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해야 한다는 강박

요즘 나는 피곤하다.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어야 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어야 한다.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 통장 잔고에 더 많은 숫자가 찍혀야 한다. 항시 과거보다 더 큰 숫자가 필요하다. 모든 당위에 '어제보다'란 전제가 붙는다. '어제보다' 똑똑해야 한다. '어제보다' 영어를 잘 구사해야 한다. '어제보다' 인격적으로 성숙해야 한다. ‘어제보다’ 근골격근량이 높아야 한다. 어제와 다름 없는 나다. 스트레스 받는다. 피곤하다.

강박의 역사를 되짚는다. 쇼핑몰이 망하고 콜센터 알바하던 시절 얘기다. 적금을 통해 어제보다 몇 천 원이라도 더 많은 내가 된다. 일을 하면서 일본어 한자를 외운다. 어제보다 일본어 잘하는 내가 된다. 내 삶의 이유가 성장이라도 된 듯, 스스로 증명하고자 했다. 돈과 지식, 언어에 나은 사람이 되고자 했다. 자신이 그 과정에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배우고 쓰고 읽고 일하고 돈 버는 게 이정표다. 아주 가난하고, 머리 가볍던 시절일 수록 이정표가 필요하다. 현실의 불만을 견디게 돕는다.

호주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회에서 멀쩡한 인간으로 존재하고 싶다. 인간 취급받고 싶다. 몇 가지 조건이 달린다. 영주권과 의사소통 능력이다. 누군가 나를 이 나라에서 내쫓을 수 없도록 영구적 거주를 허락받아야 했다. 바보 취급받지 않기 위해 영어를 구사해야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도,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도, 여가를 즐기기 위해 영어가 필요하다. 영어가 공용어인 곳이다. 중이 절에 맞춰야 한다. 스시집에서 영어 공부했다. 튀김 튀기고, 스시 썰고, 우동 만들면서 원어민이 예시 문장을 따라했다. 넉넉한 수입을 위해 개인 사업을 해야 했다. 자본이 필요했다. 워킹홀리데이 기간에서 홀리데이를 뺐다. 세금 제외, 한 달에 50불(4만 5천 원) 쓰고 나머지 저축했다. 이정표는 분명했다. 가난하고 불안정했고 행복했다. 성장을 인식하며 살았다.

현재로 넘어온다. 강박은 여전한데 실천이 부재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뭐하니? 대답할 수 없다. 이 정도면 먹고사는데 지장 없지. 마트 가서 고기 500그램 달라고 말하면 된 거 아니야? 식당에서 주문하지 않은 콜라 빼달라고 요구할 수 있으면 된 거 아니야? 스스로에게 협상가가 된다. 배움 일반에 적용된다. 머리 무거워져야 한다는 강박에 순응하지 않는다. 난 멍청하게 살거야. 팟캐스트를 듣고, 책을 읽는다. 습관적, 의무적으로 보고 듣는다. 실수로 앞의 책장에 돌아간다. '아니 이런 내용이 있었어?' 어제보다 성장했냐는 질문한다. 음... 그게... 흠....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야... 그러게 오우..흠...

요컨대 나는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아니다. 성장 부재가 죄책감을 만든다. 쿡쿡 찌른다. 평소엔 참겠는데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자존감 떨어졌을 때, 돈 못 벌 땐 참을 수 없다. 피 말린다. 전날 가게 매출이 잘 안 나왔다. 오늘 청소 일 3개가 취소됐다(하나는 영구적으로, 하나는 고객의 휴가로, 하나는 요일 변경이다). 빠른 퇴근이라며 신나서 귀가했다.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아 나는 몇백 불 어치 가난해졌다. 평행 우주의 내게 졌다. 기회비용 생각하니 피곤하다.

무얼 해야할까? 생각하는 방식은 바꿀 순 없다. DNA에 있는 본성이다. 더불어 성장 강박의 긍정적 역할을 하다. 성장으로 나를 이끈다. 의지가 없으면 행동도 없다. 나은 사람이 돼야겠단 강박이 조금이나마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지적으로 성숙한 나로 이끈다. 피곤해도 어쩔 수 없다. 이 지점에서 내가 할 일은 하나다. 강박에 순응하기.

영어 번역-

The compulsion to grow up makes me tired. I am obsessed with the concept, becoming a better person. I have to become a better version of myself all the time. In the same way, I should be better me tomorrow than today. It can be applied in many fields. There should be higher figures in the bank account than yesterday. The premise of 'more than yesterday' is applied everywhere. You have to be ‘better than yesterday'. You have to speak English more fluently than yesterday. We have to be more mature 'than yesterday'. I am not better than yesterday and get stressed out and tired.

Let’s retrace the history of this obsession. This is the story of the time when I was working part-time at a call centre after my first business had gotten collapsed. Through an installment savings plan, I became wealthier than yesterday even just by a few thousand won. Through Memorizing Japanese kanji while working, I became better at Japanese than yesterday. As if my life goal is to grow up, I tried to prove it myself that I have more money, more knowledge and better language skill making sure to show that I am in the process. That's a milestone. Even when I was extremely poor and knew nothing, I needed a milestone which helps to endure the dissatisfaction of reality.

It was the same when I first arrived in Australia. I wanted to live as a decent human being in this society. A decent human being is treated in the way what Australians are. There were a few things to learn to be treated like the same human being here in Australia. First, permanent residency. Second, communication skills, which can also be read as 'English skills', are essential. I had to be approved for permanent residence so no one could kick me out of this country. I had to be good at English in order to not be treated as an idiot. as a result, I could earn money, live my life, and enjoy leisures. Australia is an English speaking country. Since this country is not willing to accomodate me, I have to be reborn as someone who fits into the system. I studied English at the kitchen of a sushi restaurant. While frying tempura, slicing sushi, and making udon noodles, I repeated English sentences that a bluetooth speaker played. I had to run my own business to get enough money to enrol a university in Melbourne. To operate the business, a cleaning franchise, a good amount of asset was needed. Excluding fixed expenses such as monthly rent and bills, I spent $50 a month (45,000 won) and saved the rest. The milestones which was clearly visible encouraged me to affirm the poor and unstable life. I lived with the awareness that I was developing.

Get back to the present. This obsession remains in me, but no practice is followed. I have to be a better person. Are you doing okay? I cannot answer to it. I can ask for 500 grams of beef oyster blade at a butcher stop and point out that the un-ordered can of coke is on the bill and needed to be canceled. ‘I am a good communicator and there is no room to develop.’ The same goes for learning in general. The sentences I read a few seconds ago are erased straight away. I accidentally go back to the parts I've already read. 'Was there anything like this?' I suffer from eating disorder in reading. When asked if I have grown from yesterday, my answer would be ‘um... that's... uh... that's a very interesting question…’

In short, I have no awareness that I have become a better person than I was yesterday. The absence creates guilt and pokes me. Normally I bear with it, but things get changed when It comes to the circumstance that I'm down; it hurts. The sales of my business was not good yesterday. 3 cleaning jobs became cancelled today. I was happy to go home early this morning. Before long, I realised that I lost lots of money. I've become poorer compared to another me in a parallel universe. The opportunity cost is bothering me.

What am I supposed to do in this manner? It is impossible to change completely my obsession, the way of thinking. I cannot deny that this obsession also plays a positive role in some way. Which leads me to the future where I am economically comfortable and intellectual. So the only action I should take at this point is to conform to the compul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