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내 집 좀 사서 올께 - 6. 찌그러짐의 시작

by 릴리


신이 났다. 결국은 내 것을 만들었구나. 크크크크크크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소심쟁이가 등기를 가져왔어. 으흐흐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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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힘들게 내 손으로 '득'한 귀하디 귀한 등기가 드디어 집에 온 그 날. 파티를 해도 모자랄 그날. 난 우연히 그 등기에 대해 분석당할 일이 생겼다. 그 분은 그 곳에 대해 연신 부정적이셨다.


투자의 고수 : 하....(컬투쇼 정찬우 버전) 하................ 이거 등기 치셨어요?
나 : 네.... 오늘 등기가 도착했어요.
투자의 고수 : 하....... 그렇구나....
나 : 왜요? 별로인가요?
투자의 고수 : 하.......... 주변에 빈 땅도 너무 많고 2년 후부터 공급이 넘쳐나게 많고, 섬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 지극히 한정적인고.... 저였다면 안했을 것 같네요.
나 : (완전 찌그러짐)그래도 풀호수뷰인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투자의 고수 : 풀호수뷰는 부동산에 관심가지시면 아시게되겠지만 전국에 호수뷰는 무지하게 많아요. 강뷰, 바다뷰 등등. 이것은 지역 세부적으로 '풀호수뷰'라는 프리미엄을 가진 것 뿐이에요. 지역 전체를 보고 맞는지 안 맞는지 생각하고 들어갈지 결정후에 '풀호수뷰'라는 프리미엄을 가진 물건을 고를 때 쓰는 카드죠.
나 : 아........................."


고개가 푹. 내 스스로 처음으로 도장찍고 부끄러운 질문을 하면서 처음으로 받은 등기인데. 아.......... 내가 들어가서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는 지역에 있는 건데. 이 일을 우짜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오늘 등기를 받았는데....


계약을 하고 등기를 받기 전까지 드디어 내 것이 생겼다는 마음속 파티를 하고 있었었다. 매물이 널려있는 곳에 가서 제일 좋은 거 한개를 사왔는데, 진짜 나 혼자 그 곳에 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파티는 무슨. 파티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물떠놓고 연신 절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제발 제발 잘 산 것이라고 해주시옵소서. 제발 제발 잘 산 것이라고 해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더구나 등기치고 난 이후 찍히는 실거래가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산 금액보다 1,2천만원이 낮은 금액으로 거래가 계속 찍히는 거다. 아흑. 소장님이 불과 며칠전에 그 가격으로 거래됐다고 했는데... 소장님이 거짓말 한것은 아니었다. 그 집과 내 집만 딱 그 가격이었다. 더 깎을 수 없다고 매도자가 배짱을 막막 튀길 때 난 거기에 넘어가지 않았어야 하나. 어쩐지 매도자분이 얼굴에 꽃이 폈더라. 아흑 너무 비싸게 샀어.............


남편은 놀리기 시작했다.



굳이~~~~~~~~
매도자한테 양도세 안 줘도 되는데 양도세까지 주고 왔네~
아이고오. 실거래가 봐라.
이래~~ 비싼 걸 사서 왔노~~~~~~~~~
취득세를 싸게 주고 살 수 있는 건데 굳이~~
취득세를 4% 낸거랑 똑같네에~~
아이고오~~~~~~~~~



"뭐라도 좀 해봐라", "가서 집만 또 보고 올끼제?" 놀리는 말에 난 등기를 결국 가져왔다. 근데 그 등기로 또!! 놀림을 받게 되다니. 아... 짜아증 대박. 근데 내가 질러서 가지고 온 것은 아주아주 비싼 물.건.이다. 당장 팔수 없는 내가 갖고 가야할 내 재산이다. 그래. 공급적인 측면은 내가 놓쳤다고 치자. (ㅋㅋㅋㅋㅋ 결정적인 것을 놓침) 그래도 그래프의 모든 것이 그 곳을 향하고 있었는데... 틀린 거였나?


그때부터 출구전략에 대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한숨을 푹푹 쉬며. 이 집과 다른 것 때문에 취득세를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데.. 다른 것을 살 때에도 취득세를 얘기할 때마다 남편은


어차~~피 ㅇㅇ도 취득세 매도자한테 주고 산거잖아? ㅎㅎ
개안타~ 다른 곳도 취득세 그냥 내면 된다.

이따구 얘길 하며 놀렸다. 아..... 찌그러져도 할말없다. 별로라 하는데 우짜겠노. 실거래가가 계속 낮게 찍히는데 우짜겠노. 아흑. 내가 잘못샀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놀릴 일도 아닌게


내께 니꺼고 니께 내꺼 아이가?
(내 집이 너의 집이고, 너의 집이 내 집이 아니야?)

이렇게 항변할 수도 있었는데, 남편은 완벽히 그 집은 완전 본인과는 상관없다는 논리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시간을 보냈다. 남편의 놀림은 그 날까지 계속 되었다. 나 혼자만의 집이라는 인식은 그 날까지 계속 되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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