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가족의 소중한 가족여행
2015년 1월, 나는 버클리를 졸업하고 공식적인 백수 신분으로 시카고 집으로 왔다.
기러기아빠도 겨울방학을 맞아 우리와 상봉하러 시카고로 날아왔다.
매년 겨울이면 짧게나마 이렇게 온 가족이 모였다.
가족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닌데, 이 때는 왜였는지 멕시코로 휴가를 갔다. 눈도 많이 오고 매일 영하의 기온인 시카고에서 탈출!
멕시코 푸에르토 바야르타(Puerto Vallarta)의 한 리조트가 우리의 보금자리였다.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All-inclusive 리조트에서 우리 나름의 럭셔리 휴가를 즐겼다.
맛있는 음식도 원 없이 먹고 물놀이도 실컷 하는, 누구나 꿈꾸는 시간을 보냈다.
여행 스케치북에 가족여행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썬베드에 누워서 그림으로 담을만한, 의미 있는 씬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그 자리에서 내 눈에 보이는 걸 그렸다.
먹고 놀고 누워있기만 하는 내 상황을 고스란히 담았다.
검정 펜도 없어서 호텔방에 있던 파란 펜으로 그렸는데 마침 파라솔과 비치 체어가 모두 파란색이었다.
공항에서 리조트까지 택시 타고 오가는 길엔 항구에 정박해 있는 대형 크루즈 몇 척을 봤다.
크루즈를 난생처음 본 순간이었고, 크루즈 여행이라는 게 있는지도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물론, 크루즈 안에서 피아노 치는 일이 있으리라고는 까맣게 몰랐으며 내가 그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복선이자 내 미래에 대한 힌트였을까? 여기서 크루즈를 본 4개월 뒤, 나는 피아니스트로 크루즈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