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육아
누구나 상상만 할 뿐 실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구름 위를 가르고 있는 비행기 창문을 열면 어떻게 될까?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 문을 열면 벌컥 열릴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터널 속에서 기차 창문을 열면 얼굴이 새카매질까?와 같은.
이런 궁금증은 실은 안전 상의 문제와 직결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섣불리 실행에 옮기기 두려워진다. 안전장치가 있다면, 때론 도전이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번지점프 같은. 이런 많은 궁금증들은 영화에서 다뤄지기도 하기 때문에 일부 궁금증이 해소되기도 한다. 하지만 영상은 영상일 뿐 내 살갖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여전히 궁금해진다. (그래서4D가 있을지)
그런데 여기, 이 궁금증을 몸소 실천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내 딸이다. 6차선도로 한가운데 100킬로로 달리고 있던 우리 차의 문을 딴 이가 바로 내 따님.
평소와 같이 쫑알쫑알 엄마 뒷통수에 대고 쉴새 없이 말하던 아이가 갑자기 조용해 졌을 때. 난 알아챘어야 했다. 자나? 싶어서 백미러로 살짝 본 아이는 뭔가 꿍꿍이가 있었다. 오줌싸나? 저 표정은 뭐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찰나, 녀석이 차 문을 열었다!
으악! 삐삐삐삐 굉음과 함께 차 안 불빛이 번쩍번쩍거렸다. 놀란 아이는 그 자리서 얼었고 나는 기절할 뻔 했다. 안돼! 정신차려! 너와 니 아이의 목숨이 달린 문제야!
삐삐삐삐 굉음은 멈추지 않았다. 아가! 더 이상 만지지 마! 문이 얼마나 열린걸까? 차선 옮기다 튕겨나가진 않겠지? 아이는 그래도 자기가 한 일을 알고 있어서인지 울지도 못하고 염소 목소리로 엄마를 부르고 있었다. 엄마…엄마….
1차선에 있는 차를 얼른 갓길로 옮겨야 했다. 심장이 벌렁벌렁거리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 맙소사. 2차선, 그리고 3차선. 됐다. 갓길에만 세우면….
갓길은 형편없이 좁았고, 졸음운전 공터 같은 곳은 나오지 않았다. 삐삐삐삐삐삐삐삐 어지러운 차 안에 미친듯이 울리는 경고음이 가득 찼다. 하, 빨리 처리해야겠다.
그나마 넓어보이는 갓길에 세웠다. 차들은 쌩쌩 달리고 너무 좁아 운전석에서 문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보조석으로 몸을 구겨 겨우 빠져나왔다. 나가서 뒷문 문고리에 손을 대자 스르르 열렸다. 문이 무겁고 앞으로 달리니 벌컥 열리진 않았다. 하… 소허나……
다시 몸을 구겨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넘어온 뒤 아이 얼굴을 봤다.
“괜찮아? “
“네 다음부턴 안 열게요.”
숨도 안 쉬고 재빠른 사과, 사과의 정석이네. 그래, 할말이 없어짐. 놀랜 가슴 부여잡고 오는 내내 드는 생각은, 와 딸래미 보통이 아니네. 그걸 열어버리다니. 상상만 하던 나와는 달리 진짜 해버리는구나. 너의 스케일은 어디까지니?
그런데 왜 문이 열렸지? 출발한 지 15분도 넘게 지났는데 자동으로 안 잠겼던가? 지금 생각해도 미스테리. 엄마 무서워 오줌 쌀거 같아.
#40개월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