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Mass Ave. Starbucks
2014년 12월, 버클리 마지막 학기를 마무리했다.
2010년 9월부터 시작해서 4년간 내 삶의 터전이었던 보스턴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버클리 음대.
우리 학교는 타 대학처럼 넓은 잔디밭이 있는 캠퍼스가 아니다. 건물 여러 개가 보스턴 시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서 잔디밭이 아닌 큰 횡단보도를 하루에도 여러 번 건너서 수업에 가야 한다.
여러 개의 건물 중 학교 메인 건물이자 내 기숙사가 있었던 150 Massachusettes Ave. 는 한국인들에겐 “일오공”이라고 불리며 랜드마크 역할을 한 버클리 대표 건물이었다.
일오공 건너편엔 스타벅스와 던킨이 있었다. 테이블 몇 개 없는 작은 카페였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푼 카페 두 곳임이 분명하다.
딱히 약속을 잡지 않아도 거기에 앉아있으면 꼭 누군가와 얘기하는 기회가 생겼고, 창 밖을 보고 있으면 반가운 얼굴들이 150을 들락날락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스타벅스 창가석에 앉아 150 정문을 그렸다.
이제 곧 그리워질 이 거리. 스케치북에 유일한 버클리 그림이다.
하루에도 열댓 번씩 건넌 이 횡단보도, ‘내가 여기를 몇천 번, 몇만 번 건넜을까?’ 생각하며 지금은 지긋지긋해도 언젠가는 그리워할 내 ”집 앞”을 그렸다.
한겨울이라 나무도 앙상하고, 늘 눈살 찌푸리게 만들던 일오공 앞 흡연족도 없었다.
이 그림을 그린 다음날, 12월 19일, 나는 모든 프로젝트를 제출하고 학기말 실기시험에서 100점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졸업 마침표를 찍었다.
진짜_최최종_마지막_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감격의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런 감동은 없었다.
그냥 홀가분한 마음으로 1140 건물을 나와 친구들과 언니들이 있는 공차 카페로 총총총 걸어가 우리만의 조촐한 셀러브레이션을 했다.
남들 같았으면 마시자!!! 하고 술집에 갔을 법도 한데 우린 버블티를 쫍쫍 거리며 그동안 얼마나 수고가 많았는지 서로 토닥토닥 거리며 해맑게 웃는 게 최고의 파티였다.
당장 기숙사 짐도 빼야 하고, ‘졸업했으니 이제 뭐 하지?’ 평생 따라다니는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지만 당분간은 그런 생각 말고 성취감을 충분히 즐기자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2014년 12월을 마무리했다.
지금도 그리운 추억 가득한 버클리 일오공.
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내 일상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뭘 하고 있을까, 내 20대는 뭘로 채워졌을까?
다른 건 몰라도 여기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인생의 평생 보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