조하려는 의도 등이 있다. 이에 따른 문제도 있다. 1. 국가 주도의 차별 사례 생성 2. 국가 신뢰도 하락 3. (사태 진정 후) 노동 인구 감소 4. 인구 감소 5. 시장 축소  6. 다양성 감소 7. 산업 역량 감소 등. 미래의 리스크를 담보로 현재의 경제적 안정을 취한 셈이다. 지금 떠나는 이들이 호주 학교로, 관광지로 돌아올까? 호주 상품을 소비할까? 




호주도 돈 펑펑 쓰고, 낙후 지역에 노동력 제공하고, 부족 기술 보유한 외국인을 좋아한다. 세금 수입 늘려주고, 구멍 난 인프라 채워주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다. 온 나라가 전염병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 계산기 두드리니 그들이 주는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 하나하나 돈 나갈 구멍이다. 다른 국적이란 사실을 마개 삼아 구멍을 막아버린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게 지나치게 노골적이어서 당황스럽다. 일종의 배신감도 느낀다. 인간적인 삶, 차별받지 않는 삶을 위해 소리 높이던 나라가 맞나 싶다. 




총리의 발언은 그 나라의 콘센서스로 인식될 수 있다. 경계를 구분 짓는 선언이며, 외국인을 향하는 비난의 트리거가 된다. 남 눈치(다른 말로 매너) 때문에 이기적 본심을 숨기던 몇몇 이들에게 공공연히 속내를 드러낼 기회를 준 셈이다. 방문객(visitor)나 유학생에게 힘든 시기에 우리 몫을 빼앗는 파렴치한 이들, 울타리 밖의 이들, 이곳에 머무르면 안 되는 사람이란 프레임을 씌운다. 어떻게 낙인찍힌 이들을 선별할 수 있는가?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있는 근거는 외모와 언어다. 이 지점이 유색인종이 받게 될 피해를 예견한다. 한국 태생에 영어에 억양이 묻어 있는 난 안에 있으면서도 밖에 있는 사람이다. 집에 가도 안 가도 문제다. 




어려울 때 본심이 나온다고 한다. 만일 총리가 거대한 나라를 대변인이라면, 나는 이 나라의 본심을 오랫동안 오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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