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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다미 Feb 08. 2023

당신은 여전히 청춘입니다

그녀의 눈물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다. 입춘이 지난 뒤 한결 따뜻해진 공기와 함께 불청객 미세먼지가 찾아왔고 거실에서 푸른 하늘과 먼 산을 바라보는 재미가 사라졌다. 미세먼지는 시야의 자유를 앗아갔다. 시야가 좁아지자 답답함이 스멀스멀 몰려왔다. 그러다 잠시 후 '멀리 보지 못하면 가까운 것을 자세히 보면 되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산책하는 길 나무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는 나뭇가지들이 사랑받지 못한 듯 움츠리고 있었다면, 지금은 가지의 끝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목련은 벌써 솜털이 돋아나고 있었다. 아직 두꺼운 내 외투와 다르게 자연은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봄이 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자 심장 박동이 조금씩 빨라졌다. 내 몸에도 봄이 들어왔다.  말 그대로 청춘을 느꼈다.


청춘(靑春)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이다. 보통은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를 가리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청춘의 의미를 다르게 가져본다. 영혼이 살아 움직이는 사람에게 청춘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다. 먹고살기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위해 오늘을 불태우는 사람들을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는 목적이 꼭 돈이 아닌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 누군가는 세월 좋은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오로지 먹고사는 목적으로만 일을 한다면 그날의 저녁은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서 참아야 하고, 미래를 위해서 참아야 하는 삶은 무겁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성장이 목적이라면 훨씬 가볍지 않을까.




언제나 성장을 위해 노력하시는 60대 어른을 알고 있다. 소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시를 읊고 책을 보시는 분이다. 만족을 느끼는 삶을 위해 매일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시는 분을 보며 오늘 내 시간을 점검하고 반성하기도 한다. 열심히 사는 삶 만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주시는 분에게 나도 힘을 조금 보태드리고 싶었다.


"정말 대단하세요. 항상 보고 배웁니다."

"아니에요. 나는 잘하는 것이 없어요."


어찌 보면 당연한 겸손의 대답을 하시는 분을 보며 안타까움이 몰려왔다. 사실은 겸손한 대답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믿는 분의 삶은 이러하다. 50대에 방통대에 입학했고, 뒤늦게 한자 공부를 하다 1급 자격증도 취득하셨다. 현재는 시를 쓰고 낭송도 하신다. 낭송 대회에서 최우수상도 받으신 분인데 누가 봐도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까. 게다가 무릎 수술을 하셨음에도 극복하시고 매일 7천 보이상 걷는 분이다.

자신만 자신의 능력을 모르고 계신다. 같은 말씀을 반복해서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지만 속상했다. 그래서 오늘은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켜 드리고 싶어 말을 이었다. 


"완벽하게 준비하시는 마음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보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그 마음 덕분에 항상 노력하셔서 이 자리에 계시지만, 만약 완벽을 준비하지 않고 자신을 그냥 믿었다면 훨씬 가볍게 도전하시는 선생님을 만났을 거라 생각해요. 그게 도덕경에서 말하는 무위(無爲)가 아닐까요."

"그런가?"


짧게 대답하시는 분께 한마디 더 보탰다.


"자신을 안고 말씀해 주세요. 정말 고생 많았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준 내가 너무 사랑스럽다. 노력하려고 애쓰는 나를 묵묵히 따라와 줘서 고맙다. 수고했다. 사랑한다."


내 말이 끝나자 눈물을 주르륵 흘리시는 분을 보며 가슴이 저렸다. 지금까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으신 듯했다. 어른의 눈물을 보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에게 혹독하지 말고 믿으시라는 뜻으로. 얼마나 아름답게 사시는지 스스로를 인정해 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라는 존재는 자신에게는 하나의 우주이다. 자신이라는 말은 스스로가 신이라는 뜻도 들어있다고 한다. 자기로 사는 삶, 그 삶을 살고 있거나 추구하고 있다면 모두 '청춘'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자기를 위해 산다면 노자가 말하는 無爲而無不爲(무위이무불위)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모두 이루어지는 마법 같은 이야기. 바로 내 안에서 들려주는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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