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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Nov 17. 2020

내가 모르는 것은 무한한 두려움을 가지고 온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앉아있지를 못한다. 끊임없이 왔다갔다한다. 가슴이 두근두근. 손 깎지를 꼈다풀었다를 반복한다. 


  내가 무서울 때 하는 행동이다.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처음으로 할 때 정말 무섭다. 환경도 모르고, 순서도 몰라서 머릿속 시나리오를 쓸 수 없을 때가 제일 무섭다.  마치 깜깜한 고래 뱃속을 거니는 느낌이 든다. 어릴 때부터 화초였기에 스스로 헤쳐나가는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다. 불안하면 부모님이 먼저 나서서 길을 터주셨고, 난 그 길을 다져가며 걸어만 가면 됐었다. 어릴 때 좌충우돌 부딪쳐봤었다면 지금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 taylor_grote, 출처 Unsplash




  며칠 전에 내가 무섭게 된 상황이 있었다. 까꿍이 영어학원에서 원어민 선생님이 나에게 전화를 주신 것이다. 연유는 원어민강사와 까꿍이의 전화통화를 월 1회 하기 위해서였다. 원래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하지만.. 난 정말 당황했다. 겪어보지 않았고 준비되지 않은 상황. 그때의 버라이어티한 상황을 글로 표현해보겠다.


  "Hello, 까꿍"

  "s s s s s s she's not h h h h here......... um............."

  "D d d d do you know..... um.... her number?"


그 뒤의 상황은 생략한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말더듬이다. 원래도 영어를 잘 못해서 부끄러운데 원어민이 나에게 전화를 하다니! 부끄럽다. 소름돋는다. 무서웠다. 단순히 까꿍이에게 전화온 것 뿐인데! 남편은 나에게 까꿍이가 여기 없다는 얘긴 왜 했냐고 크게 웃는다.  만약 그 시간에 전화올 것을 미리 알았었으면 파파고라도 돌려서 예상시나리오도 좀 써놓고, 세련된 문장을 연습해놨을텐데. 

  모든 일이 이런 식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일상생활에 있을 다양한 문제를 상상해서 머릿속 시나리오 쓰는 버릇이 생겼다.  머릿속이 복잡해도 너무 복잡하다. 일어나지 않은 엄청 많은 새로운 일들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나도 모르게 쓰는 것이다. 


  그냥 뭐 어때? 부딪치면 되지! 


말하기는 쉬운 말이다. 하지만 겁쟁이 나에게는 말만 쉽고 행동은 죽어도 못할 것 같은 어려운 일이다. 이럴수록 부딪칠 만한 일들을 더 많이 만들어 계속 부딪치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그러면 언젠가는 무뎌지겠지.... 계속 부모님 대신 남편 뒤에만 고이 숨어있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무뎌지기 위한 노력도 좀 해야겠다. 어휴 노력이라는 생각만 해도 소름돋는다. 연습이 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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