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악어엄마 Nov 27. 2023

올해 제일 잘 한 일

신도시 건설의 달인입니다만

2023년 3월, 아마존에서 지렁이 250마리를 구입했다. 많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음식물 처리기계를 이용하지만, 우리 집은 지렁이가 열일을 하고 있다. 사진 넣을까 했는데 지렁이를 징그러워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자제하겠다. 뚜껑 달린 50리터 쓰레기통 두 개를 포개 가지고 지렁이 나라의 "수도"를 건설했다. 지금은 개체 수가 얼마나 되는지 세 보지도 않았다. 그냥 엄청 많다는 거밖에 모른다. 우리 집 서열 1위는 내가 발코니에 나가 있으면 "지렁이 보여줘!" 하고 달려든다. 애완동물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집 식구다.


이번 주말, 지렁이들에게 신축 부동산을 무상으로 임대해 주었다. 전 세계가 집이 없다고 난리인데, 우리 집 지렁이들은 도시가 북적거릴 때마다 내가 신도시를 척척 건설해 주었기에 아직 주택난이 없다. 주택난을 예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침에 커피를 내린 후 찌꺼기를 버리러 지렁이 통을 열어 본다. 지렁이들은 살기가 힘들어진다고 느끼면 통에서 나가려 한다. 나의 경우는 음식 쓰레기가 너무 많던지, 지렁이 개체 수가 너무 많던지 둘 중에 하나였다. 지렁이 통 벽에 왕국에서의 탈출을 시도하는 불순분자들이 붙어있으면 새 집을 마련해 준다. 


빈 화분(클 수록 좋다)에 바람에 날아온 나뭇가지, 낙엽이랑 종이를 깔고 그 위에 야채랑 과일 껍질 모아둔 거를 덮는다. 커피찌꺼기, 옥수수 속대를 지렁이들이 엄청 좋아하므로 그것도 준다. 흙 조금을 그 위에 더 덮는다. 그다음에 위험한 반동분자 지렁이들을 넣어준다. 오늘은 한 10마리 정도 되었던 거 같다. 이 걸 두 번 정도 반복하면 끝이다. 덮어줄 흙이 좀 필요하길래 여름에 만들어 놨던 지렁이 위성 도시 화분을 뒤집어 보았다. 음식물 쓰레기는 흔적도 없다. 흙이 아주 검다. 신기하기도 하지. 화분 아래에 지렁이들이 모여 있길래 걔네들도 오늘 건설한 지렁이 신도시로 강제 이주 시켰다. 


식물을 가꿀 때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부분이 "거름"이라고 한다.  여태까지는 내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로 처리했는지 정확하게 계산은 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8개월 동안 유기물질의 분해가 완벽히 끝난 화분 3개에다 겨울에 얼어죽을 거 같은 식물들을 옮겨 심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블랙프라이데이 기념으로 30리터짜리 화분 10개를 더 구입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지렁이 신도시 건설을 해 가며, 지렁이 왕국의 흥망 성쇠를 조금씩 기록해 보려 한다. 내년 발코니 농사의 첫 삽을 떴다. 흐뭇하다. 막 자랑하고 싶다. 


참고 : "한국환경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생활 쓰레기 중 음식물 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9%입니다. 2017년 기준, 총 생활 쓰레기 54,390톤 중 15,903톤이 음식물 쓰레기였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20%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량 177만 톤이 감소하며, 이는 승용차 47만 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습니다. 소나무 3억 6천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죠. "

(그린피스 홈페이지에서 고대로 긁어 왔습니다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24144/blog-ce-food-waste/)
이번 주 눈 온다기에 실내에 들여놓은 한련화


작가의 이전글 너는 어디서 왔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