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근처 카페에서 점장을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대부분 같이 일했던 직원이나 아르바이트 생이 나보다 어린 동생이었는데, 대부분 친하게 지내던 터라 ( 애들아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거 아니지? ) 스스럼없이 지냈다. 이 친구들의 특징은 어떤 사고를 치면 출근하는 나를 아주 반갑게 맞아 준다는 것. 평소 같았으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하이?" 혹은 손 인사 정도의 제스처를 취하는데, 본인이 사고를 쳐서 수습이 안된다 싶으면
" 오빠!!!, 왔어요!!! "
하며 아주 반갑게 맞이한다. 이렇게 반갑게 맞이 해줄 때면 등줄기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입구에서 잠깐 멈칫하며 매장을 둘러보게 된다. ' 오늘은 무슨 사고를 친 거지? 제발 내 능력 안에서 수습할 정도의 사고였으면 좋겠는데... '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어린양들은 간단한 사고부터 해결할 수 없는 일까지 아주 다양하게 일을 벌여 놓는다. 가령 화장실에 바 선생이 출몰해서 종이컵으로 덮어 놓았다던지, 싱크대 밑에 두었던 방향제를 몽땅 엎어서 커피가게 안이 온통 방향제 냄새가 난다던지, 커피 그라인더의 세팅을 반대로 해놓는다 던가, 그 튼튼한 일렉트로닉 청소기를 두 동강 낸다던지 하는 그런 사고를 쳐놓는다. 치우는 건 그렇다 쳐도 아예 부숴놓은 건 나도 어떻게 해결할 도리가 없다. 나는 바리스타지 수리공이 아니야 애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