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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Dec 15. 2022

공부는 유전이다?

공부 머리는 유전이다. 그렇다 아니다? 어느 정도 그렇다. 시원하지 않은 대답이다. 공부는 유전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 아니다? 아니다. 커뮤니티에 종종 등장하는 질문이다. 의사 집안에서 의사 나고, 변호사 집안에서 변호사 난다. 부모의 학벌과 직업을 대물림한 이들을 근거로 공부가 유전이라 말한다. 나의 대답을 한마디로 하면 이렇다. '유전은 중요하지 않다.' 학벌 세습은 유전 이외의 요소가 작용한 결과다. 공부가 유전이란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 이유를 말하는 글이다.




공부에 있어서는 유전자 보다 문화 자본의 세습이 큰 축을 차지한다. 핵심은 유전자가 아닌 부르디외가 주장한 아비투스(환경이 만드는 행동체계)다. 문화자본은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얻은 데 도움을 주는 환경을 뜻한다. 독서 습관, 대화 습관, 양질의 커리큘럼, 열정적 동료 학습자를 포괄한다. 부모와 주위 동급생이 기준점이 된다. 주위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산부인과의 실수로 아이가 바뀌었다. 가난한 집 자식이 고학벌 부잣집에서 성장했다. 그는 자신을 양육한 이들처럼 명문대에 진학했고, 반대의 아이는 그들을 양육한 이들과 비슷한 삶을 살게 됐다. 후에 산부인과를 소송했다는 뉴스 기사가 첫 예다. 미국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주변 환경이 학문적 성취와 부에 끼치는 영향을 검증했다. 비교적 못 사는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을 부촌으로 이주시켰다. 실험자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 이주한 이들은 부촌에서 자녀를 키웠다. 자녀들은 고학벌, 고소득 부모가 군집한 학군에서 부자의 자녀들과 함께 성장했다. 미래에 기존 지역에서 성장한 이들과 무리해서 부촌으로 이주한 이들의 자녀를 비교했다. 앞선 사례와 같다. 부촌에서 자란 아이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았고 훨씬 높은 소득을 거둔 걸로 조사됐다.




유전자를 긍정하면 문제가 있다. 인간 사이의 우열을 믿게 된다. 이는 19세기 미국에서부터 시작한 우생학의 개념과 맞닿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저자가 주장한 것처럼 그들에게 가해지는 불이익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또한 능력주의 신화가 대중 일반에 통용된다. 본인이 누리는 부조리를 당연시 받아들인다. '나의 무능함이 불러온 환경이다' 본인 문제가 아님에도 책임 소재를 자신에 묻는다. 반대로 부자와 기득권을 세습 받은 이는 본인이 누리는 모든 것이 본인의 능력에서 기인했다 오해하게 된다. 이는 독선과 오만으로 이어진다. 정치도 문제다. 복지에 무신경해진다. 능력주의 사회의 진단- 저소득층은 게으르고 무능하다. 능력주의로 인해 사회가 고착화된다.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다. 21세기 귀족사회로 회귀다. 21세기 자본에서 피케티가 한 경고가 현실로 되고 있다.





이런 격언이 있다. 나는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5인의 평균이다. 본인이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본인의 환경을 규정한단 의미를 가진다.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는 격언이다. 환경의 중요성을 말한 개념이 몇 가지 더 있다. 대니얼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주장한 '행동경제학', 소쉬르와 레비스트로스가 대표격으로 있는, 틀과 인간 행동의 상관을 발견한 '구조주의'다. 학생의 문제를 적절히 진단하고,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에 투자할 시간과 공간, 재화를 제공해 주는 것은 부모다. 더 좋은 환경을 제공받은 학생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다. 또한 기준점 효과로 인해 부모와 피어 학생의 실력이 평균으로 작용한다. 기준에 다다른 주변인의 직접적 도움도 받으며, 당연한 일을 하는 인식으로 인해 스트레스도 비교적 덜 받는다. 독서 습관은 대물림된다. 부모와 함께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고 구매하는 과정을 겪은 아이와 본인은 책 한 장도 읽지 않으며 독서하라고 명령하는 부모를 둔 아이 중 누가 독서와 친해질까? 행동경제학에서 반복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인간의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모든 첫 경험은 큰 에너지를 요구한다. 경험이 반복되면 필요한 에너지양이 줄어든다. 독서와 학습을 반복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하드웨어가 성장한다.





학습 성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능력은 메타인지다. 메타인지는 IQ와 무관하다. 관련한 실험 결과와 저서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메타인지는 쉽게 말하면 내가 무엇을 아는지 아는 능력이다. 내가 아는 것,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으로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 낭비를 피하며 효과적 학습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메타인지를 기르는 방법은 학습한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꺼내기다. 읽은 책의 주제는 무엇이고, 근거는 무엇이며 예시는 이것이다. 더 나아가 맹점으론 저것이 있다. 곱씹는 과정, 즉 학습 후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화의 대상과 기회가 많은 아이가 메타인지 능력을 기르기 쉽다. 이는 유전이 아닌 환경이다.





정의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공부가 유전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말하는 유전이 이런 환경을 포함한 것이라면 그것은 유전이다. 다만 환경과 무관한 인간 자체의 타고난 능력을 뜻한다면? 상기 이유로 공부에 유전은 큰 영향을 주지 못 한다. 유전이라 믿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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