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가 좋긴 한데 어려워

WFH, Smart Work

by 최기형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관련 환경을 갖출 수 있는 IT기업 중심이지 전통적인 산업군은 여전히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죠. 저는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고 있는데, 재택근무 시 생산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다

우리의 뇌는 공간을 인지할 때, 인지적 Tag를 붙인다고 합니다. 직장은 ‘일하는 곳’, 집은 ‘휴식의 공간’, 헬스장/운동장은 ‘운동하는 곳’ 등. 단순히 Tag 붙이는 것을 넘어서, 그에 맞춰 몸/행동의 모드를 바꾼다고 해요. 그래서 운동하려고 산 러닝머신이 빨래걸이가 되고, 집에서 일하려고 하면 자꾸 늘어지고 하는 게 뇌가 보기엔 집은 쉬어야 하는 공간 이어서입니다. 재택근무가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지신다면,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소설가 김영하가 생각하는 ‘호캉스’가 뜨는 이유

소설가 김영하가 쓴 <여행의 이유> 책을 보면,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를 적어 놓았는데요. 우선, 집은 의무의 공간이어서 언제나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띕니다. 일을 좀 하려고 해도 설거지, 빨래, 청소 같은 것들이 신경 쓰이는 거죠. 재택근무를 할 때 자꾸 빨래와 설거지가 마음에 걸리는 이유도… 그리고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고 각종 기억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이어서, 잡생각이 떠오를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이런 모든 번잡한 것을 잊고 쉴 수 있는 깨끗하고 하얀 호텔에서 쉬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는 시각이에요.

야후가 망한 이유

구글에게는 잊혀진 라이벌 야후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검색엔진의 성능뿐 아니라 두 회사는 근무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었는데요. 야후는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한 반면, 구글은 회사 안에 공짜 식당/카페, 게임하면 놀 수 있는 공간 등 회사 안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도록 구성했다고 해요. 결과는? 야후 구성원은 집에서 눈치 안 보고 이직을 준비하고.. 구글은 놀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자리로 돌아가서 집중할 수 있었던 거죠 실제로 2013년, 마레사 메이어가 야후 CEO로 취임하자마자 재택근무를 폐지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야후는…


이런 의견이 사실 코로나 터지기 전, 그러니까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기 전에는 의미가 컸습니다. “그래. 회사에 모여서 일하는 게 효율적이야!”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있죠. 미국 IT기업의 65%가 직원의 1/4를 영구 재택근무로 전환한다고 하죠. 집에서 일이 안된다고 출근하는 게 정답이 아니라,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일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리츄얼 통해 극복하기

리츄얼은 심리적 의례, 의식을 뜻하는 말로 습관적이고 익숙한 행동을 함으로써 원하는 마음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하는데요. 해외 파견을 나가게 된 어느 기자가 집에서 계속 일을 하다 보니 도대체 능률이 안 오르는 겁니다. 그런 그가 선택한 방법은, 아침에 일어나면 정해진 시간에 아침을 먹고, 세수하고 양복으로 갈아입고 ‘작업실’이라고 명명한 방으로 들어가서 12시까지 일을 하고, 나와서 밥을 먹고, 다시 방에 들어가서 일을 하다 6시가 지나면 방을 나와 옷을 갈아입고 퇴근을 했습니다.


모두 집이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의식적으로 행동을 구분함으로써(리츄얼) 그나마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 잠옷 입은 채로 밥 먹고, 그 옷 그대로 일하다 점심 먹고 쉬다 하다 보면 경계가 무너져서 능률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요. 의식적으로 옷을 갈아입던, 일하는 공간을 분리하던 식의 노력이 더해지면 일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리모트 워크로 스마트워크 하기

코로나로 인해 부득이하게 7주간 리모트 워크를 진행한 한 기업의 경우, 리모트 워크의 긍정적 반응이 중간 관리자보다 실무자에게서 3배 높게 나왔다고 해요. 바로 '몰입과 집중' 때문. 사무실에서는 옆자리 동료의 질문/요청, 갑작스러운 회의, 예고 없는 업무 지시, 주변 소음으로 인한 방해, 사무실을 오가는 직원/손님의 인사와 같이 평균 25분마다 직원들의 집중을 깨트리는 외부 자극 존재하기 때문이죠.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는 갑작스러운 회의나 업무지시가 1/3로 줄어들어 최대 4시간까지 외부의 방해가 없는 집중 업무시간을 확보할 수 있음)


리모트 워크 환경 하에서 조직의 의미적 연결을 강화하는 방법

1) 구성원들이 '왜(Why)'를 알아야 함.
내가 지시받은 이 업무의 목적은 무엇인지, 왜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며,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일과 의미 접속이 돼야 함. 일 자체에 쏟는 에너지만큼이나 일의 목적을 개인적 의미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 일하는 이유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열정이 생기고 그것이 성과를 만드는 에너지원

2) 일의 '맥락(Context)'을 알아야 함.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이 여기까지 왔는지, 어떤 배경으로 일이 진행돼 왔는지 이해해야 함. 업무의 히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연결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됨

3) 지속적인 '업데이트(Update)' 필요함.
시시각각 변하는 업무 상황을 구성원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받아야 함. 피드백, 결정 사항, 컴플레인 등에 대해서 시차 없이 공유해야 의미적인 연결이 높아짐


인간은 결국 사회적 동물

모두 재택근무하고 각자 자기 할 일만 잘하면 모든 게 좋을 텐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IT기업에 입사한 사람의 후기를 보면 입사한 이후부터 계속 재택근무 중인데, ‘팀’이라는 의식도 생기지 않고, 일을 알려주는 체계가 없으니 한없이 홀로 외딴섬에 있는 기분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사회적인 연결은 유지해야 마음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참고도서>

여행의 이유, 김영하

스마트워크 바이블, 최두옥

열두 발자국, 정재승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벼농사 문화 속 함께 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