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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Dec 12. 2016

단골 카페

 오늘은 금요일이다. 목요일과 금요일, 멜번 센트럴 쇼핑센터는 9시까지 연장 영업한다.  일주일 중 저녁 매상이 높은 이틀 동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함이다. 사람들은 이 날을 쇼핑데이라고 부른다. 느긋하게 글을 쓸 요량으로 쇼핑센터 2층에 있는 단골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콘센트와 가까운 곳에 앉아, 랩탑을 연결했다. 오래된 노트북은 전기선 없이 30분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류 업무를 보고, 글을 쓰려고 자세를 잡는 중에 직원이 다가왔다. '우리 7시 30분에 문 닫아.' 랩탑의 시계를 본다. 6시 55분이다.


 항상 이런 식이다. 정상 마감시간까지 머문 날은 드물다. 보통 7시 이후로 손님이 급격이 줄어든다. 쇼핑몰 규정에 맞춰 9시까지 영업해주길 바라는데, 수지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한, 두 시간 일찍 장사를 접는다. 규정상 장사가 잘 되든 안 되든, 9시까지 영업을 하는 게 맞다. 중국인 부부 오너의 경제관념이 규정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쫓겨나기를 반복하면서도 이 카페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무료 와이파이를 시간제한 없이 제공하고, 콘센트가 많다는 점. 커피 맛은 다른 메이저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떨어지지만, 익숙함과 여유로움이 단점을 상쇄한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관계로 맛은 중요하지 않다.


 다른 중요한 이유는 친구들을 만나기 용이하다는 점이다. 단골 카페는 멜버른 시내 중심부에, 그것도 역과 연결된 쇼핑센터에 자리했다. 개찰구를 나서서 도보 5분 거리다. 모든 기차가 이 역을 향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만남의 장소로 더할 나위 없다. 혼자 와서 할 일 하다 보면 친구들이 하나 둘 들린다. 한 자리에서 개인 시간과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낸다. 


 직원이 말한 문 닫는 시간까지 앞으로 15분이 남았다. 이런 홀대를 받으면서도 꾸역꾸역 이 곳을 고집하는 내가 미련하지만, 딱히 다른 대안이 없다. 할 수 있는 저항이란 7시 30분과 가까운 시간에 나가는 것뿐. 무제한 와이파이, 콘센트, 조용한 분위기, 역과 가까운 거리, 모든 조건에 들어맞는 곳은 여기뿐이다. 입을 삐쭉 내밀며 가방을 싼다. 내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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