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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Aug 21. 2017

followership에 대해

리더십의 동전의 양면

얼마전 예전 회사에서 인턴을 했던 친구를 만났다. 가능하다면 우리팀으로 뽑고 싶었을 만큼 똑똑하고 활달하고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그야말로 다들 한번보면 탐낼 인재였는데, 그 해 회사에서 인문계를 뽑지 않아-아주 뽑지 않은 것은 아니고, 임원 자녀만 뽑았다고 한다-입사를 할 수 없었다. 이후 모든 대학생들의 로망이라는 직장에 들어갔으나, 자신의 비전과 달라 1년 만에 퇴사를 하고, 유명한 NGO에 들어가 바닥부터 구르기를 2년 넘어 했다. 그리고 작년 말, 자신이 원했던 분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축하자리를 가졌었다. 그러다 갑자기 2주전 쯤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젊은 친구들이 소식이 뜸하다 갑자기 만나자는 경우는 결혼, 이직의 두 가지 경우 중 하나고, 결혼은 아직인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이직을 생각하나 보다 짐작했다. 아니나다를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회사의 상황이 최근 몇개월 사이 급격히 변화해서 소속이나 업무 범위 등에서 원치 않는 조정이 있을 수도 있고, 멤버들의 변화도 예상되는 등, 한마디로 심.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차근차근 이야기를 듣다보니 회사 상황이 어지럽다 해도, 그가 할 일은 변하지 않을 것임이 확실했고, 변한다 해도 더 발전만 있을 것이며, 함께 일하는 팀장이 회사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기대하고 있어서 걱정해야 할 부분이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더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 친구의 고민은 회사의 변화가 아니라 팀장과의 관계였다.

독재적이고, 무례한 사람이라 회의를 해도 의견을 이야기하기 어렵고, 이야기해도 무시되기 십상이라 의욕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는 한편으로 그 친구에게 이런 저런 기회를 주기도 해서 무척 혼란스럽다고 했다.

 

이야기를 쭉 듣는데 그 친구의 생각에 뭔가 중요한 것들이 빠져 있음을 알아챘다. 그 친구는 자신의 팀장이 리더라는 -팀장은 맞지만 -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고, 그 사람의 리더십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나 역시 이런 실수를 했던 적이 있었던지라 어떤 부분이 가장 서로에게 힘들지 바로 감이 왔다.


그 친구는 이전 조직에서 혼자서 기획부터 실행까지 하는 폭 넓은 역할을 했고, NGO 특성 상 조직내 상하가 있기는 했지만 보통의 기업이 가지는 위계체제보다 매우 느슨했기에 실제로 상사와 함께 일하는 경험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신입사원 시절을 보낸 대기업에서는 거의 실제 업무를 맡지 못했기에 업무적으로 상사와 업무 진행의 갈등이나 협의와 같은 복잡한 관계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의 상사는 자신이 입사 한 뒤 팀장으로 합류한 사람이었다. 그는 새로 옮긴 분야에서 몇 개월간 팀장 없이 자유롭게 선후배들과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다 자신이 몸담은 현재의 조직은 소위 크리에이티브를 다루는 곳이라 무슨 이야기든 언제 어떻게든 다 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의견이 더 좋다고 생각되면 모두가 그것을 지지하고 자신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다. 그렇지만 한국의 조직은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나 토론을 하기에 앞서, 조직의 Hierarchy를 인정하고, 팀장의 리더십을 수용하며, 그의 방식을 따를 것을 주문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떤 조직이던 상사의 스타일, 선호하는 업무 방식, 접근 방식이나 태도, 심지어 선호하는 취향에 따른 업무의 디테일 선별도 따라간다. 그것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상사가 조직의 장으로서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물론 책임만 지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고 나쁜 일에도 책임 때문에 면죄부가 주어진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통의 경우 상사는 조직원보다는 경력과 경험이 더 많고, 조직의 생리나 사내 상황이나 정보에도 더 밝기 마련이므로, 상사가 원하는 방식을 시도해서 성공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과적,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그 친구가 팀장에게 많이 들었던 말은 '그렇게 하면 안돼, 안 팔려, 망해. 대신 ~~를 해봐' 였다. 의견을 기각하는 방식이 거칠고 강압적인 점이 문제라고 느껴지기는 하지만, 실제 그의 상사가 원한 방향대로 해서 그 친구는 항상 성공을 했고, 칭찬도 듣고, 능력있는 직원이라는 평판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라고했다.

 

 

Leadership 에 대한 오해와 이해의 간극

 

리더십 leadership이라고 하면 다들 각자 다른 생각을 한다.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이기는 하지만 한가지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사람 성격만큼 다양하고 다르다.  또한 성격에 따라, 상황에 따라, 조직원들의 특성에 따라, 일에 따라 리더십은 달라질수 있다. 모든 사람이 성격의 장단점이 있듯, 상사 역시 사람이라 장단점이 있고, 그것이 반영된 리더십을 가진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리더십 같은 것은 없다.

