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장제라 여겼다.
쓰다.
본연의 맛을 느낄 틈도 없이
쓴 맛이 먼저 올라와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입안에 남은 향은 두 콧구멍 사이로 은은히 퍼져 미소를 머금게 하지만
여전히 쓴 맛에 두 번째 선택은 없다.
우유 혹은 프림이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이 입에 착 감긴다.
신기하게도.
그러한 경험은 중독처럼 이어진다.
커피라 쓰고 강장제라 여겼다.
과거엔 그랬었다.
중독처럼.
빈 속에 타고 들어오는 믹스커피를 마셔야만
하루가 시작되는 버튼이 눌렸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바닐라 라테로 변경되었지만
나의 병리학적인 리듬은 같은 원리였다.
몸이 가뿐히 움직여지고
뇌 회로는 빨라져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정렬되었다.
나의 동선과 계획들이 줄지어져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게 되고
깨어난 감각들로 인해 부지런함이 장착되었었(!)다.
그랬더랬다.
그랬어야만 하루가 살아지고 버텨졌으니까.
작정하고 10년만.
나의 한계를 알기에 스스로 기한을 정해 놓은 것이다.
타고난 건강 체질에 커피를 물처럼 마셔대도 별 이상이 없었던 그때의 나.
앞으로의 생이 반으로 꺾여 이제는 몸을 돌아보아 챙겨야 하는 현재의 나.
몸에서 스스로 그런 강장제가 필요 없다 여겨 커피가 생각나지 않게 되고
빈 껍데기 같은 커피 에너지 충전의 시대는 지나갔음을 아는 듯
입맛도 변하게 되었다.
잘 썼어.
덕을 봤지 내가.
들어가는 건 카페인이었을 텐데
강장제인 척 여겨봤어, 너를.
다시 즐길 그날에 보아.
잠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