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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Nov 17. 2020

자기는 돈을 택배박스로 잘 바꾸는것 같아.



© curology, 출처 Unsplash


  "자기, 택배 왔어."

  "자기, 이번 주에 택배 박스가 많네."

  "자기, 이번 주 택배를 많이 받았네."


  "자기, 자기는 돈을 택배박스로 잘 바꾸는 것 같아."



  그렇다. 나는 온라인쇼핑을 좋아하고, 잘한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비교하고, 최저가로 사려고 노력한다. 같은 기능이라도 좋은 품질, 낮은 가격을 찾으려고 무지 애쓴다. 즉, 슬기로운 소비를 하려고 노력한다. 가성비 제품 찾는 데에 달인이다. 그래서 오프라인으로 무엇을 구매할 때에는 불안할 때도 많다. 의심증이다. 오프라인으로 사는 것들이 대부분은 온라인구매보다는 비싸기 때문이다.


  '이거, 온라인으로 사면 얼마지?'


  가격비교의 노예다. 온라인쇼핑을 몰랐다면 사는 데에 정말 편할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백화점 세일, 마트 세일 기간을 제외하면 같은 제조사, 같은 물건은 항상 정찰제면 얼마나 살기가 편했을까.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필요하면 바로 퍽퍽 사면 되고. 시간도 안 걸릴테고. 또, 제조사가 하나면 정말 편할 것 같다. 그냥 사면 되니까.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다. 같은 샴푸라도 만드는 회사는 정말 많다. 하나하나 성능 비교하고, 가격을 따져보고..... 필요한 무엇 하나를 사려고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또, 그것만 사야 하나? 다른 것도 사야한다. 그러면 찾다가 다른 것을 찾는다. 그러다가 원래 찾던 것을 잊어버릴 때도 있다. 


   시간도 아깝고, 사는 과정이 너무 힘겨워서 그냥 보이는 대로 사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문제는 그게 안된다. 비교하고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어서인 것 같다. 마치 아기가 걸음마를 처음 배울 때 넘어지고 다치고 결국은 걸음마 하는 방법을 배워 그때 배운 걸음마를 평생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난 쇼핑하는 방법을 그렇게 배운 것 같다. 비교해서 사라. 떨치기가 힘들다.


  좋은 점도 있다. 돈 쓰기 덕에 직장에서는 칭찬받는다. 신기한 것이 내 돈이 아니라도 돈 쓰는 것이 즐겁다. 즉, 난 사는 행위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인거다. 직장에서 쓸 일이 있으면 내가 손들고 업무 처리하겠다고 한다. 다들 신기하게 나를 바라본다. 그 귀찮은 일을 나서서 먼저 하려하다니! 내 돈을 안 쓰는 일인데도 난 최저가를 맞춰 사고, 남는 돈으로 더 사려고 한다. 나의 정성(?)이 통했는지 사람들은 최저가로 필요한 것을 사고, 나머지를 더 사니 행복해하고, 고마워한다. 나를 칭찬한다.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먼저 나서서한다고 존중한다. 


  카드결제일이 되면 조금 슬프기도 하다. 2,3만원의 눈이 모여 눈덩이가 되어 카드값으로 돌아온다. 온라인 쇼핑의 흔적이다. 카드결제일이 되면 고해성사도 하고, 다음달에는 좀 덜 돈을 쓰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다음달은 더더욱 열심히 최저가를 검색하고, 좋은 품질, 최고의 가격 제품을 사려고 노력한다. 어쩔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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