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품은 아니지만
'필요해서 사고 싶었다'라고 말하고 싶은 그것.
어떤 상징적인 의미는 없지만
왼쪽 손목이 약간 무거워야만
흡족히 출근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의미 있는 그것.
경력 단절 이후 첫 월급은
무엇을 위해 지출을 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워낙 적은 돈이기도 했고
하루 4시간 알바였기 때문에 월급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계획되지 않게 풀타임으로 출근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때의 내 모습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바랐던 걸까.
비싸지 않지만, 평소에 살 수 없다 여겼던
손목시계를 구입했다.
배송받고 박스를 개봉한 순간,
손목시계가 든 작은 보석함을
두 손에 받들고 쪼그려 앉아
귀히 귀히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손목에 착 감기는 느낌.
유리에 붙은 비닐을 섬세하게 떼어 내고
1부터 12까지의 숫자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시침, 분침, 초침까지 온전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난 후에
난 약간의 눈물을 흘렸다.
이것이 뭐라고...
이 작은 것이 뭐라고...
왜 나는 스스로에게
이리도 강퍅하게 굴며 살아왔던 걸까.
불편하더라도 '나는 결혼했다~'라고 티 내는 결혼반지는
꾸역꾸역 내 왼쪽 약지에 들어앉아 있었는데
그보다 더 값싼 손목시계는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이 존재는
'나는 이제부터 사회인이다~'라고 티 내고 싶어 안달 난 나의 마음을
흡족하게도, 정직하게도, 온전하게도 또한 의기양양하게
내 왼쪽 손목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나는 진정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세상과 단절되거나 세상 등 지고 자연의 삶을 살아온 건 아니었다.
내가 말하는 '사회인'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에 조금이나마 경제적으로 일조한 성인을 뜻하는 것이었을까.
난 분명히 다른 사람 못지않게 애국하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그 값어치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일 수도 있다.
손목시계의 꿈.
그건 내가 손목시계에 부여한 '나의 꿈'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