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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Aug 29. 2021

연봉만큼 중요한 근무환경

회사의 비전을 체감하게 하는 실체

연봉을 올려도 구인이 되지 않을 때는 두 가지가 문제다. 근무 환경, 회사의 비전.

이 중 직원과 회사의 온도차가 현격하게 큰 것이 근무 환경인데, 근무환경 부분에서 구직자와 기업의 시각 차이가 지금만큼 컸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체감상 현재 구직자들의 직장 선정 기준은 연봉과 근무환경이 거의 비슷한 중요도의 수준에 이른 것 같다.

요새 구직자들의 근무환경과 조건의 스탠더드-사회가 제도적으로 설정해 놓은 기준보다 크게 다르지 않은- 를 맞추지 못하면 구인이 아주 어렵다. 게다가   근무 환경이 회사의 비전에 대한 신뢰성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을 기업은 잘 모른다.


예전엔 근무 환경의 중요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어디나 다 비슷하게 좋지 않은 곳이 많다보니 왠만큼 나쁘지 않고는 원래 그런거라고 구직자조차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업도 특별히 근무환경이나 조건을 개선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는데 근무환경 나쁘다고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 것도 아니고,  개선하게 만들 법적규제도 없고 사회 분위기도 근무환경은 구직의 중요한 기준으로 간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기준 편도 한시간반 출퇴근 좀 부담되지만 어쩌겠어, 돈 벌려면 그 정도는 각오해야지’ 정서라고 하면 이해될 것이다. 오히려 이 부분을 문제 삼는 사람이 있다면 사회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있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잘 봐줘야 까다로운 사람, 심하게는 주제파악 못하는 배부른 인간이라고까지 비난하는 경우도 많았다. 워라밸은 선진국에 존재한다고 알려지는 전설 같은 것으로 남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개인의 삶과 일이 병립 가능해야 한다는 쪽으로 서서히 사회가 변했고,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는 정부기관으로 하여금 기업이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법규를 만들게 했다. 항상 정부의 법규는 노동계의 요구보다는 온건하고 점진적이다. 기업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면서 변화를 강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최근 5년전부터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내 생활이 없는 회사는 가고 싶지 않다고 당당히 말하고 그 기준으로 직장을 결정한다. 기업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사람이나 인력 니즈가 있는 현업 조직장들은 갑자기 사회가 완전히 바뀌었다, 요즘 사람들은 일보다 자기 생활이 더 중요하다라는 푸념 아닌 푸념을 한다.


워라밸이 기본이 된 상황에서 그걸 지키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곳, 물리적 환경이 열악한 곳, 출퇴근이 복잡하고 어려운 곳, 조직 분위기에 문제가 있는 곳 등은 아무리 연중 상시 채용을 열어놓고 헤드헌터를 수 십 곳을 써도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그 조건을 줄곧 감내해야 하는데 연봉 몇백을 더 준다고 타협하겠는가? 라는 질문엔 no 라는 대답이 거의 당연하게 돌아온다.


어떻게 이 연봉을 줘도 사람이 안오지? 라고 기업 입장에선 이해가 안된다는 얘기를 하며 요새 애들은 배가 불렀어~ 라고 은근히 구직자 탓을 하지만 이건 사회의 변화된 상황을 직시하지 않거나 알아도 인정하지 않고, 인정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지체현상이다. 사회는 배부른 구직자로 가득차 있는게 아니라 그 회사가 가진 조건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기업은 바꾸고 싶지 않아서 우기는 것이다.


불리한 근무환경에 대한 근로자의 비용평가는 기업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근무 환경이 좀 안좋지만 연봉이 이 정도면 올 사람은 온다라고 하는 생각을 하는데 거의 높은 확률로 틀린다. 기업이 생각하는 이 정도 더 주는 정도로는 구직자를 설득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렇게 비용 평가의 갭이 크다는 사실을 기업은 인지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기업이 그걸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평가된 비용의 차이가 크면 구직자가 포기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채용 포기자들의 대부분의 마음은 그럴거면 굳이 거기를? 이다. 하지만 그걸 미주알고주알 설명하려니 힘들고 어차피 안갈 곳에 그걸 설명할 필요도 없으니 그냥 대충 그럴듯한 핑계를 댄다. 그러니 기업은 사람들이 안오는 진짜 이유를 모르고 계속 연봉이 문제인가, 회사 네임밸류가 문제인가, 요새 구직자들의 안이한 태도가 문제인가 하는 고민에 매달리게 되는 것.


자기 회사의 근무 환경이 어떤지는 대표들이 사실 잘 안다. 근무하는 직원들도 알면서도 각자의 이유로 다니고 있다. 기존 직원들이 다니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 라는 생각으로 근무 환경을 계속 개선하지 않고 두면 회사의 채용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역량이 떨어지는 인력들만 모이게 되면 대표의 마이크로매니징과 무쓸모 간섭이 심해지는 부작용을 부른다. 소위 후진 회사가 되는건 시간 문제다.


도저히 연봉으로 풀리지 않는다면 근무조건, 환경을 개선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근무 환경의 개선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그 비용은 향후 더 나은 인재를 적기에 끌어들일 투자라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40시간 근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사람을 찾아야지, 입사한 후에 조만간 40시간이 될거라 얘기하는건 안먹힌다. 당장 어떤 환경과 조건이냐를 따지는 사람들에게 미래를 이야기하면 계약서를 쓰지 않는 한 믿지 않는다.

그런데 40시간 체제로 만들려면 인력이 추가 투입되어야 하고, 일하는 시간의 관리 방식, 시스템이 처리해야 마땅한 단순반복업무에 인력투입을 하는 비효율적 관행 제거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근무 환경 개선에는 당장 발생하는 1회성 지출과 장기적으로 발생하며 지출해야 하는 장기적 비용이 모두 필요하다. 사주 혹은 대표 입장에서는 그런 돈을 쓴 결과가 설비나 부동산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마냥 아깝고 그 결과 직원들이 칼퇴를 하니 일을 덜하게 만드는데 쓴거 같아서 잘 못 쓴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눈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근무 환경 개선은 신규 채용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아니라 기존 직원의 심리적 비용도 현격히 줄이는 효과가 있다. 우리 회사가 좋아지는구나,  다닐 이유를 갖게 되고, 회사의 비전 같은 미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사람은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오지 않는  것이 바뀔때가 아니라 자신의 생활의 작은 부분이 바뀔때  미래에 희망을 갖는다.  기존 직원과 미래 합류할 직원들 모두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투자라고 보는게 합당하다. 그리고 투자는 당장 매출이 발생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하면 조급증이 좀 덜 해 지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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