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소설가 김영하의 최신작이다. 김영하 작가는 워낙 매체에서 많이 등장했고, 알쓸신잡이란 프로그램에서 문과의 대표 캐릭터였다. 그에게 소설이라는 최상위 예술작품을 만드는 이의 세상을 보는 시선에 대해 감탄했던 적이 많았다. 그의 작품세계는 어떨까 궁금했던 터에, 동네 도서관 가입 기념으로 눈여겨보던 그의 책을 고르게 되었다. 때늦은 리뷰다.
작별인사라니, SF소설이라 하기엔 너무나 감상적인 표지와 제목이다. 제목과 관련하여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철이는 누구와의 작별인가 아버지인가 선이인가 유추했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알았다. 여러 작별 중에 결국은 인류의 끝에서 삶의 유한함을 선택하고 꽤나 인간다웠던 휴머노이드 자신과의 작별임을.
스토리 전개도 전개지만 ‘나는 누구인가’ ‘나의 몸과 정신의 상관관계는 어떠한가’ ‘인간이 절실하게 만드는 것은 삶의 유한함’ 몇가지 철학적인 화두에 읽다 멈추게 된 구절이 있다. 특히 몸과 정신에 관한 말들이다.
“막상 몸이 사라지고 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몸으로 해왔는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몸 없이는 감정다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볼에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이 없고, 붉게 물든 장엄한 노을도 볼 수가 없고, 손에 와 닿는 부드러운 고양이 털의 감촉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채 동이 트지 않는 휴먼매터스 캠퍼스의 산책로를 달리던 상쾌한 아침들을 생각했다. 몸이 지칠 때 나의 정신은 휴식할 수 있었다. 팔과 다리가 쉴새없이 움직일 때, 비로소 생각을 멈출 수 있었다는 것을 몸이 없어지고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242쪽)
사유하는 휴머노이드라, 그의 창조자는 어느정도 자신의 실험이 성공했음을 알았을까. 철학에서 따온 이름 철이, (정확한 설명은 없지만) 동양에서 추구하는 선함을 지닌 선이, 굳이 따지자면 동양철학의 삶의 태도를 따르는 듯 했다. 배경이 통일된 평양이고, 공수래공수거도 떠오른다. 고양이의 시선을 따르거나 (몸이 없는)순수한 의식의 세계를 따르는 부분은 도교적 느낌도 풍겼다. 공감에 관하여 <휴먼카인드>혹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떠올랐는데(162쪽), 이것들 역시 인간은 결국 선함을 추구한다는 공자의 말씀과 맞닿아있다. SF하면 뭔가 Nasa가 등장하고 미국 펜타곤이 익숙한 나에게 새로운 의식의 전환이었다. 아시아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미래물이라니!
그의 소설은 읽으면서 장면이 영화의 전개처럼 이미지가 떠올랐다. 전작들처럼 작별인사도 언젠가는 영화화되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의 로맨스와 키스신, 에피소드가 추가되어) 넷플릭스에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도서평에서 첫 장의 이야기가 마지막 장면과 연결된다고 해서 다시 봤는데 과연 그랬다. 처음 읽었을 때는 소년의 목소리로 읽혔는데 두번째 봤을 때는 (회상을 하고 있는) 성인의 목소리로 읽히는 신기함. 다시 찾게 되는 소설은 이런 숨은 그림찾기가 매력이다. 여러번 읽혀도 새롭게 다가오고, 독자의 경험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부분이 부각된다. 나도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어떤 매체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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