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X년 10월 20일 수요일 날씨 흐림
마음으로 서비스하는 일본료칸에서의 에피소드입니다. 동료와 손님에게 얻은 배움과 깨달음을 회고하며 기록합니다.
안녕 나의 다이어리
201X년 10월 20일 수요일 날씨 흐림
오늘은 더 많은 외국손님들이 찾아왔어
그중 반가운 한국손님들
그래도 손님 나름이야
한국인 스텝이 있어 반가워하는 어머니 같은 분들이 있는 반면
시크한 가족이나 커플들도 있지
하지만 그들의 원체 성격일테고
그리고 먼길 오느라 너무 지쳤을 거야
우린 호텔에 비해 체크인 절차도 너무 길거든
미안하기도 하지
그치만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 있어서
손님들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게
나의 행복이야
그저 프론트에 서서 인사받고
질문에 답변하는 게 아니라
프론트의 벽이 없는 지금이 좋아
내가 로비에서 첫 인사를 하려고 무릎을 꿇을 때
당황해 하며 본인들의 몸 가짐도 바르게 하는
그런 거울효과 반응도 재미져
또다시 방으로 안내해서 무릎 꿇고 마지막까지 설명을 마친 후
레스토랑 가서 체크하고
한바퀴 돌아가는 길은 발걸음이 가벼워
하지만 요즘엔 나이트업무를 하느라
아침에 가는 길 배웅을 못한다는게 너무너무 아쉬워
이 직업의 매력이
차가 떠날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마지막 모습까지 살피며 인사하는 기쁨이야
또 그걸 알아주는 손님들이 꽤 있거든. 감동이었다고
그렇지만 지금 시프트도 만족해
오후 한시반 출근에 밤 열시퇴근
보통은 오전 7시반이나 8시 출근해서
12시 조금 넘어서 오전일이 끝나고
점심먹고 1시반이나 2시에 출근해서
7시반 혹은 8시에 끝나거든
그럼 열 시간도 넘게 일하는거야
헐
원래 호텔업쪽이 빡시긴 하지
그에 비해 료칸일은 수월한거 같아
글쎄 말야
월요일이었던가
저녁시간에 이층 레스토랑에서 프론트로 콜이 왔어. 응원(도움 요청)을 부탁하는 거야.
저녁식사 예약시간이 겹칠 경우엔 이렇다니깐. 시간을 잘 안배하는 것도 프런트의 일이야. 우리가 미리 체크를 못해서 손님이 원하는 시간을 그대로 받았거나, 운이 안좋아 다른 손님과 동시에 받았거나. 이걸 어떻게 대처하고 고객을 리드하느냐도 프런트 사람의 능력인 거지.
아, 늦게 체크인을 할 경우엔 식사 타임이 늦어지게 되고, 점심을 거하게 먹어서 늦게 먹고 싶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프런트의 능력 밖의 일도 생기지
세상 일이란게 그렇지 뭐
그러니 입은 집어넣고 레스토랑에 응원 가야지
머어ㅡ 예전에 홀서빙 경력이 있으니깐
괜찮겠지 했는데
무릎꿇고 테이블 위에 놓은 수만가지 그릇들을 보니
헉 소리 나오더라고
또 서빙할때 신발벗고 문열고
에잉 귀찮아
문열어 두고 다다다다 들어가고 싶어
좁은 방에 쟁반은 또 왜이리 크노
반대쪽으로 가려면 내가 들고온 쟁반도 방해가 된다니깐
물론 그릇들은 일층 주방에서 설겆이 해준다지만
다시한번 레스토랑 사람들이 존경스럽더라구
칠십대이신 분도 몇 계신데 말야
다들 기모노 안에는 무릎 보호대를 차고 계셔
나는 겨우 한시간도 채 안했는데도
윽 질렸어
그래도 뭐 어쩌겠어 응원하러 오라는데
어제두 갔지 머야
그래도 한번 해봤다고 좀 알겠드라공
눈치 정도로만 말이지
외국인 체크인왔다고 이십분정도하고
다시 쪼르르 프론트로 향했지만 말야
속으로 쾌재!
이 사람들, 일본말 안통하는 손님들 오면
정말 힘들겠구나
라는 것도 실감했고
다들 외국인 많아서 대응하는 나에게 힘들지라고 말을 하지만
난 외국인 많은 것도 좋아
내가 할일이 있고 입지가 생긴것 같아서
사실 내가 아직 일본 존경어가 완벽하지 않잖아
내가 좋아한다는건 비밀이야
이걸 알면 사람들은 힘들어 하는 줄 몰라주거든
내가 둔해서 본인 힘든것도 모르고 내 자신을 혹사하는 편인데
주변에서라도 눈치채줘야 하지 않겠어?
안그럼 나는 마구마구 전진하며 불타버릴지두 몰라
안그래도 이층 레스토랑에 모토무라상이 내가 여기서 제일 ‘뜨거운 여자 (熱い女)’ 라는 거야
워낙 장난끼 많은 친구라 ‘인기가 많다는 건가?’
속으로 생각하며 뭔뜻인고 물어보니
열정적으로 일 한다는 뜻이었어
나에겐 인기보다 더 좋은 말이야
미치 쌤한테 비밀일기 쓰는 법을 배우니
이렇게 말이 잘통해서 길게 써버렸네
고마워 나의 다이어리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자
근데 한 이십년? 십년후엔 이런 나의 생각들이 책으로 쓰여지길 바래
어느 정도의 오픈만을 제한해 두고 말야
그 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웃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