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소리를 내며 우동 면발을 흡입한다. 적당한 탄력과 굵기의 면이 이무기가 되어 입 안을 휘젓는다. 단순한 밀가루 반죽에 어떤 매력이 있어서, 이리도 즐기는 것일까? 끓는 물에 3분 삶고, 물을 적당량 남기고 버린다. 그 위에 다시마 간장(쯔유)을 눈대중으로 붓는다. 완성. 면과, 간장만으로 훌륭한 음식이 탄생한다. 요즘 인터넷에서 쓰이는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혜자식품'이다. 영양분이 한쪽으로 치우쳐 주식으로 적합하지 않을지언정, 별미로써 훌륭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에서도 우동면을 구할 수 있다. 면과 소스, 가쓰오부시 등의 별첨이 들어간 패키지 우동도 있고, 사리만 진공 포장한 제품도 있다. 패키지 우동의 경우 1인분에 2~3불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생생우동은 3불 50센트 전후로, 비싼 편이라 손이 가지 않는다. 주로 상온 보관용, 진공포장 사리 3개 묶음을 구매한다. 3 인분에 2불로 합리적이다. 맛은 제품에 따라 다른데, 호주 한인 식품 브랜드 '아씨' 경우 형편없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 반값 행사가 아니면 눈길을 주지 않는다. 대신 일본어로 쓰여있지만, 실상은 중국산인 삼립 제품을 주로 찾는다. 다른 면에 비해 저렴하고, 탄력도 적당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시티에서 장을 보고 있을 때 일이다. 냉동고 안을 훑어보던 중, 우동 사리가 눈에 띄었다. 10개나 들어 있으면서, 6불 밖에 하지 않았다. 방부처리된 상온 보관 제품에 비교해도 저렴한 가격이었다. 최근 한발 늦게 호주에도 짬뽕 라면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색다른 맛에 반해, 우동과 소바를 한동안 멀리 했었다. 짬뽕 라면 맛에 적응하니, 다시 쫄깃한 면발의 우동이 생각났다. 목 넘김을 상상하며, 사리를 계산대로 올렸다. 10회 이상 사용 가능한 500ml의 우동용 간장 소스도 잊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으로 우동을 먹었다.
패키지엔 일본어가 쓰여 있었는데, 수입품인지 호주에 체류하는 일본인이 만든 건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10개라고 생각했던 면은, 실제 5개였다. 얼려서 부피를 키웠기 때문에, 진공 포장 제품 대비 2배 크기였다. 구매 당시에 이 사실을 알았다면 장바구니에 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와 무를 수 없었기에, 단념하고 눈 앞의 우동을 맛있게 먹음으로 잘못을 만회하려 했다. 일본에 체류했을 때, 면 음식을 자주 먹었다. 우동과 소바, 라면 가리지 않았는데, 본고장에서 만든 제품이라 그런지, 대량 생산품임에도 놀라운 퀄리티를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을 떠나며, 다시는 못 느낄 식감이라 예상했는데, 5년의 시간을 지나 식탁을 다시 찾았다. 전문 일식집에서 맛 볼 법한 놀라운 식감의 우동면이었다. 사소한 오해가 불러온 재회였다.
우동과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이었다. 당시 모든 라면이 200~ 400원 대였는데, 900원짜리 가격택을 붙이고 진열대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라면을 보았다. TV 광고에서 국물이 끝내준다고 말한 그 라면이었다. 그 전까지 알고 있는 유일한 우동이 너구리 우동이었기 때문에 따로 우동과 라면에 구분을 두지 않았다. 굵은 면발과 간장 국물은 인스턴트 라면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었다. 그 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의 첫 번째 자리는 우동이 차지하게 됐다. 그때 이후로 우동과의 긴 인연이 시작됐다.
만약 누군가 '한국 음식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어느 나라 음식을 주식으로 삼아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일본을 택할 것이다. 그만큼 일식을 좋아하는데, 특히 쯔유(조미간장)로 만든 음식을 선호한다. 사시스세소(사토:설탕, 시오:소금, 스:식초, 쇼유:간장, 미소:된장) 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기본 5대 조미료가 있는데, 간장은 그 기본 조미료 중 하나이다. 덮밥으로 불리는 돈부리, 스키야키, 각종 츠케모노 (절임 음식), 면 음식의 국물엔 절대적으로 조미 간장이 필요하다. 음식을 먹다 보면 맛과 나의 인연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전생이란 게 있다면, 일본 사람이었을 것 같다.
2006년도에 일본에선 우동을 소재로 한 제목까지 '우동'인 영화가 나왔다. 영화의 플롯은 간단하다. 맛있는 우동을 찾아 우동의 명소를 찾아 돌아다니는 여정이다. 각 고장의 특색과, 그 특색이 어떻게 우동 맛에 반영됐는지에 대해 다룬다. 영화에서 우동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일본인의 영혼이 담긴 소울 푸드로 나온다. 비록 나의 영혼은 거기에 머물지 않더라도, 혀는 머문다. 음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그 맛을 더 즐길 수 있게 된다. 가장 맛있게 음식을 먹는 법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어느 미식가는 대답했다. "음미하면서 드세요." 더불어 만드는 과정과 재료가 맛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하는 것도 음미의 방식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눈을 감고 천천히 씹는다. 음-음-맜있다- 감탄사도 빼먹지 않는데, 가끔 동행에 지적받는다. 지적은 기쁜 마음으로 수긍할 테니, 감탄사를 불러오는 많은 우동을 만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