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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May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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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생각

신입사원 때 외근 나간 몇몇이 늦은 점심을 먹는데, 선배들의 대화가 이랬다.


선배 1 : 이번에 신제품 나온거 팔기 힘들거 같애

선배 2 : 언제는 팔기 쉬운 제품이 있었냐, 우리가 맨날 내놓는게 그렇지

선배 1 : 그래도 이번에 나온건 xxx랑 너무 비슷해서 입점이나 될지 모르겠어

선배 2 : 그러게. 그건 좀 그렇지

나 : 예산을 더 달라고 해서 입점행사 크게 해서 아예 xxx를 몰아내 버리면 안돼요?

선배 1 : 크리스탈은 참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구나?

나 : ???


지금 생각하면 철없다 싶기도 하지만, 그때 선배들의 풀죽은 대화는 정말 답답했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조물주의 천지창조 외 어디 있단 말인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라 해도, 이전의 기술이나 제품에 기원하거나, 바탕을 둔 것들, 새로운 해석을 한 것들인데 왜 걱정부터 할까? 싶었다.


1년쯤 영업을 하다 전사 프로모션팀으로 옮긴 후, 출장도 많고 일도 많아서 늘 바빴는데, 사람들은 요새 어때? 라고 자주 물었다. 나는 늘 싱글싱글 잘 돼요! 할 일 많아요! 라고 대답했다. 물론 할 일은 정말 많았지만 잘 안된 일도 많았는데 가끔 안되는 것도 있어야 사람답지! 라며 큰소리를 치고 다녔다.


프로모션 2년쯤 하다 제품마케팅으로 옮긴 후부터 고난과 시련이 닥쳤다. 제품기획은 상상하지도 못핬던 일들이 도사리고 있었고, 영업부서와의 협의나 협업 역시 예상보다 힘들고, 소비자들은 내 맘처럼 물건을 팍팍 사주지 않고. 대행사는 뭐 그리 비싸게 견적을 내는지, 연구소는 왜 그렇게 품질을 못 맞추는지도 큰 의문 중의 하나였다. 매일 6시 이후면 출력되는 전국 사업부별 제품별, 단량별 매출은 살아오며 처음 압박이란걸 느끼게 해 주었다. 사실 이때는 워낙 밑천도 없으면서 제품마케팅을 갑자기 하게 된데다 2-3년 회사 생활 후 소위 생각이란걸 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리 잘 되는 프로젝트나 브랜드도 두 손으로 열번을 쥐고펴도 다 꼽을 수도 없을만큼 문제가 많았다. 그리고 그게 당연한 일이고 그 상황을 해결하며 성과를 만드는 것이 진짜 도전이다. 그런데 그 시기의 나는 내가 유독 억울하게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어서 모든 일이 힘들고 잘 안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 모든 법칙들이 나를 따돌리는거 같고, 선배니 상사니 하는 사람들은 불합리하기 그지 없고, 구태의연하고 게으르면서 후배들을 억누르거나 착취해서 서바이벌 한다고 느꼈다. (물론 그런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어느 조직에나 다 존재한다.)


그 시기를 함께 지낸 몇몇 동료들과 아주 강한 연대의식을 느끼며, 사무실에서 조직에서 일어나는 온갖 부조리와 불공평한 처사, 비상식적인-내 기준에-일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나의 생각이 옳고, 내 기획이 우수하지만 못난 주위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출시가 늦어지고, 바보같은 소비자들이 내 제품의 우수함을 몰라주기 때문에 내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확신을 점점 굳혀갔다.

그러니 당연히 나도 모르게 미간에 힘을 주고 다니게 됐고, 언제부터였는지 누군가 어때? 라고 물으면 힘들어요..라고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일은 더 잘 안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불평불만을 많이 했던 시기에 난 제품 리뉴얼을 해서 시장점유율을 세배쯤 끌어올렸고, 인지도도 두배 이상 올렸으며, 내 제품은 당시 한참 유행하던 언론사 주최의 히트상품에도 꽤 많이 선정됐다.

그렇게 자랑할 만한 성과를 냈음에도 나는 불만족스러웠다. 게다가 그렇게 성과를 내도 항상 어려워요, 힘들어요 라고 말하는 내 반응으로 주위 사람들은 정말로 내 일이 잘 안되고 있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굳이 내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찾아보며 정말 안되네, 잘되네 하는 입방아를 찧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본인이 잘 안된다는데 잘 안되나보다 하는게 사람인 것. 그러고 나니 언젠가부터 주위에서 힘들어서 어떡해? 요샌 좀 괜찮아? 하는 인사를 많이 한다는 걸 깨달았다. 힘들긴 해도 내 브랜드 성과는 괜찮은데 왜그러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힘들다고 노래를 하다보니, 상사는 나를 다른 일을 하게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당시 회사에서 미래를 향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 일을 위한 TF팀에 나를 보낸것이었다. 난 열심히 하고 있었고 성과도 냈는데 나를 그런(!) 부서로 보내다니! 하는 분노에 차서 이직을 알아보았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TF팀에 있을 때, 외부 컨설턴트가 나에게 이 일을 좀 더 배워서 해보라며, 연봉이나 대우나, 향후 커리어에서 엄청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무슨 소리, 난 브랜드 키우는 일을 할거야!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터라, 그 사람의 말이 터무니없다는 생각만 했다. 만약 그때 그래, 이 일을 하려고 돈을 받고 우리 회사에 온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나도 해보자 라고 생각했다면, 내 인생은 아주 다르게 풀렸을 것 같다. 돈을 더 잘 벌고 못 벌고가 아니라, 아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모든 것에는 미덕이 있다고 보는 자세를 가지기 쉽지는 않다. 명백히 어리석은 선택이란 것도 있을 것이고, 절대로 안된다거나, 해서는 안되는 불법적 영역의 일도 있다. 하지만 요새는 그런 생각을 한다. 불법적이거나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가장 큰 모험에 YES 라고 말할 수 있는 태도를 갖는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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