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아빠 육아 팁
안녕하세요?
얼마 전 '주 양육자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라는 주제로 썼던 글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보다 그 시간을 질적으로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가장 중요한 시간, 퇴근 후 5분'이라는 글을 통해 퇴근 후 5분이라도 아이들에게 집중해서 놀아주면 아빠에 대한 아이의 욕구가 꽤 충족된다는 말씀을 드렸고요. 이번 주에는 '아빠의 놀이' 라는 주제로 말씀 드려볼까 합니다.
육아에 관심 있는 아빠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아빠 놀이의 효과는 많은 연구로도 입증되었습니다.
호주 뉴캐슬 대학 가족 연구 센터에서 30개월~5세 아이를 둔 가정을 대상으로 과격한 신체놀이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였는데요,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 대부분 30개월 후 공격성이 감소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진은 공격성이 감소한 이유로 아빠와의 신체놀이를 언급하였습니다. 아빠와의 신체놀이는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모든 힘을 쓰며 놀게 하며 갑작스러운 흥분을 느끼게 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행동을 조절하고 감정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이들과 레슬링, 씨름, 손바닥 마주치며 밀기, 잡기 놀이 등을 해 보면 아이들은 금세 땀을 흘릴 정도로 정말 온 힘을 다해 이기려고 합니다. 통계적으로 엄마보다는 아빠와 많이 하는 이런 놀이가 아이들의 행동과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아빠의 양육 참여 비율이 높을수록 아이의 사회성과 지능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습니다.
좋은 이야기들은 잘 알겠는데 그럼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요?
처음에 승유와 함께 단둘이 시간을 보낼 때 어떻게 놀아주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공룡 놀이를 하자고 하면서 역할 놀이를 하는데 딱히 할 말도 없고, 아이가 즐거워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잘 몰랐으니까요.
그런 저에게 한 가지 힌트가 되어 준 것이 EBS 다큐멘터리 '놀이의 반란'입니다. '놀이의 반란'에서는 아이들 놀이에 있어 '자발성, 주도성, 즐거움'을 중요한 개념으로 꼽는데요, 영상 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다가왔던 실험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실험에서는 같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른 두 종류의 놀잇감을 가지고 놀게 하고 그 모습을 관찰합니다.
첫 번째(오른쪽 사진)는 원격 조종이 가능한 로봇을 비롯한 완성형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했고요, 두 번째(왼쪽 사진)는 우유팩, 페트병, 크고 작은 포장 박스 등을 가지고 놀게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첫 번째 장소에 들어온 아이들은 들어오자마자 움직이는 로봇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모여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15분이 지나고 나니 아이들을 흥분시켰던 로봇은 관심에서 멀어졌고 다른 놀이로 옮겨 갔습니다. 함께 하는 놀이로 발전하지 못하다 보니 쉽게 흥미를 잃었던 것이죠.
재활용품을 가지고 놀았던 아이들은 어땠을까요?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재활용품을 오리고 잘라 붙이면서 스스로 자동차를 만들고 길을 만들어 30분이 넘도록 함께 놀았습니다. 처음에는 로봇만큼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만드는 과정을 거쳐 함께 하는 놀이로 발전시킨 것이죠.
연세대 아동 가정학과 김명순 교수는 놀잇감을 보았을 때 특별히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다는 의도가 금방 보이는 놀잇감보다는 특별한 목적이 주어지지 않아서 아이가 자기 목적대로 만들어가는 것이 좋은 놀잇감이라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자발성, 주도성, 즐거움의 개념이 보다 가미되었기 때문입니다.
어플이나 블로그 찾아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머릿속에는 어떤 놀이가 자발성, 주도성, 즐거움을 주는지 헷갈릴 때가 많고 그런 것을 따져가며 이건 좋고 이건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구분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개념을 알고는 있되 굳이 추종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 즐거움만큼은 많이 가졌으면 좋겠는데 그 즐거움은 뭔가를 가르치려는 목적 (예: 바퀴가 몇 개야?, 이건 뭐 하는데 쓰는 걸까?, 이건 무슨 색이지?라고 물어보며 학습을 시키려고 하는 행동) 이 없을 때 생겨난다고 합니다. (순전히 경험에 근거한 개인적 생각으로는 학습의 목적 없이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 아빠들이 엄마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놀이 방법은 어플이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어플과 블로그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차이와 놀이'라는 어플인데요, 네이버 포스트로도 운영되는데 보시는 바와 같이 놀이에 대한 정보가 정말 많이 있습니다.
'왜 이런 것을 생각하지 못했지?' 하는 간단한 놀이부터 기발한 놀이까지 정말 많은 놀이를 소개해 놓은 곳으로 뭘 해야 좋을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저 같은 아빠들에게 정말 좋은 어플입니다.
두 번째는 연습인생 T님의 블로그(육아 놀이)입니다.
아이와 놀아주었던 것들을 블로그에 올리시는데 3-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놀이가 정말 많습니다. EBS 놀이의 반란 다큐멘터리에서 지향하는 딱 그런 놀이들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꿀쌤님의 블로그(달콤 수학)인데요,
아이들과 놀면서 수리 개념을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엔 놀이에 학습의 목적이 가미되었기 때문에 아이가 좀 더 크면 재미있는 분위기를 연출해서 해 볼 생각입니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면 욕심부리지 않고 그만 둘 계획)
뭘 하고 놀아야 할지, 아이와 시간은 보내는데 아이가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을 때 다른 아빠들이 놀아주었던 방법을 사용해보세요. 꽤 효과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는 아빠의 놀이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주로 아이들과 신체 놀이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신체 놀이를 하다가 피곤해지면 사랑하는 침대 속으로 도망가고 아이들은 침대 속에 숨은 저를 찾아 내 올라타고 매달립니다. 그 과정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레슬링을 하기도 하고 역할 놀이를 하기도 하지요.
그 외 와이프가 일정이 있어 오랜 시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할 때는 주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편이고(밖으로 나가야만 시간이 빨리 가니까요.),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블로그나 어플을 통해 새로운 놀이를 하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퇴근 후 아이들과의 놀이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아이들대로 꽤 바쁘다는 것입니다. 아빠가 퇴근한다고 해서 하루 종일 아빠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고 아빠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놀이로 옮겨갑니다. 혼자서 놀기도 하고 동생과 함께 놀기도 하면서 말이죠.
회사에서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받고 내가 퇴근하는 건지 집으로 출근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우리 직장인 아빠들! 노는 것 하나만큼은 제대로 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짧은 시간, 재미있게 놀아주며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해 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