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작은 사고'일뿐이었는데...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끼며 72시간을 버티고 있다. 작은 사고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초신경이라 그런지 손가락 끝이 저려온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영 불편하다. 통증이란 것은 만성이 없다. 그런 점은 내가 모를 리 없건만, 그저 체험적으로 새삼 깨달을 뿐이다.
사고라고 말할 것도 없는 '사고'가 일어난 것은 3일 전. 화장실 청소를 해보겠다고 놀려대던 손가락에 면도기 칼날이 박혔다. 순식간에 나의 손가락 살점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상처를 살펴볼 수도 없이 시뻘건 피가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사실 출혈보다 베어나간 살점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런 허무함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어지러움이 느껴지고, 출혈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자 이상하게 목이 말라왔다.
지혈이 되지 않아 상처를 누른 상태로 멍하니 30분간을 앉아 있었다.
'뭐지? 나에게 느껴보지 못했던 이 연약함은?'
기초의학을 전공한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이성적이고 의료적인 기본 지식이 좀 있는 편이라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고, 감정적으로 요동 치지 않는다. 공부를 더 욕심 있게 했었더라면 외과 의사도 어울린다는 얘기를 들었어도 내 체질에는 인권과 인격이 있는 사람보다 동물을 대할 때가 더 편했다. 하루에 실험쥐 100마리를 잡아 장기별로 분류한 이력(자랑할 만한 것이 못되는?)이 있는 나인데 요만한 살점 베어 나간 것이 잠시 넋을 잃을 정도의 '사고'란 말인가.
3일째인데도 불구하고 욱신거리는 작은 통증은 가시질 않는다. 신경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라는 확신이 들지만 어쩐지 찜찜한 것이 나는 천하무적 좀비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은 느낌이 든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도 통증이 느껴지는'네 번째 손가락'은 영 쓸모없는 몸의 일부가 아니었음을 드러내는 듯하다.
작은 존재.
그것이 어떠한들.
어느 것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작은 존재.
그것은 신이 바라봤을 때나 작은 존재인 것을.
그저 나에게는 아픔과 상처, 그리고 쓸쓸함을 자아내게 만든 큰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