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기술
2016년 칸느 수상작 중에는 유독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았는데, 한 손에 꼽으라면 빠지지 않을 것이 ING의 The Next Rembrandt(JWT)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두개의 그랑프리(Cyber, Creative Data) 포함 16개의 상을 수상한 위너 오브 위너로, 광고주는 이노베이션과 예술후원을 주창하는 ING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위대한 화가 렘브란트의 그림들을 컴퓨터가 분석하고 - 각도, 붓질 방법, 물감색상 종류, 배합비, 농담과 기타 온갖 종류의 특징들 - 머신러닝을 통해 습득된 정보를 사용해 렘브란트의 그림과 똑같은 그림이 3D프린터를 통해 재현된 것이다.
아래 캡쳐 화면에서 보듯, 이런 식으로 면밀한 분석을 어마어마하게 했다.
(붓자국의 특이성 분석과 눈 주위 주름과 눈썹 등을 표현 하기 위해 분석하는 장면들)
진짜 물감을 사용한 1억4천8백만 픽셀의 그림이 공개되었을 때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이 작업에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과연 AI가 예술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불편한 궁금증이 광풍처럼 몰아쳤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쓰인 기술들은 하나도 새로운 것 없이, 기존 기술의 배합일 뿐이며, 회사와 이 프로젝트의 연계성이 없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당당히 칸느의 스타가 되었다.
(프로젝트 홈페이지 https://www.nextrembrandt.com/)
18개월 걸린 이 프로젝트가 내게 주는 시사점은 AI가 예술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난 이 프로젝트를 보고 십년 후 이십년 후 현실이 되는, 특히 나쁜 쪽으로 현실이 되는 상상을 문득 했다.
십수년 전 생명공학이 대대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했을 때 나온 롱기누스의 창이라는 소설에는 예수의 갈비뼈를 찌른 창에서 DNA를 검출해 예수를 복제해 낸다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생명공학과 AI, 머신러닝, 3D 프린터, IoT - 이것들로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세포 복제의 수준이 아니라, 생전 그 사람이 했던 말이나 행동들을 정교하게 교육시키는 것이다. 그럼 그 사람은 예전의 그 사람과 구분이 되게 행동할까?
만약 그렇게 재현해 낸 사람이 히틀러라면? 희대의 살인마나 놀라운 사기꾼이라면? DNA를 어떻게든 얻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한다면 디스토피아 역시 멀지 않은 것이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하고 이런 얘긴 스티븐 킹이나 마블에게 해야 하는데..하며 접었다. 그런데 여전히 찜찜하다.
기술은 인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면서 한없이 약하게도 만든다. 우리가 가게 될 미래에 대해 미리 긍정적으로 상상해 놓지 않는다면 기술의 파괴력이 이끄는대로 인간이 추락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