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비즈니스에서 놓치면 안되는 사람들
Q. 콘텐츠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경쟁력 있는 콘텐츠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확인해 보면 좋을까요?
A. 좋아하는 사람(팬) & 싫어하는 사람(안티_팬) 모두 만나보세요~ 그리고 시간나면 좀 다른 부류들도..
이 문답은 몇 개월 전 세미나에서 콘텐츠 비즈니스 하시는 분이 여쭌 질문을 정리한 것이다.
팬은 알겠는데, 왜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만나야 하나? 내 콘텐츠를 싫다고 비판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인데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정리해 봤다.
- 팬(고객), 안티 (떠난 고객), 타 장르 팬 (잠재 고객)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의 강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해 주는 바로미터가 팬이다. 만약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팬이 없으니 유사한 콘텐츠의 팬들이 만나야 할 대상이다.
자신의 콘텐츠와 비슷한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점과 강점, 해당 콘텐츠 분야의 뜨거나 지는 트렌드를 알아볼 수 있다.
만약 서비스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 열심히 이용하는 팬들의 어떤 기대를 만족시켰는지, 만족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등 자신의 컨텐츠의 강점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알아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경쟁하는 세그먼트 내에서 강력한 경쟁자는 누구인지, 상대적으로 어떤 차별점들이 각기 있는지 알아볼 수도 있다. 그 중에서 벤치마킹 할 것은 해서 자신의 콘텐츠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재미와 다양성을 보완해 나갈 수 있다.
팬들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향후 행보를 결정짓는 사람들이다. 뭘 잘하는 크리에이터, 뭐가 좋은 브랜드라는 좋은 평판이 이들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관계를 잘 맺고 있어야 하지만, 그만큼 인의 장막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임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심리적으로 위로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해서 정신건강에 매우 도움이 된다.
팬들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용기와 힘을 주는 우군이라서 절대로 배신하거나 적으로 돌리면 안된다. 충성팬이 돌아서는 순간,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무서운 안티가 되는 것을 최근 임블리 사태로 목도하고 있지 않나..
이들은 어떤 지점에서 참을 수 없을만큼 버튼이 눌리기 때문에 부정적 반응을 크던 작던 공공연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콘텐츠의 어떤 점이 문제인지, 특정 집단을 안티로 만들고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다양한 그룹의 안티들이 싫어하는 포인트가 일관성 있는지, 단지 취향의 차이인지 알아 볼 수 있다.
사실 싫어하는 이유는 아주 다양할 수 있고 싫다, 재미가 없다, 별로다라는 아주 포괄적이고 모호한 의견으로 거의 문제의 원인이 모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 3가지의 일반화 된 표현 뒤에 숨은 다양한 진짜 원인을 알아보는게 중요한데, 어떤 결정적인 점 하나일 수도 있고, 자신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어떤 부분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나 회사의 발언이나 행동에 대한 반감이 콘텐츠에 대한 보이콧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크리에이터나 회사가 대중들과 인식의 갭이 큰데 공감능력이 떨어지거나, 불법범법 행위를 했거나, 시대적 변화의 수용이 미흡한 경우 안티세력이 크다. 그리고 안티를 가진 크리에이터나 브랜드의 콘텐츠들 역시 창작자의 미니미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경우가 다반사다. 여전히 시끄러운 웹툰업계와 문화계의 각종 미투 운동 사례가 좋은 예이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904096369H
https://brunch.co.kr/@brunchvvlh/34
특정 집단의 비하, 특정 분야에 대한 몰이해와 비판을 건설적으로 수용하기 거부하는 경우, 대중의 분노를 사고, 거대한 안티 집단을 자초하게 된다. 콘텐츠를 만들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 다양한 집단과의 교류가 힘들다. 사람이란 듣기 좋은 말에 귀가 열리고 싫은 이야기는 피하게 되기 때문에 작정하고 듣고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점점 커지는 안티 그룹에 어느날 깜짝 놀랄 수도 있고,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내 분야의 무관심자지만, 비슷한 유형의 콘텐츠 소비자나 팬이라면 한번 다시 돌아볼 만 하다. 아니 그런 팬들은 연구하고 만나야 한다. 왜냐하면 요새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 활용 전략들이 만날 일 없었던 애니메이션 팬과 소설팬을 만나게 만들고, 게임 팬과 아이돌 팬을 만나게 만들고 있다. 웹툰, 웹드라마, 웹소설, 게임 등은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 아래 전통 미디어를 포함해 장르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웹 소설은 전혀 읽지는 않지만 드라마 광인인 사람은, 웹 소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제작되면 드라마 팬이지만 웹소설을 찾아보게 되기도 한다. 바로 작년 6~7월을 핫하게 달군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사례다.
