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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2였던 주식, 4년을 기다린 이유

by 띤떵훈




지난주, 카카오를 매도하면서 얻은 수익에 개인 자금을 더해 '서희건설'을 추가 매수했다. 이번 매수는 단순히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이 회사가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했고, 그 믿음에 따라 추가 매수를 결정했다. 평균 매입 단가는 1700원대로 낮아졌고, 매수 후 이틀 연속 주가가 오르며 손익률은 -2% 수준까지 회복됐다. 오늘은 주가가 10% 이상 상승하며 평균 단가를 웃돌았다. 대선수혜주로 평가받은 윤 전대통령 임기 첫 3일을 제외하면 4년 만에 손실 구간을 벗어났다. 물론 과거 손절매했던 물량까지 고려하면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손실 상태에 있다.



서희건설을 처음 눈여겨본 시점은 2021년 4월이었다. 당시 이 기업은 영업이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었고, 부채 비율도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재무 구조만 놓고 보면 비교적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회사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주가수익비율(PER)이 단 2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PER은 기업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비싼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2라는 숫자는 기업의 2년치 순이익 총합이 시가총액과 같다는 의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100원을 투자했을 때 매년 50원의 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가능성에 확신이 들어, 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높은 비중을 할애해 매수했다. 주당 1900원대의 가격이었다. 이후 한 차례 반짝 상승이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주가는 이내 1300원대에 고착됐다. 거의 전 기간이 손실 구간이었다.



이 경험은 단순한 투자 손실을 넘어서 한국 주식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실감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재무적으로 양호한 기업이 이렇게 장기간 저평가 상태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았다. 서희건설에 관해 글을 몇 편이나 쓸 정도로, 나에겐 거의 집착에 가까운 애정이 있다. 몇 년간 지켜본 기업이고, 이 종목에 대해선 어느새 내 안에 작은 사명감마저 자리 잡았다. 같은 조건의 기업이 미국 시장에 상장되어 있었다면, 보다 이른 시점에 재평가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후 사업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당시 보유 중이던 일부 물량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고,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다. 기업 실적은 크게 흔들림 없이 유지됐지만, 주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서희건설의 낮은 주가에는 분명한 구조적 원인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배구조와 승계 문제다. 주가가 낮게 유지되면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구조 하에선 기업이 주가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정당한 기업 가치를 반영받지 못하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 증시의 구조적 미비도 한몫한다. PER이 2~3 수준인 기업들이 수년간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중소형주나 비인기 업종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결국 펀더멘털보다 대주주 리스크나 기업 이미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언젠가 균형을 찾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워렌 버핏이 일본의 상사 기업에 투자했던 것처럼, 오랜 기간 관심 밖에 있던 기업도 어느 순간엔 재평가의 기회를 맞는다.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는 시장과 만나게 된다.



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정부가 시장 선진화를 강조하면서 저평가된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일부 지주회사와 증권주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서희건설에도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한편, 최근 서희건설은 일부 민원 사례로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슈의 진위와 별개로, 기업이 대중의 시야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조명을 받지 못했던 기업이 이슈를 통해 재조명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이해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그 기회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주가는 언제, 어떤 계기로 움직일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투자란 본질적으로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이 신뢰하는 무언가를 붙들고 기다리는 일이다. 지금의 나는 그 신뢰를 서희건설에 두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코스톨라니의 말처럼 —


개(주식가치)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갈 때, 개가 주인(기업가치)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는 있어도 주인을 떠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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