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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Dec 04. 2020

미라클 모닝을 하는 이유 - 최고의 선물이니까.



© alicekat, 출처 Unsplash




 오늘도 난 3시 58분에 깼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써본다.

  솔직히 난 나의 직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한 책임, 끊임없는 노력을 요하지만 쉽사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 노력 후엔 바로 성과가 눈에 보이기를 누구나 원하지 않을까? 하지만 내 직장엔 그런 것이 별로 없다. 고맙다는 얘기를 들을 일도 별로 없다. 당연한 것이라 누구나 생각한다. 마음을 쓰는 직업. 그나마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아침마다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 매달 한번씩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복직을 하면서 더욱 내 삶은 더 팍팍해졌다. 6시에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들을 챙기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6시부터 아침을 준비한다. 아이들을 깨우고 옷을 입히고 밥을 먹이고 유치원 등원. 첫째는 등교시각까지 집에 혼자 있기 때문에 마음이 계속 쓰인다. 그리고 출근. 퇴근 후 둘째 하원. 집에 혼자 있을 첫째를 생각하며 다른 생각없이 바로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의 연속. 퇴근 후에는 저녁 준비, 밥 먹이기, 설거지..  일분일초도 헛되이 쓰면 안된다. 직장에 늦으면 안되고, 퇴근 후 아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되도록 빨리 집에 와야한다. 직장 속에서는 보람이 없다. 돈을 벌 뿐이다. 온전히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없으니 내가 누구인지도 잊었고, 허망했다. 직장은 돈을 주는 곳일 뿐이고, 가정은 내가 없으면 돌아갈 수 없는 구조다. 삶의 비타민이 없다. 피곤하기만 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찍 잠이 깨서 더이상 잠이 들지 않았던 날. 거실에 혼자 나와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봤다. 남편이 깰 때까지. 조용한 새벽시간. 아직도 그 때 우리집이 기억나고, 수조의 물소리가, 집안의 냄새까지 하나하나 기억난다. 아무에게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고, 온전히 나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었던 그 시간. 이상하게 그 시간이 참 좋았다. 그리곤 다시 일상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또 잠이 일찍 깨서 더 이상 잠이 들지 않았던 날. 또 난 멍하니 거실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평화로웠다.

  그게 나의 미라클모닝 시작이었다. 나를 위해 온전히 쓸 수 있는 시간. 나만 들여다봐도 되는 시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시간. 그 시간이 아침시간이었다. 저녁에 몇 시에 잠을 자건 상관없다. 피곤하지 않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최고의 시간이다. 가만히 앉아있어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원하는 수업을 듣기도 하고, 남들이 보기엔 뻘짓(?), 덕후질(?)도 새벽에 이루어진다. 그냥 말 그대로 행복하다. 글쓰는 지금 이 시간? 내 삶의 선물이다. 진짜 내가 살아있는 것 같다.

  신기한 것은 미라클모닝 후 내 모습이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피곤한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풀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니 똑같은 일상 생활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지긋지긋하던 직장 생활도 그래도 견딜 수 있게 되었다. 항상 내 시간을 갈구하던 나였는데, 그래서 아이들에게 나도 모르게 짜증내고 소홀할 때도 많았는데. 그게 해갈되니 아이들도 더 예뻐보인다. 어디에 빠져살고 있으니 사람이 나도 모르게 달라보이나보다. 남편도 지금 나의 모습이 멋져보인다고 한다. 

  요즘은 아침에 4시정도에 깬다. 알람없이. 그냥 눈이 번쩍 떠진다. 가끔씩은 3시에도 깨고 2시에도 깨서 내가 걱정되기도 한다. 저녁 시간이 점점 줄어서 고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시간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하고 행복해서 잠으로 채울 생각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일찍 일어나 이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의 행복함을 느끼게 된 것이 나에게는 최고로 감사한 일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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