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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Apr 06. 2022

23 레스토랑의 금기사항

우려는 경험에서


점점 외국 손님들이 늘자, 일본 내국인 손님들이 있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할 일이 많아진다. 레스토랑 직원들이 일본어밖에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걸핏하면 프런트에 전화해 레스토랑으로 와달라는 2층 담당 나가오상.



이 말도 못 하나 화가 날 때도 있다. 어느 날은 가보니, 손님이 물을 원한다는 말이었다. 일본어로도 '우워터~' 워터를 길게 발음하는 언어도 있는데 말이다.



레스토랑 사람들이 자주 부르는 일로 손꼽는 것은 연박 손님이 있을 경우였다. 저녁과 아침식사시간, 식사 타입, 달걀 요리 종류 등을 물어달라는 것이었다.



바쁜 체크아웃 시간에 연박 손님의 아침 식사가 끝날 즈음이 되면 부른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융통성 있게 물어보시는데 젊은 이 친구는 매번 부른다. 책임감이 있는 친구라, 혹여나 실수할까 싶어 부르는 거라 생각하고 싶다.



그러다가 너무 비효율적인 일이다 싶어서, 연박 손님용 질문 매뉴얼 용지를 만들었다. 영어/한국어/중국어로 만들어 손님이 직접 체크할 수 있도록 펜과 용지를 식사 테이블 위에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휴, 전화 횟수가 한결 줄어들었다.


우리는 급격하게 늘어난 외국인 손님들을 위해 점차 대응방법을 찾아가야 하는 과도기인 것이니 참아야 하느니라. 참아야 하느니라.

'그래도, 나가오야. 다른 1층의 레스토랑 직원은 영어학원 다니면서 나한테 물어보며 공부하던데. 노력 좀 하지? '



평소에 그녀의 따끔따끔한 말투처럼 나도 한마디 하고 싶은 걸 꾹꾹 참아냈다.



좀 조용해지나 싶었는데, 오전에 나가오상의 전화를 받고 레스토랑에 갔다. 가족 일행 중 한 명이 아파서 방에 있는데, 식사를 방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근데, 가져가는 것은 금기시되어있다는 것이 나가오상의 전언이었다.



나는 그대로 손님에게 전달을 했지만,  가지만 가져가고 싶다고 한다. 다시 직원에게 물어보니 주방장이 음식을 방으로 절대 못하게 하는 일이라고 한다. 손님에게  정도만 괜찮다고 전했다.


아픈 사람의 식사를 가져가서 먹이겠다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완강할 일인가 싶었다.


'왜 이럴까? 방에서 식사하는 료칸도 있는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일을 할수록 이해가 되었다.

손님이 음식을 방으로 가져가서 두고 먹었다가, 혹여나 음식이 변질되어 식중독에 걸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책임은 주방장의 몫이었다.



손님한테 나는 통역사가 아니라, 서비스인이라는 것을 인지하자.’



이렇게 주방장의 말이 이해가 되고 보니, 손님께도 단순히 안된다고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잘 이해시켜 드릴 수 있게 되었다.





'별' 일이 아니었다.

세상에는 별별 일이 다 있고

그러한 우려는 경험에서 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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