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안녕
12월, 공식적으로 학교 모든 과정을 마치고 졸업장을 수여했지만 당장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시카고 집에 가자니 음악 하는 친구도 하나 없고, 할 일도 없어서 일단 보스턴에 남아할 거리를 찾았다.
소소하게 뮤지컬 반주도 하고 레슨도 하며 근근이 생활하던 중, 크루즈 뮤지션을 스카우트하는 에이전트라는 사람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유튜브에 있는 내 연주를 보고 컨택했다며 크루즈 피아니스트를 하기 위한 온라인 오디션에 초대했다.
크루즈 피아니스트? 그런 게 있구나?
뭔지도 잘 모르지만 일단 오디션에 응했고 바로 합격해서 얼떨결에 계약서까지 썼다.
(크루즈에서 일한 경험은 브런치북에 따로 발행 중이다.)
그렇게 보스턴에서의 생활을 진짜로 마무리해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
시카고보다 훨씬 익숙하고 정든 보스턴을 떠나려니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운 여러 감정이 들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소중한 것도 많이 얻은 내 제 3의 고향 보스턴.
이번에 떠나면 언제 다시 오려나?
내가 좋아하는 공원 Boston Commons에 가서 4월 봄날의 보스턴 풍경을 담았다.
이 그림을 그린 날엔 내가 좋아하던 코랄색 반스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좋아하던 카페 Thinking Cup 카페의 커피를 한잔 옆에 두고 잔디밭에 앉아서 펜을 움직였다.
매일같이 보던 건물들이었지만 그림으로 그리려니 낯설고, 다시는 여기를 못 볼 것처럼 자세하게 관찰하고 있으니 이곳과 정말 멀어진다는 게 조금씩 실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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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보스턴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야 하는데 공항까지 가야 하는 시간이 촉박해서 불안해하는 꿈을 꿨다.
생생한 꿈이었는데 오늘 쓰는 글이 마침 보스턴에서 그린 마지막 그림이라니? 내 무의식은 역시 많은 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