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긁기
나와 짜꿍의 거의 모든 스킨쉽은 등긁기로 이루어진다. 하마처럼 거대한 등짝을 까며 “등 긁어줘” 하면 벅벅벅 구석구석 긁어준다. 나는 투덜대면서도 아주 정교한 등긁기사처럼 손톱을 적당히 세우고 강도를 조절한 다음 그가 원하는 위치를 정확히 긁어준다. 혼신을 다해 긁어줄 때도 있고, 대충 긁어줄 때도 있고, 말 안들으면 등드름을 꾸욱 눌러줄 때도 있다. 구겨져 온 그의 얼굴은 지구 어디 최고의 낙원에 방금 도착한 여행객처럼 활짝 피어난다.
이 모습을 아주 어릴 때 보아 온 아이는 3살 어린이집에 간 첫 날 사고를 쳤다. 아직 말보다 행동이 앞서던 이 아이는 기저귀를 갈고 잠시 선생님을 기다리던 다른 아이의 맨살 등이 보이자 얼른 다가가 등을 긁어 준 것이다. “아이고, 얘야.” 친구는 처음 보는 아이가 자신의 등을 긁어주자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 했다. 엄마와 아빠가 하는 모습을 친밀한 행위라 인식한 아이. 적응 기간이라 내가 있어서 다행이지 오해할 뻔.
여전히 아빠는 커다란 등을 들이밀며 긁어달라고 한다. 자기가 긁으려면 닿지 않는다고. 그러면 아이와 나는 그의 등에 달라붙어 이곳저곳 시원하게 긁어준다. 등 긁어주는 기술은 아직 아이보다 나은 모양이다. 아직 나를 찾는 걸 보면. 등 긁어줄 사람이 없어서 못 헤어진다는 농담이 우리에겐 진담이다. 하루에 많으면 서너번, 뽀뽀는 안 해도 등긁기는 우리 하루의 습관적 접촉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이가 작은 등을 들이밀며 긁어달라 한다. “너는 혼자 긁을 수 있잖아” 하면서도 한 줌도 안 되는 등짝을 살살살 긁어준다. “위에, 더 위에” “아니 거기 말고” “어쩜 아빠랑 똑같이 말하니?” 등 긁어주는 행위는 마치 온 가족이 앉아서 벼룩을 잡아주는 원숭이 가족처럼, 한가족임을 확인하는 의식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