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일이 잔금이다. 내일이 오기까지 지나간 시간이 생각났다.
책을 열심히 들여다보던 일
남편이 나에게 놀리던 일
크크크 하면서 계약서 썼다고 달랑달랑 달려가던 일
며칠 전 법무사 구한다고 난리쳤던 일
등기가 내 손으로 들어오는 구나. 이 얼마나 영롱한 일인가!!
그러다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라.. 이거 낼 만날 사람이 많네. 부동산 소장님, 매도자, 법무사를 만나야 하는데. 법무사는 내가 섭외해서 만나는 사람인데.. 그리고 돈 줄 일도 많네.
법무사님을 어디서 만나야 하지?
법무사비는 언제 주고, 복비는 언제주고 잔금은 언제주지?
순서가 어떻게 되지?
이거 무슨 쌩뚱맞은 소리냐..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때의 난 부린이에다 전세집 잔금 한번 쳐본 적 없는 쌩초보였다. 큰 돈을 내 손으로 부쳐본 적 없는 어린이. 심하게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거 나 어떻게 하면 좋아????? 아 울고 싶다.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비꿍이에게 떨면서 전화했다.
나 : 자기야... 내일 같이 가주면 안돼..?
비꿍이 : 머? 갑자기 왜? 먼 일이 있나?
나 : 아니... 내 내일 걱정이 되서..
비꿍이 : 응? 뭐가 걱정이 되는데?"
역시 우리 비꿍이는 모르는 게 없다. 역시 척척박사였다.
응.. 자기야... 법무사님을 내일 어디서 만나야 하노?
비꿍이 : 응?? (아주 어이없다는 웃음) 법무사를 어디서 만나고 싶노? 카페에서 만나고 싶나? 같이 맛집 갈라꼬 만나나? 왜 만나는 거고? 생각을 좀 해봐라.
나 : (초 소심모드) 물론 잔금칠라꼬 만나는 거긴 한데... 내가 섭외해서 가는거라 어데서 만나야 할지 몰라서...
비꿍이 : 부동산에서 만나면 되지! 부동산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올끼다! 내 일 바쁘다. 또 질문있나?
나 : 응... 질문 또 있어.또 머꼬?
나 : 법무사비는 언제 주노?
비꿍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먼 소리고. 돈 달라카겠지! 일을 하면 돈을 달라고 하겠지. 그때 주면 되지!
나 : 아.. 돈 달라 카겠나?
비꿍이 : 그래!!! 자기가 갑이다! 자기 손에 돈이 있잖아. 자기는 돈만 잘 챙기가면 되지!(이제 답답해서 숨이 넘어갈 지경)그럼 이제 질문 끝났나? 내 바쁘대이 일하다 전화 받은거대이.
나 : 이제 질문 다 끝나간다. 아직 남았다.
비꿍이 : 뭔데?
나 : 복비는 언제 주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꿍이 : 아 놔. 돈 달라카겠지!! 뭐가 걱정이고. 그 사람들은 일을 했으니 돈을 달라 카겠지!
나 : 아. 맞나?아 놔 생각좀 해봐라. 자기 같으면 일 했는데 돈 달라 카겠나 안카겠나.
나 : 아.. 그래..... 알겠어... 함 가보께.
눈물나올만큼 부끄러웠다. 머릿속으로 전혀 그림이 그리지 않던 잔금장면이었다. 좀 알아야 허리 쭉 펴고 가겠는데 전혀 모르니 답답할 뿐이었고, 몇 번 해본 비꿍이는 숨막힐만큼 속터져했다. 한번 해보니 비꿍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든 것이 이해될 만큼, 내가 돈만 있으면 되는 상당히 쉬운 것이었다.
잔금날? 비꿍이가 말해준대로, 비꿍이와 미니미멘토님의 응원을 격하게 받으며, 난 장렬하게 돈을 여러 군데 입금하고 등기를 내 것으로 만들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