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해변에서 카약을 타다

비행기에서 그린 그림

by 연주신쥬디

푸에르토 바야르타 해변에 위치한 리조트 덕분에 틈만 나면 바다 수영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족 휴가 기간 동안 우린 리조트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다.

근처 보태닉 가든(이라고 하지만 야생 숲 속..)에 갔다가 세상 독한 모기한테 온몸을 뜯겨 가려움과 흉터로 한참을 고생했다..

안 그래도 나는 유독 모기한테 잘 물리는데, 이때 30방 가까이 물린 흉터가 없어지기까지 3년이 걸렸으니 보통 모기가 아니었다. ㅠㅠ



추억의 흉터를 남긴 보태닉 가든 방문 외에는 주로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냈다.

수영장에 들어갔다가, 바닷물에 들어갔다가를 반복하며 수영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니 슬슬 지루해져서 우린 바다 카약을 탔다!

민물 카약은 타봤지만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서 카약을 타는 건 처음이었다.

노란색 카약과 구명조끼를 받아 2인 1조로 카약을 탔다.

엄마와 아빠가 먼저 타고, 동생과 내가 바통 터치를 받기로!


모래가 있는 얕은 지점에서 카약을 타다 보니 직원이 카약을 열심히 밀어주는 걸로 여정이 시작됐다.

한참을 걸어 수심이 깊은 곳에서 카약을 힘차게 밀어주면 그때부터 노를 젓고 뱃놀이를 하는 거였다. ㅋㅋ

우리 가족은 여행을 가서도 최소한의 지출을 지향하기 때문에 ㅋㅋㅋ 이런 액티비티를 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엄마 아빠가 같이 노를 젓는 것도 처음, 동생과 내가 같이 카약을 타는 것도 처음이었다.


가족 여행을 마치고 시카고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난 사진을 보다가 문득 우리의 뱃놀이를 스케치북에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현장에서는 그릴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아무렴 어때, 사진 보고 그리면 되지!


아빠가 본 우리. 가족여행 추억 한 조각


비행기 실내등을 켜고 핸드폰 속 작은 사진을 스케치북에 옮겨 그렸다. 그림 그리는 동안 아빠가 타임랩스를 찍어준 영상도 있다.


이 그림을 안 그렸으면 카약 탔던 걸 까먹었을 수도 있다. 20분 남짓 타기도 했고, 카약 타는동안은 사진 찍을 수도 없었으니 가족 여행중에 큰 비중을 차지한 액티비티는 아니었다.

그래서 더 이 그림을 그리고 싶었나보다.

아빠가 찍어주신 사진 속 노꾼은 동생과 나! 카약은 노란색, 구명조끼는 주황색이었지만 그건 나만 알고 있는 비밀~


그림을 마무리 짓고 나니 비행기는 winter wonderland 시카고에 착륙했다. 멕시코 푸에르토 바야르타에서 충전한 열기는 가족여행 추억 한 조각으로 남기고 우린 다시 집 앞에 쌓인 눈을 삽질하는 게 일상인, 춥지만 따뜻한 겨울을 함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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