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빠에게 가장 완벽한 아이
아이가 커서 으른 음식을 먹게 될 즈음부터 아이는 아빠의 치킨메이트가 되었다. 후라이드치킨은 아이의 첫 패스트푸드였다. 처음 닭다리를 입에 넣은 순간 눈이 동그래지고 엄빠를 번갈아 보더니 이 맛있는 음식을 이제 주었냐며 폭풍 흡입을 했다. 닭가슴살은 빡빡해서 뱉어버리곤 하기에 다리와 날개는 아이 차지였다. 처음엔 다리 하나 먹더니 회차가 지날 수록 양이 늘어 지금은 다리 두 개 날개 두 개를 해치운다.
그런데 왜 아이가 아빠와 치킨메이트가 되었냐하면 내가 닭을 안 먹기 때문이다. 아니 못먹는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한때 삼시세끼를 찜닭 삼계탕 닭발로 먹던 나는 20대 후반 한의원에서 체질검사를 하고 깜짝 놀랐다. 닭과 오리가 체질에 안 맞으니 금하라는 것이다. 왜, 뭐때문에! 선생님은 그래도 이 정도면 축복받은 체질이라며 돼지 소 말 사슴 고기 등등은 잘 맞으니 잘 조절해 보라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먹던 치킨도 내려 놓을 만큼 닭에 대한 입맛이 뚝 떨어졌다. 단골이던 교촌과 토속촌, 봉추찜닭을 끊은지 어언 10년이 넘은 것 같다. 그러자 놀랍게도 잦은 감기 증세가 멈췄다. 피곤하면 열이 오르는 것도 사라졌다. 열이 나면 목구멍이 타는 듯 갈라지는 게 내 모든 잔병치레 시작이었는데 그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이다.
치킨을 끊고 자연스레 짝꿍이도 치킨을 먹지 않았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한 것처럼 자기는 원래 치킨을 안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가보다 했다. 그렇게 10년을 치킨 없이 살았다. 그런데 웬걸, 딸램이 먹기 시작하자 치킨 먹방을 보겠다며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사오는 거다.
“원래 치킨 안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응”
“지금은 좋아졌어?”
“응”
“그럼 지금까지 나 때문에 안 먹은 거야?”
“응”
“그동안 어떻게 참았어?”
“응”
그의 성의 없는 대답이 뭔가 깨림직 하지만, 뭐 어떠랴. 잘됐네. 둘이 잘 먹어라.
반면 나에게도 족발 메이트가 생겼는데 바로 우리 아이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닭은 안 맞지만 돼지는 찰떡궁합인 내 체질.
예전 공덕동 살 때 길 건너에 공덕시장이 있는데 거기 족발거리가 유명하다. 동생과 한 달에 한두번은 방문하여 콜라겐을 흡수하곤 하였으나, 결혼 한 이후로 자주 먹을 수 없었다. 바로 짝꿍이가 아주아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울 엄마나 동생이랑 있을 때 겨우 족발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딸램이 치킨은 물론이고 족발을 또 기가 막히게 잘 먹는 거다. 족발은 한번 시키면 양이 많아서 둘이 먹기엔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삼겹살 0.7인분은 너끈히 먹는 아가였기에 짜꿍이 없을 때 도전해보았는데 와! 고기가 부족할 정도였다. 덕분에 뼈까지 뜯어먹음. 샐러드도 야무지게 다 퍼 먹음. 족발 또 먹자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 너, 정체가 뭐냐 진짜.
이렇게 완벽한 포지션의 아이가 어디 있으랴! 아빠랑은 치킨을, 엄마랑은 족발을 뜯는 식성 최고인 아이. 미천한 부모의 결핍을 이렇게도 충만하게 채워주는 이 고귀한 아이의 미션을 신께서는 세심하게 설계하신 것이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아멘. 알라뷰.
#치킨메이트 #족발메이트 #41개월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