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가 그리 중요하더냐
사주 중 일주에 그 사람의 캐릭터를 가지는 동물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개고 그는 뱀이다. 예전에 짝꿍이가 개띠라 많이 쓰담쓰담 해줘야 한다는 말을 같은 개띠 언니한테 들었는데, 어라? 내가 개고 그는 뱀이었다.
하루는 짝꿍이가 일어나자마자부터 일이 많다 짜증을 부렸다.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정도가 심하고 아침인데 짜증을 받아주고 싶지 않은 거다.
“에잇! 아침부터 애 듣는데 짜증을 내!”
내가 버럭 하자 그가 움찔 하더니 화장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앗! 나 방금 좀 개같았는데! 왈왈!
그러고 점심이 되었는데 짝꿍이가 맛있는 걸 사주겠다며 아파트 후문 앞으로 나오랬다. 랄랄라! 신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나가는데, 주인이 밥준다고 꼬리치며 달려가는 멍뭉이 아닌가 앗, 나 좀 개같은데!
그 뒤로 뭐만 하면,
아, 좀 개같았다.
이건 완전 개다.
개인가?
개같다.
모든게 개판이다
한편, 퇴근하고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온 짝꿍이가 급하게 가방 벗고, 외투 벗고, 셔츠 훌렁 벗고, 바지 훌렁 벗고 빤쓰 벗고(잉?) 똥 마렵다며 화장실로 다다다 직행한다.
단 3초도 걸리지 않은 진귀한 광경에 와…. 뱀같다. 뱀이 허물 벗네.
밤에 짝꿍이에게 음식물 쓰레기좀 버려달라고 하니,
“이건 네가 해….”
“머라고?(멍멍!)”
“…면 밤에 고양이들이 나와서 우리 멍멍이가 무섭지”
하고 들고 나갔다. (예전에 밤에 음쓰 버리러 갔다가 통에서 고양이들 뛰쳐나와 기절할뻔 한 적이 있음)
와…. 방금 뱀 같았다. 뱀같이 스르륵 잘 빠져 나가네.
개와 뱀은 그야말로 우리의 밈처럼 되버렸다. 내가 빡쳐서 부릉부릉 시동을 걸면 얼른 달려와서 내 머리를 열심히 쓰다듬는다. 그럼 신기하게도 화가 가라앉….으잉? 나한테 잘 하라고. 잘 해주면 충성하고 못해주면 확 물어버릴라니까. 왈왈!
“그런데 쟤는 뭐래?”
혼자서 애착 토끼인형 구토헌과 새 친구 김리처드(멜로디인형)에게 밥도 먹여주고 침대에서 깡총깡총 뛰는 우리 따님의 일주는,
“토끼”
자신이 토끼라 믿고 있는 저 아이의 일주는 레알진짜트루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