김비서는 웹소설이었지만 드라마가 되었고, 웹소설을 전혀 읽지 않는 나와 같은 소비자는 드라마를 통해 김비서를 알게 됐다. 특히 싱크로율 백프로 캐스팅을 내건 초반 마케팅 메시지는 정말? 하는 호기심으로 웹소설을 읽어보겠다고 결제를 하게 만들었다.
최근 십여년 내 꽤 화제가 되고 히트한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원작이 웹소설이나 웹툰인 경우가 많다.
웹소설을 드라마화 한 첫 작품으로 꼽히는 2007년 커피프린스를 시작으로, 웹의 각종 창작물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커피프린스는 드라마 뿐 아니라 뮤지컬로도 만들어졌고, 홍대 앞의 카페는 여전히 영업 중이다.
좋은 노래는 멜론에서 스트리밍으로 듣다가, 헬스클럽 가서 매장음악으로 다시 듣고, 드라마 주제가로 또 새롭게 듣고, 그 노래에 관련된 관광지를 만들어 낸다. 어떤 노래일까? 빙고! 여수밤바다!
여수밤바다가 2천년대의 초히트 뮤직이라면, 그 전 세대는 화개장터 정도가 아닐까.
게임을 영화화하거나, 영화와 드라마를 게임으로 만드는 일도 너무 흔하고, 큰 산업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게임을 다운받아 보게 할 정도로 드라마와 영화의 힘이 강력하고, 게임이 드라마나 영화가 되면 보러 가는 경우도 흔하다. 영화관에 가서 보지 않더라도 케이블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쉽게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장르라도 무관하다 할 정도다.
이렇게 온갖 장르들이 막 섞이고 있기 때문에 내 콘텐츠에 관심없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자신의 콘텐츠의 미래에 걸림돌이 된다. 언젠간.
갈 수록 모든 분야에서 마진은 박해지고, 고객의 입맛은 까다로와져서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의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게다가 경쟁은 항상 치열하고, 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콘텐츠는 정신없이 쏟아진다. 콘텐츠를 발행하는 초반에는 팬들 이야기나 칭찬을 듣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콘텐츠 발행이 안정적이 되면 자신의 콘텐츠의 성격이 어떤 장르에 이식될 수 있는지(Transplant effect), 업계내 흐름을 살펴보고, 인접 분야로의 적극적 진출을 고민하는 것은 필수인 상황이 됐다. 그러려면 인접 분야의 잘 되는 콘텐츠의 장단점을 파악하며, 팬들과 안티팬의 관점, 태도를 공부해 보는 것 역시 필요하다.
만약 계속 한 분야만 파고들면, 대가라는 소리는 듣겠지만, 이제 그런 대가를 최고로 인정해 주는 시대는 지났다. 자신의 콘텐츠 수명을 늘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확보하며, 더 다양한 고객집단을 가지려면 콘텐츠가 제공되는 방식에 갇혀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콘텐츠라는 offering은 정형화된 제품과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한번 만들어지면 수명이 다할때까지 그 모양 그대로인 제품과 달리 어떤 그릇(매체, 채널..)에 담기느냐에 따라 다른 매력을 발휘한다. 어쩌면 요새 한참 유행인 액체괴물 같은 지도 모르겠다.
폐타이어로 테이블도 만들고 화단으로 개조도 하지만, 그건 매우 한정적인 재활용이고, 그 변신과정에서 창출되는 사업의 규모가 sizable 한 경우도 흔하지 않다. 하지만 콘텐츠는 다르다.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재가공할 것인지에 따라 원래의 시장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헐리웃을 겨냥해 소설을 쓰는 것은 이제 아주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것처럼, 내 콘텐츠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어떤 고객을 만나게 될 지 모른다.
상상력을 크게 가지는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