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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Sep 07. 2021

99% 페미니즘 선언

독후감





책에 대한 평가를 한 단어로 하면 짬짜면이다. 장, 단점이 반반 섞였단 뜻이다. 이 책은 블로그 이웃의 고평가(별 5개)로 구매한 책이다. 책으로 나오기에 볼륨이 작다(4.9만 자)는 점에 구매를 망설였다. 책은 11가지 어젠다를 다뤘다. 읽다 보면 기시감이 든다. 노동자를 페미니스트로 바꾼 2021년 버전 공산당 선언으로 읽혔다. 왠지 눈으로 잘 읽히지 않아 듣기 기능으로 반복 청취했다. 분량이 짧아서 하루 만에 3회 청취를 할 수 있었다. 단점과 장점 순으로 감상을 정리한다.


우선 단점이다. 책의 논증이 아쉬웠다. 마지막까지 풀지 못 한 타래는 이렇다.


1. 왜 자본주의 전복의 중심에 페미니스트가 와야 하는가?

2. 자본주의 전복 후에 대안이 있는가?

3. 자본주의가 만든 문제로 언급된 사례는 온전한 자본주의의 문제인가? 즉, 자본주의 등장 이전부터 존재했던 부조리는 없는가?

4. 체제 공존 페미니즘(저자의 말론 자유주의 페미니즘)가 정말 무용한가?



무소득 여성 가사를 큰 문제로 다뤘는데, 기본소득 시스템이나 공동 육아를 향한 인식 개선, 직장 내 돌보미 시스템, 공동육아, 직장 내 성평등 운동(자유주의 페미니즘)을 결합한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환경 개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철저한 체제 전복 후(완전 사회주의)에는 어떤 식으로 무소득 여성을 향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는지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자본주의가 출산과 수익 산출을 분리시켜 여성에게 무소득 노동을 강요하는 것을 지적했다. 출산을 통해 모든 인간의 사회 활동이 가능하다는 건 납득 가능하다. 다만 자본주의가 출산을 강요한다는 말은 쉽게 동의 어렵다. 자본주의 이전의 출산율이 더 높고, 자본주의 내에 출산을 포기한 가정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아쉬운 만큼, 좋은 점도 많았다. 특히 게이의 핑크워싱에 관한 부분이 그렇다. 생각과 행실이 바른 게이를 범주화해서 프로파간다로 활용한다. 그것으로 제국주의와 신식민주의의 변명으로 삼는다는 부분에 무릎을 탁 쳤다. 일부 강대국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무슬림 국가를 침범할 명분을 준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가 대표 사례다.


또한 페미니스트가 99%를 대변하는 반란의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당위를 납득하지 못 했을 뿐이지, 각계각층 사람들의 목소리를 취합한다는 취지는 훌륭했다. 망명과 자긍심의 저자 일라이 클레어의 말에 따르면 중심 페미니즘 담론에 퀴어나 장애인들이 배제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의를 이뤄야 한다는 명목하에 페미니즘 운동에서 입 다물 것을 강요한다. 페미니스트 사이의 착취나 배타성을 밝힌다. 99% 페미니즘은 일부 여성이 아닌 모든 여성을 포괄한다. 이런 자세는 평등 지향적이다.


또한 여러 겹으로 쌓인 정치 운동의 속셈을 분석한 점이 좋았다. 반이민자, 반무슬림 정책을 펴는 정권에서 여성의 권리를 찾는 모순을 지적했다. 인간의 삶은 다층적 토양 위에 구성되어 있다. 여러 분야에 이해나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몰이해로 기득권의 입장을 투영해 강제한다면 실질적인 평등이나 구제가 어렵다. 또한 자본의 파워를 사용한 전략의 역할을 잘 분석했다. 무역 제재를 통한 압력, 달러 공급 억제를 통한 부채율 상승, 군사 원조 중단과 과도한 군비 청구 등을 통한 불평등 강요를 언급했다. 남반구(개도국, 후진국 비유)의 민주적 열망과 북반구(선진국)의 민주적 열망에 계급을 나눈 셈이다. 차등적 민주주의라는 형용 모순을 잘 짚었다.


책은 직접적으로 3가지 모순을 꼽았다. 자본주의의 필연적 대량 실업, 시장 붕괴, 연쇄 도산 시스템을 알며 방관하는 생태적 모순이 첫째. 공공의 이익에 복무한다는 국가 기관이 자본의 하인으로 전락하는 정치적 모순이 둘째. 여성의 출산, 육아, 가사 등의 노동을 최대 징발하고 채워 넣지는 않는 사회적 재생산 모순이 셋째다. 책은 이치와 행동의 일치를 요구한다. 합리적 문제 제기다. 이윤 창출 앞에 사람이 와야 한다.



정리하면, 책이 가진 문제의식은 충분히 공감 가는 것이었다. 돈 앞에 사람이 와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목적을 이루는 과정과 방법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체제 전복 이후의 대안도 구체적이지 않았단 점은 아쉬웠다. 독서 경험은 만족스러웠다.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을 나눠,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이해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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