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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챌린저스>(루카 구아다니노) 리뷰/감상문

두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테니스가 만들어내는 마름모의 다이내믹스.

by 우언타이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아이 엠 러브>, <본즈 앤 올> 등의 뜨거운 작품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챌린저스>는 흥미롭고도 짜릿합니다. 특히 젠데이아는 이 영화 속에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연기를 보여주기에, 그녀의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관람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앞서 말한 젠데이아가 맡은 역할은 바로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한 때 전도유망한 테니스계의 스타였으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마무리했고, 현재는 마찬가지로 테니스의 길을 걷는 남편의 코치로서 스스로의 능력을 완벽하게 발휘합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무척이나 냉정하면서 승부욕 넘치는 인물이지요.



그리고 이 이야기에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설정이 하나 있습니다. 그녀의 현 남편과 전 남친이 과거에 최강의 테니스 듀오이자 서로에게 베스트 프렌드였다는 점이지요. 어린 시절 그 둘은 모두 여주에게 반해있었고, 경쟁하듯 그녀를 유혹하지만 결국 두 남자 모두 여주에게 완전히 휘둘립니다. 서로 입을 맞추는 청년들을 지켜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 그녀는, 참으로 매력적이면서도 무시무시한 캐릭터입니다.


한 여자로 인해 서로 사이가 멀어진 현 남편과 전 남친은, 오랜만에 테니스 대회에서 조우합니다. 주인공의 코칭을 받아 실력이 일취월장했으나 슬럼프에 빠진 현 남편은 이를 극복하고자 이른바 하부리그급인 챌린저 대회에 참가했고, 어느덧 별 볼 일 없게 되어버린 전 남친 역시 이 경쟁에 참여한 상황이었지요.



둘의 게임에 앞서, 여주는 현 남편의 슬럼프 탈출을 위해 남몰래 전 남친을 찾아갑니다. 사실 이렇게만 보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아내의 눈물겨우면서도 순수한 헌신처럼 느껴지지만, 놀랍게도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가 진정 바라던 건, 누군가의 승리가 아닌 높은 수준의 테니스 경기를 감상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코트 위에서 두 친구는 사력을 라켓을 휘두르고, 어느새 과거의 앙금 따위는 잊어버린 채 승부에 온전히 집중합니다. 그리고 게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남자들의 포옹과 한 여자의 포효이지요. 그러니까 <챌린저스>는, 이 세 명과 테니스가 이루는 마름모의 다이내믹스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독특하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 영화는 진짜 끝내주게 재미있습니다. 지루한 나날을 보내시고 계시는 분이라면, 당신에게 기분 좋은 자극을 안겨줄 <챌린저스>를 한 번 감상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아마도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2025.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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