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난 겨울 여행의 첫 목적지, 쾰른. 연고도 특별한 목적도 없이 그저 저렴한 항공권을 쫓아 닿은 곳이었다. 처음 발을 내디딘 독일은 스페인보다 영어 소통이 수월했고, 도시의 동선은 단조로웠다. 주로 발길 닿는 대로 걸었지만, 모든 길은 결국 쾰른 대성당을 중심으로 흘렀다.
낮 시간에 처음 마주한 대성당은 그동안 보아온 스페인이나 프랑스의 성당과는 확연히 결이 달랐다. 이게 바로 중학교 때 배운 고딕양식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성당에 가까이 다가가서 건물 전체를 눈에 담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무섭다'였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선에 압도당했을 뿐만 아니라 외관이 전체적으로 너무 시커멓고 어둡게 얼룩져 있어 마치 동화 속 악당들이 모여 살 것만 같은 서늘한 공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든 공포심은 잠시 접어두고, 대성당을 한참 응시했다. 언뜻 봐서는 캐치하지 못할 디테일을 보고 있으니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경외심이 차올랐다. 기계도 없던 그 옛날에 인간의 손으로 이 거대한 걸 쌓아 올렸단 말이지...
그 자리에 서서 스케치북에 이 전경을 그리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찬바람 부는 한겨울에 서서 이 위대함을 그리려다가는 몇 시간을 할애해도 끝내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결국 사진 속에 그 위엄을 담고 숙소에 가서 사진을 보고 그리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쾰른 미술관도 둘러보고, 어둑해진 밤은 대성당을 병풍 삼아 자리 잡은 크리스마스 마켓의 반짝이는 불빛 속에서 보냈다. 따뜻한 와인을 한잔 마시며 기념품으로 머그잔도 소장하고, 독일식 돈가스 슈니첼과 굴뚝빵도 먹어봤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구경하며 몽글몽글한 겨울 감성을 채우다 보니, 혼자 하는 여행도 제법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늑한 에어비엔비로 돌아와 작은 핸드폰 스크린에 쾰른 대성당 사진을 띄워놓고 스케치북에 옮기기 시작했다. 실물을 보고 현장에서 그리는 것보다 쉬웠지만, 예상했던 대로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한 자리에서 다 끝내지 못하고 이틀 밤에 나누어 그렸다.
완성된 그림을 보니 실물이 가졌던 그 압도적인 어둠과 무서운 기운을 다 담아내지 못한 게 아쉽다. 그리고 이렇게 단면적인 묘사보다는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보아야 대성당의 진정한 깊이를 느낄 수 있는데, 평면적인 기록에 그치고 만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쾰른에서 이틀밤을 보내고, 나는 베를린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독일에 왔으니 그래도 베를린에는 가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두 번째 목적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