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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Nov 17. 2020

자유와의 이별, 그리고 극복

생각지도 않았던 이별이 있었습니까? 혹시 있었다면 어떻게 그 고통을 극복했습니까?


  난 자유로우면서도 규율에 딱딱 맞춰서 살고 있는 어찌보면 모순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모범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날나리같은 삶이다. 나에게 '자유'란 눈물겹게 소중한 말이다. 그토록 소중한 자유와 생각지도 않게 이별했던 경험은?



© tablas08, 출처 Unsplash


바로 임신과 출산이었다.



결혼한지 5달째 되는 어느날. 임신을 알게 되고, 온갖 축복과 기쁨의 말과 즐거움으로 임신 40주를 보내게 되었다. 그때가 마지막 자유인지 알았다면 더 재미있게 보냈을 텐데..  난 몰랐고, 그러지못했다. 점점 더 불러오는 배와 심해지는 속쓰림사이에서 불편함이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출산날만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렸던 그날 난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아뿔싸, 이제 내 몸은 내것이 아니구나. 자유는 없다.

이미 까꿍이는 태어나버렸고 아이에게 빼앗긴 자유는 되찾을수 없다. 대신 활력소를 찾았다.


활력소1. 아이 백일 - 문화센터 등록


새빨간 까꿍이가 백일이 된 날, 과감히 베이비마사지 문화센터를 등록했다.  일주일 한번 예쁘게 화장하고 하이힐을 신고 명품백에 고이 기저귀와 젖병, 물티슈를 고이 넣어 아기띠를 메고 외출한다. 집에서 아기와 남편말고는 본적없었는데 나와 같은 처지의 아기엄마들과의 교류라니! 비록 지금 생각하면 유치해서 소름돋지만, 그때로 돌아가면 또 그렇게 할 것 같다.



활력소 2. 아이 6개월 - 캠핑시작


까꿍이가 태어난지 6개월이 되던 날, 과감히 텐트를 샀다. 없는 장비로 캠핑을 시작했다. 자연과 함께 지긋지긋한 집안일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캠핑. 6개월부터 작년까지 나에게 끊임없는 활력소가 되었다.


활력소 3. 아이 초등생 - 공부시작


아이들이 좀 컸다. 조금의 자유가 생기고 있다. 완벽하게 아이들과 분리된 자유는 아직 벅차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나를 위한 시간 확보 가능하다. 글쓰고 공부하고 책읽고 운동한다.


핸드폰 바탕화면 위젯이다. 공부하고 실행하고 그의 결과를 보며 행복함과 성취감을 느낀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게 빠졌다. 자유의 의미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출산 전 자유는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유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닌게 되었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출산을 하면서 갑작스럽게 빼앗겼던 자유는 가정이 이루어졌음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생긴 부적응이었던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새로운 가족형태로 변화된 것을 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안다. 싱글로 돌아갈수도 없으며 그전의 자유를 되찾을수 없다. 이미 선택한 삶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 순간에 만족하며 내가 처한 환경속에서의 자유를 최대한 누리며 행복을 우리가족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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