문제는 상사가 가진 리더십이 부하직원들과 맞지 않을 때다. 부하직원들을 하나하나 살펴서 그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해 준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상사도 사람이라 그게 안되는 경우가 많고, 상황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으며 개인이 노력한다 해도 한계가 있기도 하다.

 

조직장은 자신의 조직을 가장 성과를 잘 내고 편한 방식으로 구성한다.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뽑고, 자원을 확보하고, 성과가 가장 잘 날것 같은 업무를 더 하려 한다. 회사가 절대적으로 부여한 업무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세간에서는 그것을 코드인사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과 끊임없이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 하면 아로 알아들을 수 있고 그 다음이 뭐가 될 지를 대충 짐작하는 사람과 일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래서 소위 말귀를 알아듣고 눈치 빠르고 유연한 태도를 가진 사람을 찾고, 모든 조직원들이 그렇게 해 주기를 주문한다.


 

리더십을 이야기 할 때 가장 애매하고 어려운 부분이 상사의 인성이다. 상사의 인성이 조직의 분위기나 성과에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아주 나쁜 사람이라거나, 큰 문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 인간적으로 일정 부분의 흠결과 일정 부분의 장점을 가진 보통의 사람이 상사로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흠결을 먼저 보고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기 보다는 장점을 보고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왕따 당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사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자신의 지식과 경험 같은 지적 자산과 리더십으로 거기까지 온 것은 사실이므로 스스로 상당한 강점/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부하직원이 먼저 상사의 부정적인 부분을 강조하거나, 리더십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면 리더-팔로워의 관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는 인간관계의 실패, 조직생활의 실패를 야기한다.


모든 상사들은 새로운 사람을 조직에 들이면 그가 자신과 맞춰 갈 수 있는지 관찰하고 탭핑을 해 본다. 팀원들은 항상 자신들만이 상사에게 복종하고 양보한다고 생각하지만, 상사 역시 각양각색 팀원들의 성격, 스타일, 능력치에 맞춰 양보하고 타협한다. 그 과정이 조직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를 일일이 이야기 하지 않는다. 좀더 열린 소통을 하고 수평적 관계를 만드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가 가고 있지만 아직은 상사 입장에서나 조직원 입장에서나 매 한가지로 어려운 일이다.


 조직원이 한 두명, 서너 명이면 세세히 파악하고 고민 할 시간도 있다. 그런데 만약 열 명 이상, 수십 수백명이라면 어쩔 것인가. 부하 직원의 수가 많아지면 조직원을 파악하고 자신의 리더십에 맞는 인물인지 파악하는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직원들 입장에서는 소위 '한번 찍히면 끝장'인 상사들이 많은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파악해서 그의 성격에 맞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조화를 이뤄갈 충분한 시간을 회사가 리더에게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효율성 차원에서도 상사가 일하는 방식, 그가 갖고 있는 리더십을 일단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의견을 관철시키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낫다.


소위 덕장이라고 하는 유형의 상사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과 발전, 고민에 끊임없는 고민과 투자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는 덕장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쉽지 않다. 조직이 그만큼의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의 성과가 중요하고, 중장기 플랜이 겨우 3년인데 어떻게 조직원 하나하나를 육성하고 케어하며 성과를 낼 수 있게 기다리고 시간을 준단 말인가?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어떤 조직이든 모든 일은 조직장이 갖고 있는 리더십, 업무 스타일에 맞추는것으로 시작하자고 생각하면 만사가 평탄해 질 수 있다.

 


Leader와 Follower 의 균형


팔로워십에 대한 이해는 결국 조직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로 귀결된다. 회사라는 조직은 위계 조직이다. 군대만큼 엄격하지는 않다 해도 지휘명령계통을 지키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은 수평적 조직을 도입하면서 의사결정-실행의 위계와 자유로운의사 표현이 서로 상충되는 것처럼 이해되기도 한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가 있다면 그 리더십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무엇이든 거기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사결정자로서의 리더를 인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하고 비판만을 하다가는 조직으로서 존재 의미가 없어지고 조직 내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도, 가치도 위험해 질 수 있다.


리더 역시 자신의 리더십이 조직원을 해치고 있지 않은지 늘 살펴보고 개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조직 내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직속 상사와의 갈등이고, 리더십의 부재나 잘못된 리더십의 발휘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과업에만 몰두하여 조직원들이 burn-out 되거나, 인격적 모욕감을 주면 우수한 인재가 가장 먼저 조직을 이탈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Good follower makes a good leader


팔로워십을 잘 익힌 사람들은 리더가 됐을 때 긍정적, 발전적 리더십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예스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건전한 비판과 대안, 예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팔로워가 상사의 호감을 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긍정적인 피드백과 적극적 지원, 신뢰에서 하나 둘 성공 경험을 쌓은 팔로워들은 상사를 좋은 리더로 만들어 주고, 스스로도 좋은 리더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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