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학습이 어려운 이유
사람들은 단계적 학습, 체계적 습득을 말로는 좋아하는데 진짜로 한 번에 하나씩 알려주면 답답해하거나 화를 낸다. 그렇게 하나씩 알려주면 어떻게 하냐, 예측을 해가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더 많은 것을 알려 달라한다. 그래서 소위 큰 그림을 보여주고 지금은 이것을 해야 할 때이다 라고 하면 당장은 동의했다가 실제로 난 이거이거 하고 싶다고 하는데 보통 당장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
한번에 하나씩 보여주는 이유, 이 시점에 이것이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상대에게는 반드시 납득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건 아니고.. 라고 만류하기란 사실 매우 어렵다. 가능한 부분만 발라내서 최대한 해야할 일의 초점을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인데 그마저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간은 다 비슷하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시뮬레이션 능력이 증대되어 몇 가지 힌트를 가지고도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는데 소위 insight, hunch 등으로 불리는 지적 자산체계가 구성된다. 이 지적자산체계는 백원 넣고 누르면 장난감이 나오는 자판기나 1 더하기 1은 2라는 단순한 방식으로 구동되지 않는다. 많은 정보가 복합되어 결론이 나오므로도 과정을 설명하기 애매할 때가 있단 것이다. 그것마저 설명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인간이 자신의 의식,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인지활동을 일일이 분해하고 재조합해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상대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예 다른 차원의 문제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오히려 쉬운데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에 대해서는 이런 세상이 있어! 그러니 일단 이걸 해야 그 세상의 끝자락이라도 보일거야 라는 말에 동의하게 만드는 것은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라는 감성의 영역에 해당한다.
여기서 항상 고민이다. 신뢰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